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수권법 '자국 우선 공급' 독소조항 제외 유력..."정치 리스크 해소"
폭스콘 11월 매출 26% '껑충' vs HPE '주춤'...AI 서버 수요는 '견고'
韓 반도체 "HBM 수출 불확실성 걷혀"...SK하이닉스·삼성전자 낙수효과 기대
폭스콘 11월 매출 26% '껑충' vs HPE '주춤'...AI 서버 수요는 '견고'
韓 반도체 "HBM 수출 불확실성 걷혀"...SK하이닉스·삼성전자 낙수효과 기대
이미지 확대보기배런스는 지난 4일과 5일(현지시각) 보도에서 "젠슨 황 CEO가 수출 규제와 관련한 정치 싸움에서 승리했다"며 "미국 고객에게 AI 칩 우선권을 주는 법안이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될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전했다.
'미국 우선주의' 족쇄 푼 엔비디아... 정치 불확실성 걷어내
배런스와 월가 소식통에 따르면, 미 의회가 추진하던 국방수권법 개정안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이 해외보다 미국 기업에 최첨단 AI 칩을 먼저 공급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조항이 최종 법안에서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시장의 우려가 걷혔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지난 4일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2.1% 오른 183.38달러(약 27만 원)에 마감했다. 이는 같은 날 0.1% 상승에 그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수익률을 크게 웃돈 수치다. 이어 지난 5일 개장 전 거래에서도 0.5% 추가 상승하며 184달러(약 27만1400원)선을 넘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결과는 젠슨 황 CEO의 적극적인 대정부 행보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황 CEO는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글로벌 판매가 미국 고객의 하드웨어 수급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유명 팟캐스트 '조 로건 익스피어리언스'에 출연해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을 지지하며 "우리는 기술 경쟁 속에 있다"고 언급하는 등 유연한 대외 전략을 펼쳤다.
다만 대중국 수출 통제는 여전한 과제다. 엔비디아 측은 "중국 베이징 당국이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 칩 사용을 막고 있어 현재 중국 매출 전망치는 '0'에 가깝다"면서도 향후 중국 시장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엔비디아는 유틸리티 기업 센터포인트 에너지(CenterPoint Energy),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Palantir)와 손잡고 에너지 인프라 소프트웨어 혁신 플랫폼인 '체인 리액션(Chain Reaction)'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역시 엔비디아의 독주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헤나 비르쿠넨 EU 집행 부위원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EU가 200억 유로(약 29조5000억 원)를 투입해 AI 기가팩토리를 짓더라도 칩은 외부에서 사와야 한다"며 엔비디아를 '글로벌 리더'로 지칭했다.
폭스콘은 '웃고' HPE는 '울고'... 엇갈린 AI 하드웨어 성적표
엔비디아의 파트너사 실적을 통해 본 AI 칩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기업별로 온도 차가 뚜렷하다.
반면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HPE는 회계연도 4분기 서버 매출이 44억6000만 달러(약 6조5800억 원)로 지난해보다 5% 줄었다고 공시했다. 월가 분석가들은 "고객사들이 AI 제품 개발 과정에서 지연을 겪으면서 하드웨어 구매를 늦춘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혼조세 속에서도 엔비디아 주가가 반등한 것은 폭스콘의 호실적이 HPE의 부진을 상쇄하며 시장에 안도감을 줬기 때문이다. 같은 날 경쟁사인 브로드컴(AVGO)과 AMD도 각각 0.9%, 0.7% 안팎의 상승세를 보이며 반도체 업종 전반에 훈풍이 불었다.
韓 반도체 업계, "수출 제한 빗장 풀려 다행"... HBM 수요 지속 전망
이번 엔비디아의 '정치적 승리'는 한국 반도체 산업,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도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만약 미국이 '자국 우선 공급'을 법제화했다면, 글로벌 공급망이 왜곡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 전선에도 차질이 빚어졌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한국산 HBM과 패키지로 묶여 전 세계로 팔려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의 수출 규제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것은 곧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하다시피 하는 SK하이닉스와 공급 확대를 노리는 삼성전자에겐 대형 악재가 사라진 것과 같다"며 "폭스콘의 매출 급증에서 확인되듯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서버 투자가 지속되는 한 한국 메모리 기업의 실적 호조세도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언제든 '미국 우선주의'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도 엔비디아 의존도를 넘어 자체적인 AI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고,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