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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SK하이닉스, 용인에 600조원 쏟는다…"PC용 램은 안중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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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SK하이닉스, 용인에 600조원 쏟는다…"PC용 램은 안중에 없어"

투자비 120조→600조 '5배 폭증'…클린룸 확장·원자재값 급등에 천문학적 증액
"새 공장은 오직 AI용"…서버가 물량 싹쓸이해 일반 소비자 '램 가뭄' 심화 우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600조 원을 투입, 4개의 최첨단 팹(Fab)을 건설해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생산 물량이 AI 서버에 집중되면서 일반 소비자용 D램 품귀 현상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600조 원을 투입, 4개의 최첨단 팹(Fab)을 건설해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생산 물량이 AI 서버에 집중되면서 일반 소비자용 D램 품귀 현상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램(RAM) 대란'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무려 600조 원(약 54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쏟아붓는다. 통상적으로 공급망 확대는 가격 안정화로 이어지지만, 이번 투자는 성격이 다르다. 모든 생산 능력이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쏠리면서, 일반 소비자용 PC 메모리 시장의 공급 부족은 오히려 심화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4일(현지시각) 미 IT 전문 매체 PC게이머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4개 신규 공장(팹) 건설에 약 600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투자비 5배 폭등…상식 깬 '베팅'


이번 투자 규모는 업계의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당초 시장에서 추산했던 용인 클러스터 투자액은 약 120조 원(약 820억 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불과 수년 사이 예상 투자비용이 5배 이상 폭증했다.

비용 폭등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외신에 따르면 우선 반도체 생산의 핵심 시설인 '클린룸'의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50% 이상 확장됐다. 여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성까지 겹치면서 총 투자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2025년 기준, 4개의 램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는 데 50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과감한 결정이다.

용인 클러스터는 총 4개의 신규 팹으로 구성되며, 첫 번째 공장은 조만간 착공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PC게이머는 "SK하이닉스가 반조 달러(half a trillion dollars)를 투자한다는 소식은 겉보기에 희소식 같지만, 현실은 현재의 램 위기에 '눈곱만큼의 차이(a jot of difference)'도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AI가 삼킨 메모리…PC용은 '찬밥'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메모리 가격 안정화가 요원한 이유는 명확하다. 모든 신규 생산 능력이 일반 PC용 D램이 아닌, AI 데이터센터용 특수 메모리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엔비디아(Nvidia) GPU 등에 탑재되는 HBM과 AI 서버용 고용량 시스템 램이 블랙홀처럼 공급을 빨아들이고 있다. D램 시장 점유율 약 35%로 삼성전자를 맹추격 중인 SK하이닉스 역시 이 거대한 'AI 머니'를 좇아 생산 라인을 재편하고 있다.

매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서버 시장의 수요를 맞추기에도 벅찬 상황"이라며 "두 기업 모두 일반 소비자용(Consumer), OEM, 임베디드 등 기타 부문의 램 생산을 줄이고 AI 분야에 올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론도 '손절'…램 대란 온다


이러한 '탈(脫) 소비자' 현상은 SK하이닉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메모리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Micron) 역시 최근 소비자용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뺄 것이라는 발표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일반 D램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HBM 등 AI 반도체로 사업 구조를 완전히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SK하이닉스의 600조 원 투자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일 뿐, 일반 PC 사용자나 중소형 완제품 제조사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 AI가 촉발한 메모리 수요 폭발이 해결되지 않는 한, 공장을 아무리 더 지어도 일반 소비자용 램 가격의 고공행진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