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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2035년 56조원 규모 전망…中, 美 8분의 1 가격으로 양산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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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2035년 56조원 규모 전망…中, 美 8분의 1 가격으로 양산 경쟁 본격화

골드만삭스 전망 6배 상향, 아지봇 세계 최초 5000대 생산
테슬라 내년 10만대 목표…삼성·현대 '휴머노이드 동맹' 가세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서밋’ 전시장 안에서 한 관람객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서밋’ 전시장 안에서 한 관람객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힘입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폭발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2035380억 달러(5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3년 예측치의 6배에 해당한다.

대만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19(현지시각) 미국과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AI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에서, 중국은 하드웨어 혁신 속도와 원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中 아지봇, 세계 최초 5000대 양산 달성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아지봇(AgiBot)은 이달 8일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링시X2' 5000번째 제품을 출고했다. 단일 업체가 휴머노이드 로봇 5000대를 양산한 것은 세계 최초다.

중국 로봇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유니트리(Unitree)가 올해 7월 출시한 'R1'은 대당 5900달러(870만 원),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가격의 8분의 1 수준이다. 미국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짓(Digit)'이 대당 25만 달러(36900만 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액추에이터, 모터, 감속기 등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하고 완제품까지 일괄 생산하는 '원스톱' 체계를 구축했다. 치열한 내수 경쟁이 원가 절감을 촉진하고, 거대한 제조업 기반이 대규모 실증 환경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유비테크(UBtech)BYD 창사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배치해 작업 효율을 2배로 끌어올렸다. 유비테크는 지난해 12월 홍콩증시에 상장해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상장 기업이 됐다.

, AI 소프트웨어·대형언어모델서 압도적 우위


미국은 AI 알고리즘과 파운데이션 모델에서 기술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테슬라 '옵티머스'는 자율주행에서 축적한 시각 인식과 모션 제어 기술을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옵티머스 생산량을 510만 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목표 판매가는 대당 2~3만 달러(2950~4430만 원).

스타트업 피겨AI(Figure AI)는 올해 9월 시리즈C 투자에서 390억 달러(57조 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오픈AI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피겨AIBMW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11개월간 휴머노이드 로봇을 가동해 3만 대 이상의 BMW X3 생산에 기여했다. 금속 부품 9만 개 이상을 적재하며 정확도 99%를 달성했다.

골드만삭스 재클린 두 중국 산업기술 리서치 헤드는 "AI 발전 속도가 우리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며 시장 전망을 상향 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비전-언어-행동(VLA) 모델 등 AI 기술이 로봇의 범용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韓 삼성·현대, 휴머노이드 시장 진출 본격화


한국 대기업들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35%로 확대해 최대주주가 됐다. 총 투자액은 약 24000만 달러(3500억 원).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15년 미국 국방부 주관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우승한 '휴보' 개발팀이 창업한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 직속으로 미래로봇사업단을 신설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0년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88000만 달러(13000억 원) 에 인수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에 210억 달러(31조 원) 를 투자하고, 이 가운데 60억 달러(88700억 원)를 혁신 분야에 배정할 계획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버트 플레이터 CEO"현대차그룹이 우리의 최대 고객이 될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 수만 대 구매 계획을 언급했다.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4월 출범한 'K-휴머노이드 얼라이언스'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HD현대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등 40개 이상 기관이 참여한다. 목표는 2029년부터 연간 1000대 이상 양산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AI 기술력과 중국의 가격 경쟁력 사이에서 한국이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 역량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