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버에 메모리 몰리자 부품 공급난 심화…저가폰 원가 30% 급등
삼성·애플, 수직계열화로 중국 업체 제치고 점유율 19% 공동 1위 전망
삼성·애플, 수직계열화로 중국 업체 제치고 점유율 19% 공동 1위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스마트폰 제조에 쓸 부품이 모자라게 됐기 때문이다. 부품값이 치솟자 스마트폰을 만드는 비용도 크게 올라 제조사들이 생산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16일 발표한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 트래커 및 전망' 보고서에서 2026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보다 2.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9월 전망치(0.5% 증가)보다 2.6%포인트나 낮춘 수치다.
AI가 메모리 빨아들이자 스마트폰 부품난 심화
출하량 감소의 핵심 원인은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제조원가(BOM) 급등이다. 엔비디아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가 폭증하면서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주요 메모리 업체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고부가 제품 생산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빠듯해졌다.
카운터포인트는 메모리 가격이 내년 2분기까지 최대 40%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높아진 제조원가도 현재보다 8%에서 15% 이상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카운터포인트 조사 결과에서는 현재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제품이 200달러(약 29만 원) 미만 저가형 시장으로 나타났으며, 연초 이후 제조원가가 20~30% 늘었다고 밝혔다. 중·고가 시장도 10~15% 수준의 원가 상승이 뒤따랐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4분기 D램 고정거래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이상 오를 전망이다. PC용 범용 D램(DDR4 8Gb)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가는 전달보다 15.7% 오른 8.1달러를 기록해 2018년 9월 이후 7년 2개월 만에 8달러를 넘었다.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 점유율 19%로 1위 유지 전망…중국 업체는 직격탄
메모리 가격 급등의 충격은 저가형 제품 비중이 높은 중국 제조사에 집중될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는 아너, 오포, 비보 등 중국 주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의 전망치가 가장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해 저가형 모델 생산을 줄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왕양 카운터포인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저가 가격대에서 스마트폰 가격의 급격한 인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비용 전가가 어려울 경우 제조사들은 제품 포트폴리오 일부를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상대적으로 선방할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6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9%로 애플과 공동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출하량 성장률은 -2.1%로 시장 평균 수준을 유지하며, 아너(-3.4%) 등 중국 경쟁사의 하락 폭보다 양호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부터 완제품까지 자체 생산 능력을 갖춘 '수직계열화' 구조로 부품 수급과 원가 방어에서 중국 업체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에 따르면 회사는 갤럭시 AI 스마트폰과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갤럭시 생태계를 강화하고 매출 성장을 이어갈 방침이다. 고가 라인업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도 수익성 방어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미지 확대보기소비자 부담 커진다…평균 판매가 6.9% 상승 전망
제조사들은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일부 부품 사양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내년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은 올해보다 6.9% 오를 전망이다. 지난 9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3.6%)보다 거의 두 배 상향 조정한 수치다.
중국 시장에서는 이미 가격 인상이 시작됐다. 비보 'X300' 시리즈는 전작보다 100~300위안(약 2만~6만 원) 올랐고, 오포 'Find X9'은 200위안(약 4만 원), 리얼미 'GT8'은 300~400위안(6만~8만 원) 상승했다. 샤오미가 최근 출시한 저가형 레드미 K90 시리즈도 직전 세대보다 약 100위안 올라 현지 소비자 논란이 일었다.
인도에서도 삼성전자와 오포, 비보 등이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 A17, F31, T4x 등의 가격을 최고 2000루피(약 3만 2800원) 인상했다. 출고가가 20만~30만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10%가량 오른 셈이다.
일부 제조사는 가격 인상을 억지하기 위해 카메라 모듈, 디스플레이, 오디오 부품 등의 사양을 낮추거나 구형 부품을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원가를 방어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일부 모델에서 카메라 모듈과 페리스코프 솔루션, 디스플레이, 오디오 부품, 그리고 메모리 구성까지 사양을 낮추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내년 2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 등 국제 투자기관은 2027년까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업체들이 과거 증설 과잉으로 타격을 입은 경험 때문에 설비투자 속도를 조절하며 가격으로 수익을 방어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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