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고 전략가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교수의 시선으로 본 미중 패권 경쟁의 본질과 동아시아 질서의 재편
이미지 확대보기브랜즈 교수는 미중 경쟁을 단기적 충돌이나 일시적 패권 다툼으로 보지 않는다. 그의 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메시지는 하나다. 지금의 경쟁은 체제와 질서, 그리고 시간의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어느 한 번의 위기로 끝나지 않으며, 한 세대 이상 지속될 구조적 경쟁이라는 인식이 그의 분석의 출발점이다.
브랜즈에게 패권이란 단순한 힘의 우위가 아니다. 그것은 국제 질서의 규칙을 설계하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떤 국가의 판단이 기준이 되는가를 결정하는 능력이다. 이 관점에서 그는 중국의 부상을 미국 쇠퇴의 결과가 아니라, 미국 중심 질서 자체가 스스로 만들어낸 구조적 도전으로 해석한다.
중국은 미국이 만든 질서가 낳은 도전자
브랜즈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부상이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 속에서 가능해졌다고 본다. 개방된 시장과 기술 교류, 글로벌 공급망, 규칙 기반 무역 체계는 중국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었다. 그러나 이 질서는 중국이 충분한 역량을 축적한 뒤에는 더 이상 미국에만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그의 분석에서 중요한 지점은 여기다. 미국은 전후 질서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질서가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경쟁자를 양산하는 구조였다는 점을 과소평가했다. 중국은 이 질서의 규칙을 학습했고, 이제는 그 규칙을 재해석하거나 수정하려는 단계로 진입했다.
기술과 군사의 결합이 만드는 새로운 패권 양상
브랜즈는 오늘날의 패권 경쟁을 과거 냉전과 단순 비교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는 현재의 경쟁이 훨씬 더 복합적이며 위험하다고 본다. 이유는 기술과 군사력이 이전보다 훨씬 긴밀하게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22년 출간된 저서 '위험 지대(Danger Zone)'에서 이 같은 분석을 제시한 뒤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인공지능과 우주 기술, 사이버 영역과 정밀 타격 능력은 군사적 우위를 단순한 병력 규모가 아닌 정보와 속도의 문제로 전환시킨다. 이는 전쟁이 발생할 경우 초기 국면에서 승패가 결정될 가능성을 높인다. 브랜즈는 이러한 구조가 위기 관리의 여지를 줄이고, 오판의 위험을 증폭시킨다고 경고한다.
중국 전략의 인내와 미국 전략의 조급함
브랜즈의 글에서 자주 대비되는 구도는 중국의 장기 인내 전략과 미국의 단기 압박 전략이다. 중국은 결정적 충돌을 피하면서도 꾸준히 역량을 축적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기술과 군사, 외교를 동시에 강화하며 미국이 선택의 순간마다 비용을 느끼도록 만든다.
반면 미국은 위기마다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받는 정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선거 주기와 여론, 동맹 관리라는 현실은 장기 전략을 유지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한다. 브랜즈는 이 비대칭성이 장기 경쟁에서 미국의 가장 큰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아시아가 핵심 무대가 되는 이유
브랜즈는 미중 경쟁의 중심 무대가 유럽이 아니라 동아시아에 있다고 분명히 말한다. 동아시아는 중국의 핵심 안보 이해가 걸린 지역이며, 동시에 미국의 신뢰성이 시험받는 공간이다. 대만과 남중국해, 동중국해는 각각 별개의 분쟁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적 연결망으로 작동한다.
이 지역에서의 균형이 무너질 경우, 그 여파는 전 세계로 확산된다. 브랜즈는 동아시아에서의 패배가 단지 지역적 손실이 아니라,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전반에 대한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억제의 붕괴와 충돌의 위험
브랜즈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억제의 안정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양국 모두 전면전을 원하지 않지만, 경쟁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통제되지 않은 충돌 가능성은 커진다. 기술 발전은 전쟁의 문턱을 낮추기도 하고, 동시에 전쟁의 파괴력을 키운다.
그는 특히 회색지대 전략과 제한적 충돌이 누적될 위험을 경고한다. 작은 위기가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는 냉전 시기의 미소 관계보다 훨씬 불안정한 환경이다.
동맹 질서의 시험대
브랜즈는 동맹을 미중 경쟁의 결정적 변수로 본다. 미국의 힘은 단독 능력뿐 아니라 동맹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그러나 동맹은 자동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동맹국들은 비용과 위험을 계산하며, 미국이 끝까지 개입할 의지가 있는지를 관찰한다.
중국은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한다. 직접 충돌보다는 동맹국들이 미국의 약속을 의심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브랜즈는 동맹 신뢰의 균열이 군사적 패배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에 대한 간접적 함의
브랜즈의 분석은 한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분명한 함의를 던진다. 동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이 흔들릴수록, 지역 국가들은 선택의 압박을 받게 된다. 한국은 이 경쟁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으며, 그 위치 자체가 전략적 자산이자 부담이다.
브랜즈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단기적 정책 선택이 아니라 장기적 질서 인식이다. 미중 경쟁은 일시적 국면이 아니라 구조적 환경이며, 한국은 이 환경 속에서 자신의 생존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브랜즈가 던지는 최종 경고
할 브랜즈의 글이 궁극적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미중 경쟁은 피할 수 없으며, 그 결과는 자동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략과 인내, 동맹과 신뢰가 향후 질서를 좌우한다.
그는 미국이 과거의 승리 공식을 그대로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동시에 중국 역시 힘의 축적이 곧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패권 경쟁의 긴 밤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며, 이 밤을 어떻게 견디느냐가 다음 질서의 성격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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