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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 쏠림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합산 시총 1.14조달러…알리바바·텐센트 첫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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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 쏠림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합산 시총 1.14조달러…알리바바·텐센트 첫 추월

HBM·메모리 초호황에 한국 반도체 급등…중국 빅테크는 이커머스·정책 불확실성에 부진
AI 투자 무게중심 ‘플랫폼→하드웨어’ 이동…메모리 슈퍼사이클 2027년까지 지속 전망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M16의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M16의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무게중심이 플랫폼에서 인프라로 이동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아시아 기술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들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넘어선 것이다.

미국의 경제 매체인 블룸버그는 지난 2월3일 '삼성과 SK하이닉스, AI 호황으로 중국 듀오 가치 초과'라는 제하의 보도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이 2월 3일 기준 1조1400억 달러로 집계됐으며 이는 같은 날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합산 시총 1조70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두 기업이 중국 인터넷 공룡들을 시가총액 기준으로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 투자 축, 플랫폼에서 인프라로 이동


이번 순위 역전은 글로벌 인공지능 투자 흐름이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 중심에서 하드웨어와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규모 연산을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가속기에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핵심 공급자인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6년 들어서만 각각 39퍼센트 이상 주가가 상승했다. 인공지능 가속기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두 기업은 메모리 가격 결정력까지 확보한 상태다.

반면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치열한 이커머스 경쟁과 인공지능 사업의 초기 단계라는 한계 속에서 뚜렷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세금과 규제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되며 투자 심리도 위축됐다.

HBM이 만든 한국 반도체의 질적 도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부상 배경에는 인공지능 가속기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있다. 이 메모리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인공지능 선도 기업들의 핵심 부품으로 채택되며, 기존 범용 메모리와는 다른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디램과 낸드플래시 모두에서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메모리 업체들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가격 결정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환경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과거에는 스마트폰과 PC의 소모성 부품으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전략적 자산으로 격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빅테크의 다른 길, 다른 고민


한국과 중국의 기술 산업 전략 차이도 이번 시가총액 역전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특정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데 집중해 왔고, 중국은 자국 중심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해 왔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정책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이 투자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월 3일 하루 동안 알리바바 주가는 1.4퍼센트 하락했고, 텐센트는 2.9퍼센트 떨어지며 연초 이후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 내부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 설계 기업들이 증시에 상장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 2027년까지 이어질까


시장에서는 이번 흐름이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인공지능 인프라 확장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지면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최소 2027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이익 증가 비중은 약 60퍼센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인공지능 투자 흐름이 얼마나 강하게 하드웨어 쪽으로 이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중심의 강점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당분간 글로벌 인공지능 투자 자금의 중심은 메모리와 반도체 인프라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시가총액 역전은 그 변화가 이미 숫자로 확인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