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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방산 재건에 1조 달러 필요...트럼프 발언에 美 의존 탈피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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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방산 재건에 1조 달러 필요...트럼프 발언에 美 의존 탈피 본격화

라인메탈, 포탄 생산 150만 발로 美 전체 추월...전차·함정은 자급 성공
스텔스기·장거리 미사일은 손 못대...기술 격차 메우려면 10년 걸려
러시아 위협과 트럼프 행정부의 그린란드 발언으로 촉발된 유럽의 자주국방 논의가 대규모 방산 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위협과 트럼프 행정부의 그린란드 발언으로 촉발된 유럽의 자주국방 논의가 대규모 방산 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러시아 위협과 트럼프 행정부의 그린란드 발언으로 촉발된 유럽의 자주국방 논의가 대규모 방산 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4(현지시각) 보도에서 유럽이 미국 군사 장비와 인력을 대체하려면 약 1조 달러(1440조 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분석을 인용한 것이다.

WSJ에 따르면 유럽은 지난해 국방비로 5600억 달러(806조 원)를 지출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2배 규모다. 투자은행 번스타인 분석에 따르면 2035년까지 유럽의 무기 구매 예산이 미국 국방부(펜타곤) 예산의 8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19년에는 30%에 불과했다.

그러나 스텔스 전투기, 장거리 미사일, 위성정보 분야에서 여전히 미국 의존도가 높다. 독자적 무기 생산체계 구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인메탈 등 생산능력 급속히 확대...포탄·전차는 美 앞질러


유럽 방산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 라인메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0222) 이후 16개 공장을 신설하거나 건설 중이다. 155밀리미터(mm) 포탄 생산능력은 연간 150만 발에 이른다. 미국 전체 방산업체를 합친 생산량을 넘어섰다. 이탈리아 방산업체 레오나르도는 2년여 만에 직원을 절반 가까이 늘려 64000명으로 확대했다.

유럽 최대 미사일 제조업체 MBDA는 지난해 봄까지 단거리 미스트랄 방공미사일을 월 40발 생산했다. 러시아 침공 전 월 10발에서 4배 늘어난 수준이다. 대전차미사일 생산량도 월 40발로 2배 증가했다.

드론 제조업체들도 유럽 전역에 생기고 있다. 독일 드론업체 트웬티포 인더스트리스는 설계나 직원 없이 2024년 말 창업해 1년 만에 수백 대를 판매했다. 클레멘스 퀴르텐 최고경영자(CEO)WSJ와 인터뷰에서 "5년 전이었다면 불가능했다""유럽 투자자들이 이제 방산기업에 기꺼이 투자하고, 정부 조달기관도 빠르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일부 분야에서는 유럽 생산능력이 미국을 앞섰다. 독일 레오파르트 전차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차다. 유럽은 장갑차를 거의 자체 생산한다. 함정과 잠수함도 모두 자체 제작하며, 세계시장에서 미국 제품보다 많이 팔린다.

여전한 기술 격차...스텔스기·장거리 미사일은 손 못대

하지만 기술 격차는 여전하다.

유럽은 자체 스텔스 전투기 생산까지 최소 10년이 걸린다. 이에 유럽 13개국이 미국 F-35 전투기를 구매했거나 발주했으며, 추가 도입을 계속하고 있다.

유럽은 위성정보 분야에서 미국에 주로 의존한다. 전장 데이터를 관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도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 제공한다. 독일이 80여 년 전 탄도미사일을 발명했지만, 현재 유럽은 이 무기나 다른 초장거리 미사일을 거의 생산하지 못한다.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방어체계가 유럽 국가들의 선택지로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NGO) '컴백 얼라이브'의 미콜라 벨리예스코프 분석가는 "미국 패트리어트 방공포대 같은 무기는 대체 불가능하다""우크라이나가 이 시스템의 요격미사일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유럽 국방 당국자들은 유럽 방산기업들이 특히 항공우주 분야에서 충분히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프랑스 다쏘는 라팔 전투기 220대 주문 잔고를 안고 있다. 지난해 월 2대를 인도했으며, 올해는 월 3대로 늘릴 계획이다. 한 대당 제작 기간은 3년이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폴란드가 한국에서 무기를 구매한다는 사실은 유럽과 미국이 국방 생산을 필요한 만큼 빠르게 늘리지 못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각국 무기체계 제각각...통일 없어 비용만 늘어


유럽 재무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국가마다 서로 다른 무기체계를 쓴다는 점이다.

군용 헬리콥터·레이더 등을 생산하는 레오나르도의 로베르토 칭골라니 CEOWSJ 인터뷰에서 "모든 국가가 자체 전차, 자체 항공기, 자체 함정을 원한다""투자, 연구개발(R&D), 조달 면에서 분산은 유럽 재무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독일은 독일식 전차를, 프랑스는 프랑스식 전차를 각각 따로 개발하고 생산한다. 이렇게 나라마다 다른 무기를 쓰면 부품을 서로 공유할 수 없고, 개발비용도 여러 배 든다. 같은 무기를 대량으로 만들면 가격이 싸지는데, 각국이 소량씩 따로 만들다 보니 비용만 늘어나는 구조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8000억 유로(1151조 원) 규모의 재무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역내에서 부품의 65% 이상을 생산한 무기만 지원 대상으로 한정했다. 유럽 방산업 보호 조치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미 미국산 무기 대신 자국 제품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2020~2024년 덴마크 국방 수입의 79%가 미국산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각 압박을 강화한 지난해, 덴마크 무기 구매의 절반 이상이 유럽산으로 바뀌었다. 덴마크 정부는 의도적 변화가 아니라고 밝혔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피터 베제만 연구원은 "유럽이 미국에서 벗어나는 분수령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기 과제 착수...2030년 이후 장거리 미사일·위성망 구축


일부 유럽 국가들은 기술 공백을 메우기 시작했다.

여러 프로젝트가 2030년 이후 사거리 1600킬로미터(km) 이상 미사일 생산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영국은 최근 미국에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자체 군사위성망을 구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위성정보의 3분의 2가 프랑스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EU 국방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미국인들이 유럽 대륙에서 주둔을 줄이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NATO의 유럽축을 어떻게 구축할지 계획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이 현재 미국에 의존하는 우주위성 같은 전략자산 대체를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왕립방위안보연구소(RUSI)의 매튜 새빌 국장은 "유럽이 스스로 무장할 수 있느냐? 그렇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물량이 아직 부족하고, 일부 분야에서는 장비가 미국만큼 좋지 않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핀란드 알렉산더 스툽 대통령은 지난주 다보스에서 자국이 보유한 미국산 전투기들이 "미국 없이는 날 수 없다"고 밝혔다. 전투기는 통상 제작사로부터 부품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아야 장기간 운용할 수 있다. 스툽 대통령은 워싱턴이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믿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