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행 금리인상 시사로 7500억달러 증발…연준 금리결정 앞두고 투자심리 얼어붙어
이미지 확대보기배런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0월 5일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달 말까지 시가총액 기준 7500억 달러(약 1103조 원) 규모가 증발했다. 가격은 30% 넘게 하락했으며, 지난 1일에는 8만4000달러(약 1억 2300만 원) 아래로 떨어지며 올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동부시간 기준 장 초반 거래에서는 8만 7000달러(약 1억 2700만 원)를 약간 웃돌았지만,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비트코인, 위험자산 선호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JP모건의 잭 캐프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1일 CNBC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여러 위험 지표 가운데 하나"라며 "최근 몇 주간 금 가격이 상승하고 비트코인이 압박받는 모습은 상당히 흥미로운 신호"라고 밝혔다.
금융 시장에서 비트코인은 투기적 거래 활동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회피하고 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하면서 비트코인 약세가 더욱 심화됐다.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의 주가 역시 1년여 만의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S&P500 지수는 이날 소폭 상승 출발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비트코인 반등 신호를 기다리는 눈치다.
일본은행 금리 인상 예고에 엔캐리 청산 우려 확산
비트코인 약세를 부채질한 핵심 요인은 아시아 지역 통화정책 변화다. 일본은행이 이달 금리 인상 계획을 시사하면서 일본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고, 값싼 엔화 차입을 통한 투자 포지션 청산이 본격화됐다.
미즈호증권의 대니얼 오리건은 지난달 3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의 매파적 발언이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엔 캐리 트레이드는 수년, 아니 수십 년간 각종 자산의 유동성 공급원 역할을 해왔고, 가상화폐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는 특성상 미국뿐 아니라 다른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에 항상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은행은 오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최근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일본 금리가 오르고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은 손실을 막기 위해 해당 자산을 매각하고 엔화를 되사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고정예치 계좌 레버리지 청산도 타격
비트코인 가격 급락은 소위 고정예치(Fixed Deposit) 계좌와 연관된 레버리지 청산도 촉발했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고정예치 계좌에 맡기고 그 가치를 담보로 다른 시장에서 투기 거래를 벌이는데,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면 담보 가치가 줄어들어 투기 포지션 청산이 강제된다. 특히 차입금으로 수익을 늘린 투자자들에게는 다른 금융시장에까지 손실이 번질 수 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는 지난 1일 CNBC에 출연해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도 비트코인이 상승하지 못하는 것은 고정예치 레버리지의 잔여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CME그룹의 페드워치 도구는 12월 금리 인하 확률을 약 87%로 제시하고 있다.
톰 리는 "이런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데 1~2주 정도 더 걸릴 수 있으며, 그 이후에야 비트코인이 금리 인하 기대감을 온전히 반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인투자자 심리도 냉각…연말 랠리 발목 잡나
비트코인 약세는 개인투자자 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미국개인투자자협회(AAII)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향후 6개월간 주식시장에 약세를 전망하는 응답자 비율이 43%로, 11월 초 대비 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역사적 평균보다 13%포인트 높은 수치다.
비트코인 약세와 개인투자자 비관론을 동시에 반전시키는 것이 12월 주식시장 랠리를 위한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S&P500 지수는 지난달 9포인트 상승에 그쳤지만, 추수감사절 주간에는 2008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8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현재 지수는 10월 29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를 0.6% 밑도는 수준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자료에 따르면 12월은 통상 주식시장에 유리한 달이지만, 상승은 주로 월말에 집중된다. 1928년 이후 통계를 보면 12월 첫 10일간 평균 수익률은 0.05%에 그쳤지만, 마지막 10일간은 평균 1.17% 상승했다.
모건스탠리 이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 상무는 "시장이 11월 말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는지 입증해야 한다"며 "다만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나타난 약세는 고조된 비관론의 신호라기보다는 인공지능 관련 단기 매도 절정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오는 9~10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장은 비트코인 반등 여부와 연준의 금리 결정이 맞물리면서 12월 초반 변동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 투자자도 손실…과세 2027년 유예에 규제는 강화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 급락은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큰 타격을 안겼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올해 9월 발표한 상반기 가상자산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대비 거래가능 이용자는 11% 증가했지만, 일평균 거래규모는 12%, 영업이익은 17%, 시가총액은 14%, 원화예치금은 42% 각각 감소했다.
코인니스와 디스프레드가 올해 초 발표한 '2024 대한민국 가상자산 개인투자자 트렌드 리포트'를 보면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3108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1000만 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24.59%가 1000만~5000만 원대 자산을 보유 중이며, 30대가 36.79%, 40대가 30.09%로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주목할 점은 여성 투자자 비율이 2년 전 8%에서 31.32%로 급증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92%는 올해 암호화폐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했으며, 83%는 비트코인이 1억 5000만 원 이상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당초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과세할 계획이었으나 지난달 국회에서 2027년 1월로 2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연간 250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 수익에 22%(소득세 20%, 지방소득세 2%)의 세율을 적용할 예정이다.
다만 규제 강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지난달 자금세탁 방지법 위반을 이유로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에 352억 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다른 대형 거래소들도 유사한 제재를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이용재 원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제도적 지원은 물론 금융시장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라며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분산투자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특히 레버리지를 활용한 파생상품 거래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 말까지 3500개 이상 적격 기업이 디지털 자산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관 가상자산 거래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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