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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이집트 사막서 첫 포성…‘아프리카 방산 허브’ 깃발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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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이집트 사막서 첫 포성…‘아프리카 방산 허브’ 깃발 꽂았다

16억5000만 달러 규모 ‘K9A1 EGY’ 초도 물량 인도…사막 기동·사격 ‘합격점’
단순 수출 넘어선 ‘기술 동맹’…3단계 현지화로 포신 등 핵심 부품까지 이집트서 생산
이집트 군수장관 “방산 제조 국산화의 전략적 도약”…중동·아프리카 수출 전초기지 확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차륜형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차륜형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집트가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 최초로 한국산 명품 자주포 K9을 실전 배치하고, 단순 구매를 넘어 핵심 부품인 포신까지 직접 생산하는 '방산 국산화'의 최종 단계에 진입했다.

영국의 군사 전문 매체 제인스(Janes)와 이집트 아람 온라인(Ahram Online)2(현지시각) 카이로에서 열린 '이집트 방산전시회(EDEX 2025)' 소식을 인용해, 이집트 군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한 K9 자주포의 첫 번째 포대 물량을 인수했으며, 현지 생산 라인을 가동해 기술 이전을 가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막의 모래폭풍 뚫었다"... K9A1 EGY 실전 능력 과시


이집트 국방부는 이번 EDEX 2025 개막일인 지난 1, 사막 지형에서 이집트 국기를 단 K9 자주포 6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대가 기동하며 포탄을 발사하는 영상을 전격 공개했다.

이는 지난 20222,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이집트 국방부가 체결한 165000만 달러(24200억 원) 규모의 'K9 자주포 패키지 수출' 계약에 따른 초도 물량이 성공적으로 인도되었음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현장에 전시된 기체는 이집트의 고온과 먼지 환경에 맞춘 'K9A1 EGY' 모델이다. 사격통제용 K11 차량도 함께 공개해 포병 전력의 완전한 패키지 운용 능력을 과시했다.

모하메드 살라 엘 딘 모스타파(Mohamed Salah El-Din Mostafa) 이집트 군수생산부 장관은 이날 전시장을 찾은 방극철 한국 방위사업청 전력고도화기획관을 만나 "K9 생산 라인 구축은 이집트 방산 제조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략적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모스타파 장관은 이어 "한국과의 협력은 단순한 무기 도입이 아닌, 장기적인 산업 파트너십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K9A1 EGY 특징. 제작=글로벌이코노믹/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K9A1 EGY 특징. 제작=글로벌이코노믹/제미나이3


3단계 '심층 국산화'... 기술 종속 끊고 '메이드 인 이집트


이번 배치가 갖는 경제·군사적 함의는 단순한 '무기 인도' 그 이상이다. 핵심은 '현지화(Localization)'의 깊이에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K9의 이집트 현지 생산은 3단계에 걸쳐 치밀하게 진행한다. 초기에는 한국에서 제작한 차체와 포탑을 가져와 조립하는 수준이지만, 점차 주요 구성품 제작으로 범위를 넓힌다. 최종 3단계에서는 자주포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155mm 52구경장 장포신(Barrel)까지 이집트 현지 공장에서 직접 깎아 만든다. 이는 이집트가 원했던 '기술 자주독립'과 한국이 제시한 '기술 수출' 이해관계가 정확히 일치하는 결과다.
현지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두고 한국 방산 기업의 유연한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고 입을 모은다. 독일이나 미국 등 전통 강호들이 완제품 수출이나 제한적 기술 이전에 그치는 것과 달리, 한국은 과감한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거점화를 통해 시장을 선점했다는 분석이다.

중동·아프리카 공략의 '교두보' 확보... 후속 물량 기대


이집트의 K9 운용과 생산 능력 확보는 인접한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하다. 이집트는 지정학적으로 아프리카와 중동을 잇는 요충지다. 이곳에서 K9이 성공적으로 운용되고 부품 공급망이 안정화한다면, 인근 국가들의 잠재적 수요를 흡수하는 '허브(Hub)'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방사청은 "이집트의 제조 역량과 혁신 의지를 확인했다""이번 전시회가 한국 기업들과의 새로운 계약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군사 전문가들은 K9의 성공적인 안착이 향후 레드백(Redback) 장갑차나 천무 다연장로켓 등 국산 지상 무기체계의 추가 수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미 K9은 전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 50%를 넘기며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집트의 실전 배치는 이러한 '대세론'에 쐐기를 박는 사건이다.

다만, 과제도 남아있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기술 이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품질 관리 이슈를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현지 생산 제품이 한국산 원제품과 동일한 성능을 발휘하도록 지속적인 기술 지원과 모니터링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번 EDEX 2025에는 전 세계 40개국 450여 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한국은 아시아 최대 규모로 참가해 'K-방산'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집트 사막에서 포성을 울린 K9이 아프리카 대륙 전체로 한국 방산의 영토를 확장하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