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엔비디아 H200 중국 통관 차단…미중 반도체 전쟁 격화

글로벌이코노믹

엔비디아 H200 중국 통관 차단…미중 반도체 전쟁 격화

세관 반입 금지에 100만개 주문 무산 위기…부품업체 생산 전면 중단
트럼프, 무역확장법 232조로 25% 관세…미국 몫만 20조 원 육박
중국 정부가 미국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H200 통관을 차단하면서 100만개 이상 주문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정부가 미국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H200 통관을 차단하면서 100만개 이상 주문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로이터
중국 정부가 미국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H200 통관을 차단하면서 100만개 이상 주문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조건부 수출을 승인했지만, 중국은 자국 반도체 육성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협상 카드 확보를 위해 수입을 사실상 금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디언 등 외신은 지난 17(현지시간) 중국 세관이 H200 칩 통관 신청을 거부했으며, 부품 공급업체들이 재고 부담을 우려해 생산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세관 통관 차단에 기업에 구매 경고까지


파이낸셜타임스는 16(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세관이 지난 7일 선전 지역 물류업체들을 소집해 H200 통관 신청을 당분간 접수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에 인쇄회로기판(PCB) H200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이 생산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세관 차단과 함께 자국 기업들에도 압박을 가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기술기업들과의 회의에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H200을 구매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 관계자는 "당국의 지시 내용이 워낙 엄중해 현재로서는 기본적으로 금수 조치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에서 100만 개 이상 H200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오는 3월부터 본격 납품을 준비했다. 중국 기술기업들은 지난달 기준 개당 27000달러(3980만 원)에 달하는 H200200만 개 이상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 재고량 70만 개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통관 차단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중국 기업들은 이미 주문을 취소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H200 대신 미국 수출 규제로 반입이 금지된 차세대 칩 B200을 암시장에서 조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로 25% 관세 부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H200 등 첨단 컴퓨팅 칩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대만 TSMC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들어온 뒤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관세를 물리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 서명 직후 "H200은 최고 사양은 아니지만 매우 좋은 칩이며, 중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가 원하고 있다""우리는 그 판매액의 25%를 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의 H200 주문이 모두 성사될 경우, 미국 정부가 가져갈 몫은 135억 달러(199000억 원)에 이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22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 관련 파생 제품이 미국 안보를 해칠 위험이 있는 규모와 조건으로 수입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백악관은 팩트시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해 반도체 및 파생 제품 수입에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혀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협상 카드 확보 경쟁


전문가들은 중국의 H200 수입 제한이 오는 4월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카드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크리스 맥과이어 외교관계협의회(CFR) 연구원은 로이터에 "중국은 미국이 AI 칩을 수출하기 위해 필사적이라고 믿는다""수입 승인을 대가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낼 지렛대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바 구존 로디움 그룹 지정학 전략가는 "중국은 미국 주도의 기술 통제를 해체하기 위해 더 큰 양보를 받아낼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15일 사설에서 미국의 조건부 수출을 '차별적'이라며 "범용 수준의 제품 수출을 허용해 상업적 이익을 챙기면서도 기술적 격차를 유지해 장기적 시장 지배를 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최근 AI 스타트업 즈푸AI가 중국산 화웨이 반도체만으로 학습된 AI 모델을 개발하는 등 반도체 자립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H200을 둘러싼 미중 기술전쟁은 반도체를 넘어 AI 패권 경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존 물레나 위원장은 지난 16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으로 향하는 H200 물량이 미국 고객들의 자원을 희생시킬 것"이라며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공급 부족 문제를 제기했다. 메모리 공급 제약이 H200 수출의 새로운 걸림돌로 떠오른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