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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이동로봇 시장 9년 만에 6배 급성장…美 의회 "로봇 국가전략 없인 제조업 부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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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이동로봇 시장 9년 만에 6배 급성장…美 의회 "로봇 국가전략 없인 제조업 부활 없다"

2032년 자율이동로봇(AMMR) 시장 25억 달러 돌파, 연평균 21.8% 고속 성장
美 의회 로봇 코커스 재가동… "AI에 밀린 로봇 경쟁력, 국가 차원서 지원해야"
중국의 '로봇 굴기'와 미국의 '리쇼어링' 사이, 한국 로봇 산업의 골든타임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인 '자율 이동식 조작 로봇(AMMR)' 시장이 2032년까지 현재의 6배 규모로 성장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제조업 리쇼어링(본국 회귀)을 추진하는 미국 의회가 국가 차원의 로봇 육성 전략 마련에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인 '자율 이동식 조작 로봇(AMMR)' 시장이 2032년까지 현재의 6배 규모로 성장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제조업 리쇼어링(본국 회귀)을 추진하는 미국 의회가 국가 차원의 로봇 육성 전략 마련에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인 '자율 이동식 조작 로봇(AMMR)' 시장이 2032년까지 현재의 6배 규모로 성장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제조업 리쇼어링(본국 회귀)을 추진하는 미국 의회가 국가 차원의 로봇 육성 전략 부재를 질타하고 나섰다.

영국 산업 전문지 인더스트리 투데이와 미국 로봇 전문매체 더 로봇 리포트는 12(현지시각) 급성장하는 AMMR 시장 현황과 워싱턴 D.C.에서 열린 의회 로봇 코커스(Congressional Robotics Caucus)의 움직임을 각각 보도했다. 이는 로봇이 이제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국가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안보 자산으로 격상했음을 보여준다.

물류·제조 현장의 '만능 일꾼', 21.8% 폭풍 성장


AMMR은 스스로 이동하는 자율주행 기술과 물건을 집어 올리는 로봇 팔 기능을 결합한 차세대 로봇이다. 인더스트리 투데이가 인용한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343136만 달러(6370억 원)였던 세계 AMMR 시장 규모는 203225969만 달러(37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2024년부터 9년간 연평균 21.77%라는 가파른 성장세다.

성장의 기폭제는 노동력 부족과 전자상거래 확산이다. 특히 물류 창고와 자동차 제조라인에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단순 이동만 하는 무인운반차(AGV)와 달리, AMMR은 이동하며 분류, 조립, 포장까지 수행한다. 보고서는 2023년 기준 '차동 구동(Differential Drive)' 방식이 전체의 약 59%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산로보틱스의 P-시리즈와 같은 고하중(20kg 이상) 처리 로봇 수요가 연평균 23.23%씩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는 무거운 자재를 다루는 자동차 및 중공업 현장에서 인간 노동자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음을 뜻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중국의 '제조 2025' 정책에 힘입어 2023년 기준 매출 점유율 35.24%로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美 의회 "중국은 중학생도 로봇 배우는데…" 위기감 고조


시장 성장과 대조적으로 미국의 정책 대응은 더디다는 지적이 의회 안팎에서 터져 나왔다. 12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의회 로봇 코커스' 회의에서는 "국가 로봇 전략 없이는 제조업 부활도 없다"는 자성론이 쏟아졌다.

밥 라타 하원의원(공화당·오하이오)"우리는 공산주의 중국과 글로벌 경쟁 중이며 2등에게 주는 메달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붕괴한 공급망을 언급하며 리쇼어링의 필수 조건으로 로봇 자동화를 꼽았다. 제이 오버놀트 하원의원(공화당·캘리포니아) 역시 "로봇이 일자리를 뺏는다는 건 오해"라며 "노동력에 맞는 기술을 갖추게 하는 국가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자동화협회(A3) 제프 번스타인 회장은 이날 패널 토론에서 "미국은 전 세계 로봇 공급의 8%만 사용하는 반면 중국은 34%를 차지한다"며 수치로 드러난 격차를 지적했다.

"용접공 15만 명 은퇴 앞둬"… 인력 절벽의 대안은 로봇뿐


미국 제조업 현장의 인력난은 한계치에 다다랐다. 헤더 캐롤 패스 로보틱스 최고매출책임자(CRO)"숙련된 용접공 157000명이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용접 공정의 80%는 여전히 수작업"이라고 토로했다. 인프라 법안 통과로 변압기 수요는 늘었지만, 만들 사람이 없어 납기 기간이 20개월에서 5년으로 늘어난 실정이다.

참석자들은 AI에 쏠린 관심 탓에 하드웨어인 로봇 경쟁력이 소외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시시 카푸어 제너럴 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머신러닝 엔지니어 10명 중 1명만이 실제 로봇 모델을 연구한다""소프트웨어(AI)와 하드웨어(로봇)의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규제 장벽과 표준화 부재, 넘어야 할 산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는 높은 초기 투자 비용과 기술 표준 부재가 꼽힌다. 인더스트리 투데이는 중소기업들이 AMMR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로 복잡한 설치 과정과 전문 운용 인력 부족을 들었다.

브렌던 슐만 보스턴 다이내믹스 부사장은 "돈만 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연방 정부 차원에서 안전 기준과 설계를 조화시키는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폴 아이엘로 화낙(FANUC) 교육 그룹 이사는 "중국은 중학교 과정에서부터 PLC(프로그래밍 제어 장치) 교육을 의무화했다"며 미국의 교육 시스템 개혁을 촉구했다.

미국 의회와 업계는 이번 코커스 재가동을 계기로 '국가 로봇 전략' 수립을 서두를 방침이다. 이는 단순한 산업 지원을 넘어, ·중 기술 패권 경쟁의 승부처가 AI에서 로보틱스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韓 로봇, '움직이는 팔'에서 해법 찾아야


이번 외신 보도는 한국 로봇 산업에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단순히 바퀴 달린 배송 로봇이나 고정된 협동 로봇을 넘어, 이 둘을 결합한 '이동형 조작 로봇(Mobile Manipulator)'이 차세대 주력 상품이라는 점이다.

현재 한국은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느끼는 위기감은 한국에도 유효하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미국의 기술 리쇼어링 사이에서 한국은 '넛크래커' 신세가 될 위험이 있다.

국내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세 가지다. 첫째,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통합이다. 미국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AI만으로는 공장을 돌릴 수 없다. AI 두뇌를 가진 로봇 하드웨어 제조사가 실질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다. 둘째, 고하중 처리 기술이다. 물류뿐만 아니라 중공업, 건설 현장에서도 쓰일 수 있는 20kg 이상 가반하중(Payload) 로봇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셋째, 전문 인력 양성이다. 로봇을 운용하고 유지보수할 현장 기술자(Technician) 양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로봇 도입은 공허한 구호에 그친다.

미국이 로봇 국가전략을 짜기 시작했다는 것은 곧 글로벌 표준과 무역 장벽이 생긴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지금 당장 'K-로봇'의 정교한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