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실리콘 디코드] 美 AI 차르 "中, 엔비디아 H200 거부 중"…"화웨이 키우려는 中 전략에 역이용 당해"

글로벌이코노믹

[실리콘 디코드] 美 AI 차르 "中, 엔비디아 H200 거부 중"…"화웨이 키우려는 中 전략에 역이용 당해"

백악관 데이비드 삭스 "중국, 반도체 자립 위해 미국 칩 수입 안 해" 공개 발언
美, '구형 칩' 판매로 화웨이 시장 점유율 뺏으려 했으나…中 정부, 국내 칩 장려로 맞대응
미국 정부가 대중 수출을 승인한 엔비디아 H200 AI 칩이 중국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백악관 AI 정책 책임자인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는 중국이 반도체 자립과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H200 수입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정부가 대중 수출을 승인한 엔비디아 H200 AI 칩이 중국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백악관 AI 정책 책임자인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는 중국이 반도체 자립과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H200 수입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 수출을 허용한 엔비디아의 H200 AI 칩이 중국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rejecting)"는 주장이 백악관 고위 인사로부터 나왔다.

백악관 AI 정책 책임자(AI czar)인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는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테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우리의 칩을 거부하고 있다.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 같다"며, 그 이유를 "반도체 독립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 H200 거부 전략 간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엔비디아의 H200 대중 수출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화웨이 등 중국 기술 기업에 미국 기업과의 경쟁을 유도하여 이들의 성장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계산이었다.

하지만 삭스 책임자는 이 전략이 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가 계산했던 것(최첨단이 아닌 뒤처진 칩을 팔아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으려던 것)을 중국 정부가 간파한 것 같다"며, 이것이 중국이 H200 수입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H200은 2023년에 출시되어 작년부터 출하되기 시작한 호퍼(Hopper) 세대의 칩으로, 최신 블랙웰(Blackwell) 라인보다 한 세대 뒤처진 구형으로 분류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기술 격차가 H200 수출을 승인한 주요 명분이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화웨이 키우기 위한 700억 달러 지원책


삭스 책임자의 발언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서 수익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킨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올해 중국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를 500억 달러로 추정했지만, 엔비디아는 이 시장의 수익을 전망치에서 완전히 제외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이 H200을 수용할 경우, 연간 약 100억 달러(약 14조 원)의 매출 기회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중국이 자국 칩 제조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 700억 달러(약 103조 원)에 달하는 인센티브 패키지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미국의 수출 허용에도 불구하고 화웨이, 캠브리콘(Cambricon Technologies Corp.) 등 자국 기업을 계속 지원할 것임을 시사한다.

미국 관리들은 H200 수출 허용을 결정할 당시, 화웨이가 수백 개의 프로세서를 연결하여 개별 칩의 성능 열위를 보완하는 AI 플랫폼인 '클라우드 매트릭스 384'를 통해 H200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H200, H20처럼 외면당할까


중국은 H200 수출 승인에 대해 공개적으로 수입을 허용하겠다는 입장도, 거부하겠다는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미 올여름 트럼프 행정부가 수출을 허용했던 저성능 칩 H20을 자국 기업들이 외면하도록 유도한 바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H200이 이전에 허용되었던 H20보다 AI 훈련 및 추론 성능이 훨씬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자국산 칩으로 대체할 수 없는 이유'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등 H200 구매에 대한 규제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의 기술 우위와 상관없이 기술 자립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중국의 확고한 전략을 보여준다.

[Editor’s Note]


백악관 AI 책임자의 이 발언은 미국의 '제재와 유화 병행' 전략이 중국의 '기술 자립' 전략에 의해 역공당할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미국은 H200이라는 '약간 뒤처진 무기'를 풀어 화웨이의 성장을 억제하려 했지만, 중국은 이 기회마저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미국 의존도를 끊는 명분으로 삼고 있습니다. H200 수입 거부 가능성은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회복을 불투명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AI 생태계에서 더욱 빠르게 자리를 잡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