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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장벽 비웃는 ‘AI 인프라’ 특수…中 전력·냉각 기기 수출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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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장벽 비웃는 ‘AI 인프라’ 특수…中 전력·냉각 기기 수출 호황

변압기 수출액 전년比 36% 급증… 美·유럽 공급 부족에 중국산 ‘속도’로 승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액체 냉각 기술까지… AI 데이터 센터가 중국 기업의 ‘기회’
서버실 양쪽 통로 양쪽에는 컴퓨터 서버가 가득 꽂혀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여 고객에게 클라우드 컴퓨팅 및 기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서버실 양쪽 통로 양쪽에는 컴퓨터 서버가 가득 꽂혀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여 고객에게 클라우드 컴퓨팅 및 기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예고와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중국의 전력 장비 및 냉각 시스템 업체들이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건설 붐에 힘입어 전례 없는 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공급망이 노후화되고 생산 능력이 한계에 부딪히자,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를 앞세운 중국산 인프라 장비가 그 빈자리를 빠르게 파고드는 형국이라고 24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 “주문하면 1년 내 도착”... 미국 변압기 부족의 ‘구원투수’


AI 데이터 센터는 일반 센터보다 전력 소모가 막대해 변압기 등 전력망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다. 현재 미국은 전력 변압기 수요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올해에만 약 30%의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한국, 일본, 유럽 업체는 변압기 주문 후 인도까지 2~3년이 걸리는 반면, 중국 업체는 1년 이내에 공급이 가능하다.

올해 1~11월 중국의 변압기 수출액은 약 580억 위안(약 10조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3% 증가했다.

세계 최대 변압기 업체인 테비안 전기(TBEA)는 해외 계약 가치가 전년 대비 65.9%나 폭증했다. 시위안 전기(Sieyuan Electric)는 미국의 관세 위협에도 불구하고 현지 자회사를 설립하고 홍콩 2차 상장을 추진하는 등 정공법을 택했다.

◇ 배터리 ESS 시장도 ‘싹쓸이’… “글로벌 에너지 저장은 중국의 것”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부하를 조절하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시장에서도 중국의 지배력은 압도적이다.

올해 1~10월 전 세계 ESS 배터리 출하량은 70% 급증했으며, 이는 중국의 수출이 61% 증가한 데 힘입었다.
세계적 인버터 업체 선그로우(Sungrow)는 지난 10월부터 미국 클라우드 기업(하이퍼스케일러)들로부터 데이터 센터용 ESS 주문 문의를 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LG 등 경쟁사들이 증설에 나서고 있으나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글로벌 기업들은 결국 CATL, EVE 에너지 등 중국산 배터리를 계속 수입해야 하는 처지다.

◇ 냉각 시스템과 네트워킹 장비까지… ‘차이나 플랫폼’ 확장


AI 칩의 열을 식히는 냉각 솔루션과 네트워킹 장비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영토 확장이 거세다.

전기료가 저렴한 동남아시아로 중국 빅테크(알리바바, 텐센트 등)들이 데이터 센터를 옮기면서, 기존 관계를 맺어온 중국 냉각 장비 업체들의 동반 진출이 활발하다. 특히 액체 냉각용 배관 및 매니폴드 시장에서 중국산의 비중이 높다.

노무라는 2026년까지 광케이블, 트랜시버, 구리 케이블 등 AI 네트워킹 부품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보며, 기술 장벽을 극복한 중국 선도 공급업체들이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내다봤다.

◇ 남은 과제: 기술 인증과 판매망 확보


다만, 소규모 중국 업체들에게는 국가별 상이한 기술 표준과 인증 절차, 그리고 보수적인 전력 회사들과의 판매 채널 확보가 높은 장벽으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제품 품질과 가격 우위만으로는 부족하며, 현지 당국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글로벌 확장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