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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AI 빚잔치’에 흔들리는 美 채권시장… 2026년 조달액 4000억 달러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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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AI 빚잔치’에 흔들리는 美 채권시장… 2026년 조달액 4000억 달러 ‘사상 최대’

하이퍼스케일러 5사, 미 투자등급 채권시장 주도… 전통적 은행·통신 밀어내
AI 투자비용-수익성 간극 확대 시 ‘거품 붕괴’ 위험… 자산 다각화 기능 상실 우려
2030년 미 10대 발행사 중 절반이 빅테크… 채권-주식 시장 동조화 심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천문학적 자금을 조달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이 ‘AI 리스크’에 노출됐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천문학적 자금을 조달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이 ‘AI 리스크’에 노출됐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천문학적 자금을 조달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이 ‘AI 리스크에 노출됐다.

파이낸셜 타임스(FT)27(현지시각) 보도에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모건스탠리의 분석을 인용해, 앞으로 5년 안에 미국 채권시장의 중심축이 은행과 통신에서 빅테크로 이동하며 시장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통 금융사 밀어낸 빅테크… 2년 만에 조달 규모 9배 폭증


그동안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의 큰손은 대형 은행과 통신사였다. 하지만 초거대 데이터 센터를 짓는 알파벳(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자금 조달의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는 하이퍼스케일러와 그 인접 기업들이 미국 고등급 채권시장에서 조달하는 금액이 2024440억 달러(635500억 원)에서 20264000억 달러(57776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2년 만에 발행 규모가 9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1700억 달러(2455400억 원)와 견주어도 2배가 넘는 수치다.

제이피(JP)모건에 따르면 현재 미국 투자등급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JPM US 리퀴드 인덱스'에서 AI 및 데이터 센터 관련 부문 비중은 14.5%를 기록했다. 이는 이미 은행권 비중을 추월한 수준이며, 오는 2030년에는 지수 전체의 2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2030년 미국 10대 채권 발행사 중 5곳이 하이퍼스케일러가 될 것이라고 본다.

미 빅테크 5개사 신용도 및 자금 조달 여력.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 빅테크 5개사 신용도 및 자금 조달 여력. 도표=글로벌이코노믹

AI 투자 '거품' 우려… 주식-채권 동조화에 시장 변동성 확대


시장은 빅테크 기업들이 쏟아붓는 막대한 자본 지출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때 발생할 'AI 거품 붕괴'를 우려한다. 과거 채권 투자는 주식 시장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분산 투자 수단이었으나, 빅테크 채권 발행 비중이 커지면서 두 시장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티 로 프라이스(T. Rowe Price)의 로렌 와간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과거 정체됐던 고등급 채권시장이 하이퍼스케일러의 급격한 확장 탓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주식 시장과의 상관관계가 높아져 다각화 효과가 떨어지는 현상은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규모 자금 조달은 이미 기업들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오라클은 지난해 9월 채권시장에서 180억 달러(259900억 원)를 빌린 뒤, 미 국채 대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금리 가산 폭(신용 스프레드)0.75%포인트 넘게 치솟았다. 바클레이스의 도미니크 투블랑 미국 신용 전략 책임자는 "빅테크가 매 분기 100억 달러(144400억 원)씩 계속해서 빌려야 한다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의문"이라며 기술 부문에 대해 '비중 축소' 의견을 냈다.

탄탄한 재무 구조가 '안전판'"신용 등급 영향은 제한적"


반면 빅테크 기업들의 강력한 현금 동원 능력이 채권시장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나다니엘 로젠바움 제이피모건 전략가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우수한 신용 등급 덕분에 대규모 발행 자체가 투자등급 시장 전체의 평균 등급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평가했다.

제이너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존 로이드 글로벌 멀티섹터 신용 책임자는 "알파벳이나 메타 같은 현금이 풍부한 기업들은 신용 등급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대출을 늘릴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AI 거품이 터진다면 주가에는 치명적이겠지만, 이들의 기초 체력이 워낙 튼튼해 채권 상환 능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미국 채권시장은 'AI라는 단일 거대 변수'에 묶인 거대한 베팅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아폴로 분석가들은 "여러 발행사와 업종에 분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AI라는 하나의 거시적 흐름에 모든 것이 연동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경고했다.

빅테크의 공격적인 채권 발행이 시장의 금리 하방 압력을 흡수할지, 아니면 공급 과잉에 따른 가산 금리 상승을 초래할지가 향후 채권 투자의 핵심 지표다. 특히 2월로 예정된 미국 연방대법원의 관세 권한 판결 등 통상 환경 변화가 이들 기술 기업의 실적과 조달 비용에 미칠 영향도 눈여겨봐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