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산업성, 내년 예산 3조엔 돌파… 라피더스·물리적 AI에 1.2조엔 집중 배정
美 마벨, 4.6조원에 세레스티얼AI 인수… 엔비디아·브로드컴 추격 '승부수'
국가 주도 '제조 인프라'와 민간 주도 '차세대 연결 기술'로 경쟁 축 양분
美 마벨, 4.6조원에 세레스티얼AI 인수… 엔비디아·브로드컴 추격 '승부수'
국가 주도 '제조 인프라'와 민간 주도 '차세대 연결 기술'로 경쟁 축 양분
이미지 확대보기디지타임스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26일(현지시각) 일본 경제산업성(METI)이 2026회계연도 예산안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반도체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의 대규모 인수 합병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단순한 칩 생산을 넘어 국가 안보 차원의 인프라 구축과 패키징 기술 혁신으로 확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日, '기술 주권' 위해 예산 4배 증액… 라피더스에 사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내각은 26일 경제산업성의 2026년도 예산안을 승인했다. 총예산은 올해보다 약 50% 늘어난 3조 700억 엔(약 28조 3300억 원) 규모다. 이 중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에만 1조 2300억 엔(약 11조 3500억 원)을 배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일본 정부의 '라피더스(Rapidus)' 띄우기다. 일본 정부는 최첨단 로직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설립한 라피더스에 1500억 엔(약 1조 3800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 이로써 라피더스에 들어간 정부 누적 투자액은 2500억 엔(약 2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해외 파운드리(위탁생산) 의존도를 낮추고 차세대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새로운 국가 전략인 '물리적 AI(Physical AI)' 육성 계획도 구체화했다. 일본 정부는 로봇과 산업기계를 직접 제어하는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3873억 엔(약 3조 5700억 원)을 투입한다. 닛케이는 이러한 예산 편성이 디지털 기술과 에너지, 안보 정책을 하나로 묶는 '경제안보형 산업정책'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안보와 희토류 등 핵심 광물 확보에도 1조 1500억 엔(약 13조 8400억 원)을 배정해 공급망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美 마벨, 4조 6000억 원 베팅… '빛'으로 데이터 전송
일본이 국가 주도로 '제조 거점'을 다지는 동안, 미국 민간 진영에서는 AI 데이터센터의 효율을 극대화할 기술 선점 경쟁이 불붙었다. 통신 반도체 강자 마벨 테크놀로지는 26일 광전 융합(Silicon Photonics) 기술 스타트업인 '세레스티얼AI(Celestial AI)'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32억 5000만 달러(약 4조 6900억 원)에 이른다. 세레스티얼AI는 삼성전자와 TSM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이다. 이들이 보유한 '광 I/O(입출력)' 기술은 전기 신호 대신 빛을 이용해 칩과 칩 사이를 연결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마벨은 이번 인수로 데이터센터의 고질적 문제인 전력 소모와 데이터 병목 현상을 해결하려 한다. 기존 전기 배선보다 전력 효율이 높고 데이터 전송 속도도 획기적으로 빠르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마벨이 이번 인수를 통해 광전 융합 분야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을 맹추격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세레스티얼AI의 기술은 엔비디아의 인터커넥트 기술인 'NV링크'에 대항하는 표준 규격 'UA링크'를 활용해 호환성도 확보했다.
제조와 기술의 '쌍끌이'… 격화하는 주도권 다툼
전문가들은 이번 일본 정부의 예산 폭격과 미국 기업의 기술 투자를 두고 "반도체 산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의 움직임은 철저히 '국가 대항전' 성격이 짙다. 반도체와 AI를 에너지 정책 특별회계에 포함한 것은 이 산업을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국가 생존 필수 요소로 규정했다는 뜻이다. 라피더스의 성공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일본 정부의 막대한 자금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반면 마벨의 움직임은 '기술 초격차'를 위한 생존 본능이다. AI 연산량이 급증하면서 칩 자체의 성능 못지않게 칩 간 연결 속도가 중요해졌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관계자는 이번 인수에 대해 "광전 융합 혁신을 가속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벨은 내년 상반기 인수를 마무리하고 2026년부터 본격적인 제품 상용화에 나선다.
이미지 확대보기삼성·SK도 '빛'의 속도로… 광전 융합 추격전 가속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광전 융합'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AVP(어드밴스드 패키징) 사업팀을 주축으로 2027년까지 'CPO(Co-Packaged Optics)'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꾸는 이 기술이 차세대 파운드리의 핵심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SK하이닉스 역시 메모리 대역폭의 물리적 한계를 넘기 위해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에 광 인터커넥트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다만 마벨이나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들이 설계와 표준화 주도권을 쥐고 앞서가는 형국이라, 국내 기업들은 독자 기술 개발과 동시에 글로벌 생태계와의 전략적 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운 일본의 '제조 부활'과 차세대 인터커넥트 기술을 선점하려는 미국 빅테크의 '기술 혁신'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흐름 속에 놓였다. 한국 기업들도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는 물론, 차세대 패키징과 광전 융합 기술 확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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