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파운드리 시장 72% 장악한 TSMC, 3·5나노로 전년비 40.8%↑…삼성 6.8% 수율 고전
메모리는 삼성·SK '슈퍼사이클'…DDR5 가격 3배 폭등에 4분기 합산 영업익 30조 첫 돌파
2나노 양산·CoWoS 병목 현실화…"파운드리 집중 vs 메모리 부족" 구조적 공급난 2027년까지
메모리는 삼성·SK '슈퍼사이클'…DDR5 가격 3배 폭등에 4분기 합산 영업익 30조 첫 돌파
2나노 양산·CoWoS 병목 현실화…"파운드리 집중 vs 메모리 부족" 구조적 공급난 2027년까지
이미지 확대보기TSMC 독주·삼성 6.8% 점유율…파운드리 '승자 독식' 심화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은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848억달러 매출을 올렸다. AI 가속기와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가 첨단 공정 생산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면서 팬데믹 이후 침체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평가다.
TSMC는 3분기 매출이 전년비 40.8% 급증(약 48조 원)하며 순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71~72%를 차지했다. 3나노(nm)와 5나노 공정이 전체 웨이퍼 매출의 74%를 견인했다. 특히 3나노 단독으로 전체 수익의 23%를, 엔비디아 블랙웰 플랫폼 등에 쓰이는 5나노가 37%를 기록했다. 순수 파운드리 부문만 따로 집계하면 전년비 29%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시장 점유율 약 6.8%에 머물렀다. SF3(3나노)와 SF2(2나노) 공정의 수율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AI 특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공급망 다각화를 원하는 기업들에 여전히 중요한 대안이지만, TSMC의 일관된 수율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은 파운드리 매출 42억 달러(약 6조 2100억 원)를 기록하며 18A 공정의 제한적 양산에 돌입했다. 중국 SMIC는 95.8%의 높은 가동률을 달성하며 전 세계 3위 자리를 확보했으나, 국제 무역 정책 제한으로 최첨단 AI 공정 진입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CoWoS 패키징 병목·2나노 전환…첨단 공정 경쟁 격화
파운드리 시장에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것은 첨단 패키징 병목 현상이다. 칩온웨이퍼온기판(CoWoS) 기술은 AI 가속기에 필요한 고대역폭과 고밀도 통합을 제공하는 핵심 기술이지만, 3분기 내내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 TSMC는 이에 따라 2025년 자본지출을 400억~420억 달러(약 59조~62조 원)로 늘리고 패키징 생산 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파운드리 성공 기준이 트랜지스터 미세화를 넘어 여러 칩렛의 효과적 연결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스템온통합칩(SoIC) 전환이 2026년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2나노 양산 전환도 임박했다. TSMC는 N2 공정을, 인텔은 18A 공정을 2025년 말~2026년 초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2나노 기반 제품이 2026년 초 시장에 출시되면서 에너지 효율과 컴퓨팅 성능이 또 한 번 도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DDR5 가격 3배 폭등…메모리 양강 '초호황' 누려
AI 수요가 파운드리 호황을 이끄는 동안, 메모리 시장은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독일 IT매체 PC게이머하드웨어 램 바로미터에 따르면 인기 DDR5 메모리 키트 가격이 최근 몇 주간 3배 이상, 일부는 4배까지 치솟았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DDR5 16GB(2GX8)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전월 대비 2.2배 오른 19.5달러로 나타났다.
미국 시스템 제조업체 패러독스커스텀스는 21일 게이밍PC 구성 옵션에서 램(RAM) 선택을 생략할 수 있는 메뉴를 추가했다. 회사 측은 "지속되는 램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고객이 이미 보유하거나 다른 곳에서 구입한 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도매가가 지나치게 높아져 소규모 시스템 제조업체들이 구매 의무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재고를 처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모리 가격 폭등의 최대 수혜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양사는 4분기 계약에서 전분기 대비 약 40% 인상된 단가로 공급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이 15조 1000억 원, SK하이닉스는 16조 2000억 원을 기록해 양사 합산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3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D램 영업이익률은 53%로 전년 대비 21%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분석된다.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AI 수요로 인한 구조적 공급 부족이 자리 잡고 있다.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클린룸과 장비를 우선 배정하면서 범용 메모리 생산 여력이 크게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6년 서버용 D램 수요는 올해보다 35% 증가하지만, 메모리 공급 증가율은 23%에 그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위기가 2027년 이후에나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와 번스타인 등 시장조사업체들은 메모리 가격이 2026년 2분기까지 현재보다 50%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AI 가속기와 HPC용 HBM 수요가 범용 메모리 생산 능력까지 잠식하면서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편 파운드리 시장의 17% 성장은 AI 투자가 단순한 투기가 아니라 대규모 물리 인프라 구축으로 뒷받침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첨단 반도체 제조의 70% 이상이 한 회사에 집중된 상황은 지정학적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규 파운드리 공장(팹) 건설에 시설당 200억 달러(약 29조 6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면서 진입 장벽이 높아진 점도 문제로 꼽힌다. 월가에서는 최신 실리콘을 확보한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스타트업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혁신이 억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반도체 산업은 단순히 더 많은 칩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더 복잡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파운드리 2.0' 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웨이퍼 제작과 첨단 패키징, 시스템 수준 테스트를 통합 제공하는 풀스택 서비스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