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A '2026 전자산업 전망', 자본·기술보다 '에너지가 혁신 한계선' 지목
탈(脫)자급자족 선언… 공급망 '전략적 상호의존'과 '희토류 자산화' 가속
단순 칩 제조 넘어 소재·패키징·보드 아우르는 '홀리스틱' 지원책으로 진화
탈(脫)자급자족 선언… 공급망 '전략적 상호의존'과 '희토류 자산화' 가속
단순 칩 제조 넘어 소재·패키징·보드 아우르는 '홀리스틱' 지원책으로 진화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전자협회(GEA)가 지난 24일(현지시각) 발표한 '2026 전자산업 트렌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 확장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은 전력 공급 능력인 것으로 드러났다. 숀 두브라박 GE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투자 회수 시점을 조정하고 있으나, 이제 핵심 제약 요인은 자본이 아니라 전력 생산과 배전 인프라 확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AI 전력난, 공급망의 전략적 상호의존성, 첨단 패키징 기술의 도약을 향후 수년을 결정할 3대 핵심축으로 제시했다.
AI 가로막는 전력 부족… "에너지 효율이 반도체 생존 결정“
전 세계에서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의 투자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기존 인프라가 감당하지 못하면서 전자업계의 기술 개발 방향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시장 조사기관들은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35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에너지 인프라가 이 성장을 뒷받침할지가 관건이다.
두브라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더 이상 혁신 역량 부족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에너지 효율을 높인 컴퓨팅 구조와 고효율 전력 관리 솔루션, 혁신 냉각 기술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기술 스택 전반에 변화가 일고 있다. AI 작업 부하를 견디기 위해 차세대 공정 노드는 물론, 3D 칩 패키징과 하나의 칩을 기능별로 쪼개 제조한 뒤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로 수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차세대 패키징 방식인 칩렛(Chiplet),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특히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데이터 처리 능력을 극대화하는 '에너지 중심 설계'가 반도체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자급자족' 가고 '상호의존' 시대… 희토류는 국가 전략 자산
공급망 전략은 과거의 '최저가 공세'와 최근의 '완전한 자국 우선주의'를 넘어 '전략적 상호의존'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각국 정부가 공급망의 완전한 분리가 현실에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역 간의 다각화된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하기 시작한 결과다.
매트 켈리 GEA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특정 지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끝내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제는 저비용 효율성보다 공급망의 복원력과 유연성이 기업의 가장 큰 경쟁 우위"라고 강조했다. 크리스 미첼 GEA 글로벌 정부 관계 총괄은 "공급망 안정성이 국가 목표가 되면서 이념 갈등이 완화되고 예상치 못한 무역 합의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희토류는 단순 원자재를 넘어 국가 전략 자산으로 격상됐다. 보고서는 자국 내 희토류 추출과 가공이 경제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주요국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이유로 '소재 통제권이 곧 지정학 영향력'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인근 국가에서 자원을 조달하는 '니어쇼어링'을 강화하고, 폐제품을 전략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순환 경제 모델을 본격 도입한다.
3D 패키징 이끄는 소재 혁신… '칩' 넘어 전체 생태계 지원
반도체 성능 향상의 열쇠가 미세 공정을 넘어 패키징 기술로 옮겨가면서 관련 소재 산업도 급변하고 있다. 3D 웨이퍼 적층, 칩렛, 전기 신호 대신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로 전력 소모는 줄이고 데이터 전송 속도는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실리콘 포토닉스(SiPh) 기술이 2026년까지 기술 개발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켈리 CTO는 "새로운 유전체 재료와 기판, 광학 부품 등 소재 과학의 역할이 반도체 설계만큼 중요해졌다"며 "첨단 패키징에 쓰는 신소재 확보가 향후 산업 지형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술 변화는 주요국 산업 정책 변화로 이어졌다. 유럽과 미국은 기존 칩 제조(Fab) 중심 지원에서 벗어나 전체 가치사슬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유럽의 '반도체법(Chips Act) 2.0'과 미국의 보조금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들 정책은 단순 제조를 넘어 첨단 패키징, 인쇄회로기판(PCB), 전자 시스템 조립 능력까지 아우르는 '전체론적(Holistic)' 접근법을 택했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국내에 공장을 짓는 것만으로는 전략 이득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퍼졌다. 소재부터 최종 조립까지 전 공정 역량을 지역 내에 확보하려는 국가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