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ETF 수익률 55% 돌파…S&P500 세 배 초과 달성

미국 증시가 올해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일부 배당 상장지수펀드(ETF)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크게 웃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배런스는 10일(현지 시각) 미국 투자정보업체 모닝스타 자료를 인용해 올해 배당 ETF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한 퍼스트 트러스트 STOXX 유럽 셀렉트 배당 인덱스 ETF가 55%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배런스에 따르면 올해 S&P500지수가 16% 상승한 가운데 국제 배당펀드들이 미국 배당펀드를 크게 앞지르는 성과를 거뒀다. 1200억 달러(약 176조 원) 규모의 뱅가드 배당 어프리시에이션 ETF는 14% 수익률을 기록했고, 700억 달러(약 103조 원) 규모의 슈왑 US 배당 에퀴티 ETF는 3.9% 수익률에 그쳤다. 배런스는 "기술주 중심 성장주 랠리 속에서 많은 배당 ETF가 시장 수익률을 따라잡기 어려웠지만, 국제 배당펀드들은 예외였다"고 전했다.


국제 배당펀드들의 뛰어난 성과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가장 큰 요인은 달러 약세다. 미국 달러는 올해 유로화 대비 11% 하락했다. 모건스탠리 리서치에 따르면 이는 지난 50년 이래 가장 큰 하락폭이다.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경우 해외 자산과 배당금의 가치가 미국 투자자에게는 자동으로 상승해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린다.
아이셰어스 인터내셔널 셀렉트 배당 ETF는 유럽을 넘어 더 광범위한 국제 배당주에 투자하면서 48% 수익률을 기록했다. 위즈덤트리 인터내셔널 하이 배당 펀드도 38% 수익률로 뒤를 이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미국 주식의 고평가 우려가 투자자들을 해외 시장으로 이동시킨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지수는 내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22배에 이르지만, 선진국 주식들은 15배 수준에 그친다.


국제 배당펀드 강세의 또 다른 핵심은 유럽 은행주 급등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현재 예금금리를 2.0%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은행들이 안정적 수익 환경을 누리고 있다. ECB는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물가가 2% 목표치 근처에서 안정세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럽 은행주들은 수년간 부진한 성과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ECB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유로존 은행 주가지수는 13.6% 상승했다. 건전한 신용 프로필과 안정적 금리 환경이 은행 수익성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ECB 금리는 2% 수준으로 대출 수요를 자극하면서도 은행들이 적정 수익을 거둘 만큼 충분히 높다.
국제 배당펀드들은 유럽과 기타 해외 은행주를 대거 편입하고 있어 이런 추세에서 큰 혜택을 받고 있다.


미국 배당펀드 가운데서도 일부는 S&P500지수를 넘어서는 성과를 거뒀다. 캐피털 그룹 배당 밸류 ETF는 25% 수익률을, 피델리티 배당 ETF 포 라이징 레이츠는 22%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들 펀드의 공통점은 기술주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배런스는 "이들 펀드는 거대 배당수익률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시장수익률을 따라잡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피델리티 펀드는 금리 인상에 견딜 수 있는 종목에 투자하도록 설계됐는데, 이는 주로 탄탄한 현금 흐름을 보유한 대형 기술기업들이다.

증권가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하하는 국면에서 금리 인상 대비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이들 기업이 최근 수년간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런스가 소개한 주요 배당 ETF 5개의 올해 수익률은 퍼스트 트러스트 STOXX 유럽 셀렉트 배당 인덱스 펀드 55%, 아이셰어스 인터내셔널 셀렉트 배당 ETF 48%, 위즈덤트리 인터내셔널 하이 배당 펀드 38%, 캐피털 그룹 배당 밸류 ETF 25%, 피델리티 배당 ETF 포 라이징 레이츠 22% 순이다. 배당수익률은 각각 5.0%, 4.7%, 3.0%, 1.4%, 2.1%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