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위기는 하드웨어 아닌 '쓸모'의 부재"…3~5년 내 산업용 AI가 승부처
美 제재 맞서 오지(奧地) 대학생 3000명 뽑아 반도체 장비 '인간 병기'로 개조
美 제재 맞서 오지(奧地) 대학생 3000명 뽑아 반도체 장비 '인간 병기'로 개조
이미지 확대보기전 세계가 엔비디아 GPU 확보 전쟁을 벌이며 'AI 칩 부족'을 호소하는 가운데,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인 런정페이(Ren Zhengfei·81) 화웨이 창업자가 정반대의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향후 AI 산업의 병목 현상은 하드웨어가 아닌 '애플리케이션(응용처)'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맹목적인 인프라 확장에 경종을 울렸다.
이와 함께 미국의 전방위적인 반도체 제재를 돌파하기 위해 지난 3년간 비밀리에 3000명이 넘는 대학생들을 '반도체 제조 특수부대'로 양성해온 사실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8일(현지 시각) 대만 디지타임스(DIGITIMES) 등 외신에 따르면, 런정페이 회장은 상하이 롄추후(Lianqiuhu) R&D 센터에서 열린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ICPC) 참가자들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美는 '초지능' 꿈꾸지만, 中은 '공장'을 바꾼다"
런 회장은 AI가 향후 3~5년 내에 산업계에 가장 큰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그 방향성은 미국과 다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범용인공지능(AGI)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반면, 중국의 노력은 특정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화웨이의 연구 우선순위 역시 AGI라는 거창한 꿈보다는, 당장 현장에 적용 가능한 '실용주의(Pragmatism)'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AI는 제조업, 의료 및 기타 부문에서 실질적인 진보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런 회장은 중국 중공업 현장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제철소들은 이제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용광로 온도와 연료 비율을 관리하고, 몇 시간 후의 쇳물 화학 성분을 예측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수백 미터 지하 탄광에서는 자동화 시스템이 가스 누출과 침수를 예측한다. 항만과 노천광산에서도 유사한 AI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변화도 언급했다. "이미 대규모 모델이 코딩 작업의 약 30%를 자동화했으며, 이 비율은 7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컴퓨팅 과잉 온다"…AI 거품론 경고
가장 주목할 발언은 현재의 '칩 부족' 현상에 대한 반박이다. 런 회장은 "산업계의 기대와 달리 컴퓨팅 용량의 공급이 결국 수요를 초과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대중들은 화웨이의 슈퍼노드 용량 같은 수치에 집착하며 컴퓨팅 수요를 선형적(Linear)으로만 생각하지만, 실제 산업 수요는 비선형적이라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백 개의 거대 모델을 만드는 건 필요한 실험 과정이지만, 상업적 가치는 결국 엔지니어가 이를 실제 현장에 얼마나 잘 적용하느냐(Deployment)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만 잔뜩 쌓아두고 쓸모를 찾지 못하는 '과잉의 역설'을 경계한 셈이다.
美 장비 막히자 '사람'으로 때웠다
런 회장은 이날 미국의 제재로 인한 기술 공백을 메우기 위해 화웨이가 감행한 독한 인력 전략의 일면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오지(remote regions)의 대학생 수천 명을 모집해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다루는 훈련을 시켰고, 이수자에게 기술 인증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양성된 전문 인력만 3000명이 넘는다.
이는 최신 장비 수입이 막힌 상황에서, 구형 장비를 개조하거나 자체 개발한 설비를 운용하기 위해 고도의 숙련된 인력을 '인해전술'로 투입했음을 시사한다. 런 회장은 "이제 대졸자가 이런 생산 라인에서 일하는 것이 표준(Norm)이 될 것"이라며 정밀 제조업의 인력 고도화를 강조했다.
그는 젊은 피의 수혈 성과도 자랑했다. 전 지구적 기상 모델을 제안한 22세 중국인 엔지니어와, AI 칩의 핵심인 승수(Multiplier) 아키텍처에 영향을 줄 나머지 알고리즘(Remainder algorithm)을 개발한 22세 러시아 엔지니어의 사례를 들며 "초기 경력 엔지니어들이 벌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양자컴퓨터·핵융합, 서두른다고 안 돼"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에 대해서는 "결국 성공하겠지만 핵융합처럼 불가피하면서도 일정 잡기 어려운 기술"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그는 "화웨이는 기술이 성숙하면 그때 도입할 계획"이라며, 양자 기술이 암호화 체계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위협이 발생하면 그때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런 회장은 미국의 제재에 대해 "대부분의 중국 기업은 여전히 미국 기술을 쓸 수 있어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화웨이는 어쩔 수 없이 자체 기술로 밀고 나가야 한다"며 "이는 피할 수 없지만 장기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규정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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