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해안포대’로 진화…지상 넘어 바다 지킨다

글로벌이코노믹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해안포대’로 진화…지상 넘어 바다 지킨다

이집트서 지휘차량 ‘K11-N’·구난차 ‘K12’ 실물 최초 공개
미사일 대비 ‘가성비·생존성’ 탁월… 폴란드·베트남 등 수출 시장 ‘굳히기’ 전략 가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해안 방어용 사격지휘차량 ‘K11-N’과 전용 구난차량 ‘K12’를 공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해안 방어용 사격지휘차량 ‘K11-N’과 전용 구난차량 ‘K12’를 공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세계 베스트셀러 자주포인 K9 '썬더'의 작전 영역을 지상에서 해안으로 대폭 확장했다. 기존 지상 화력지원 임무를 넘어, 이동형 해안포대로서 해상 표적을 타격하는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하며 글로벌 방산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나설 채비다.

방산 전문매체 아미레커그니션은 지난 4(현지시각)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EDEX 2025(이집트 방산전시회)’ 보도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해안 방어용 사격지휘차량 ‘K11-N’과 전용 구난차량 ‘K12’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이번 공개는 K9 자주포 운용국이 기존 플랫폼을 활용해 최소 비용으로 강력한 해안 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바다 보는 ‘K11-N’, 험지 달리는 ‘K12’


이번에 공개된 두 차량은 K9 자주포 부대를 단순한 포병 전력에서 기동형 해안포대(Mobile Coastal Battery)’로 전환하는 핵심 열쇠다.

K11-N 사격지휘차량은 기존 K10 탄약운반차와 K9 차체를 공유하는 파생형 모델이다. 핵심은 차체 상부에 장착한 신축형 마스트(Telescopic Mast). 여기에 해상 탐색 레이더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센서를 통합해 해안선 너머의 함정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능력을 갖췄다.

현지 군사 전문가들은 “K11-N은 벙커에 고정된 기존 해안포 지휘소와 달리, 위협에 따라 신속하게 이동하며 사격 제원을 산출한다탐지된 표적 정보를 데이터 링크로 K9 포대에 실시간 전송해 정밀 타격을 돕는다고 분석했다.

함께 선보인 K12 구난차량은 험준한 해안 지형에서 K9 부대의 기동성을 보장한다. 고중량 크레인과 도저 블레이드(삽날), 대용량 윈치를 장착해 갯벌이나 모래사장 등에 빠진 자주포를 신속히 구난하고, 진입로의 장애물을 제거한다. 이는 전차급 구난차를 별도로 도입하지 않고도 K9 부대 자체적으로 정비와 구난 소요를 해결할 수 있게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11-N, K12 제원. 제작: 글로벌이코노믹/제공=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11-N, K12 제원. 제작: 글로벌이코노믹/제공=제미나이3


미사일보다 싸고 벙커보다 안전가성비로 승부


이번 솔루션의 가장 큰 경쟁력은 비용 대 효과생존성이다.
전통적인 해안포는 고정된 벙커에서 운용해 적의 공습이나 함포 사격에 취약했다. 반면 K11-N과 연동된 K9 포대는 사격 후 즉시 이동하는 슈트 앤 스쿠트(Shoot and Scoot)’ 전술을 해안 방어에 구현한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아미레커그니션은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대함 미사일 대신, 위성항법장치(GPS) 유도 키트를 장착한 155mm 포탄을 사용하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상륙정이나 소형 고속정을 제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9A1 자주포는 사거리 연장탄을 사용할 경우 40km 이상, 엑스칼리버와 같은 정밀 유도 포탄을 사용하면 최대 50km 밖의 표적을 타격한다.

K11-N이 이동 중인 적 함정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갱신해 주면, K9은 유도 포탄으로 이동 표적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 이는 고가의 미사일 전력을 낭비하지 않고도 밀집된 적의 상륙 전력을 저지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폴란드·베트남 등 해안 국가 수출 청신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라인업 확장을 통해 ‘K9 생태계의 락인(Lock-in) 효과를 노린다. 이미 전 세계 10개국 이상이 K9을 운용 중이다. 이들 국가는 별도의 교육 훈련이나 군수 지원 체계를 새로 구축할 필요 없이 K11-NK12만 추가 도입하면 즉시 해안 방어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긴 해안선을 가진 국가들을 유력한 잠재 고객으로 꼽는다. 특히 이집트는 지중해와 홍해, 수에즈 운하의 좁은 길목을 방어해야 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어 이 시스템의 효용성이 높다. 이외에도 대규모 K9을 도입한 폴란드나 해안 방어 수요가 큰 베트남, 노르웨이 등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시장은 내다봤다.

독일의 PzH2000이나 스웨덴의 아처(Archer) 등 경쟁 기종도 해안 방어 임무 수행이 가능하지만, 한화처럼 전용 센서 차량과 지원 차량까지 패키지로 제안하는 경우는 드물다.

방산 전문가들은 단순히 포를 파는 것을 넘어,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종합 화력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화의 수출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했다고 평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시한 기동형 해안포대개념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