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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양자택일은 옛말"… 아시아, '트럼프 리스크'에 제3의 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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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양자택일은 옛말"… 아시아, '트럼프 리스크'에 제3의 길 찾는다

미·중 패권 전쟁 속 불확실성 증대에 아시아 국가 간 경제 결속력 강화
인도·동남아, '공급망 허브'로 부상… 미국 시장 접근권 더 이상 당연하지 않아
RCEP 등 다자간 무역 블록 중심 새로운 생태계 조성… '경제 자생력' 확보 사활
아시아 주요국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두 강대국 모두로부터 거리를 두는 '헤징(위험 분산)'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아시아 주요국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두 강대국 모두로부터 거리를 두는 '헤징(위험 분산)'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아시아 주요국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두 강대국 모두로부터 거리를 두는 '헤징(위험 분산)'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현지 시각) 보도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통상 정책과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동시에 커지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서로를 경제적 버팀목으로 삼아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아이폰 거점' 도약… "중국 대체 넘어 미국과도 실익 협상"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물류 마비와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디리스킹(위험 제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인도는 중국을 대체하는 글로벌 제조 허브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아이폰 대부분은 인도에서 생산한다. 이는 애플 공급망의 중심축이 중국에서 인도권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인도 정부는 일본과 한국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중국이 가졌던 글로벌 제조 계약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협상해 인도산 물품에 대한 대미 수출 관세를 기존 25%에서 18%7%포인트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는 인도가 유럽연합(EU)과 포괄적 무역 협정을 체결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이뤄낸 성과다. 인도는 이처럼 다각적인 외교 노선을 통해 경제 실익을 극대화하는 중이다.

일본 '탈중국' 보조금 투입… 아시아 자체 무역 블록 강화

일본 정부는 경제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스즈자동차(Isuzu Motors)와 미츠미전기(Mitsumi Electric) 등 자국 기업이 생산 시설을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옮길 때 수백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일본은 미국의 핵심 군사 동맹국이지만, 경제 영역에서는 미국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공급망 중복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이러한 아시아 국가 간 결속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해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과거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이후,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을 제외한 채 역내 교역을 심화했다. 전문가들은 "강대국들이 자유무역을 외면하자 나머지 국가들이 스스로 살아남을 길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 모두 리스크 공존… "예측 가능한 시장 사라졌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지만, 더 이상 '예측 가능한 파트너'는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과 적을 가리지 않고 고율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쓰면서,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우방국들은 수조 원대 대미 투자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역시 대안이 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은 최근 영국과 캐나다 총리의 방문을 이끌어내며 안정적인 파트너임을 강조했지만, 내부적인 경제 한계가 뚜렷하다.

우선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지방정부 주도의 막대한 부채가 부동산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구 구조도 급변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생산 가능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또한, 중국이 발표하는 공식 경제 성장률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의구심이 크며, 청년 실업률 고공행진으로 내부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무역 마찰도 심해지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 무역 흑자가 12000억 달러(1738조 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자, 전 세계적으로 '덤핑(저가 공세)'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

국제 금융권 안팎에서는 아시아 국가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한 일시적 대피가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 변화라고 보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미국 시장 접근권을 더 이상 당연하게 여길 수 없게 된 전 세계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규칙에 대비하고 있다"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