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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기판 없으면 AI 칩 못 만든다"…日 닛토보, '열팽창 30% 절감' 신소재로 빅테크 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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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기판 없으면 AI 칩 못 만든다"…日 닛토보, '열팽창 30% 절감' 신소재로 빅테크 독점

2028년 차세대 T유리 상용화…엔비디아·애플·구글 '물량 확보' 전쟁
‘90% 점유율' 닛토보, 150억 엔 투입해 생산능력 3배로 대폭 증설
중국·대만 추격 따돌릴 ‘초저열·저유전’ 선제 개발…일본 소재 우위 굳히기
인공지능(AI) 반도체의 고질적인 문제인 발열과 기판 왜곡을 해결할 핵심 소재인 ‘유리 기판’ 시장에서 일본 소재 기업 닛토보(日東紡)가 기술 격차를 더 벌리며 독주 체제를 굳힌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반도체의 고질적인 문제인 발열과 기판 왜곡을 해결할 핵심 소재인 ‘유리 기판’ 시장에서 일본 소재 기업 닛토보(日東紡)가 기술 격차를 더 벌리며 독주 체제를 굳힌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반도체의 고질적인 문제인 발열과 기판 왜곡을 해결할 핵심 소재인 유리 기판시장에서 일본 소재 기업 닛토보(日東紡)가 기술 격차를 더 벌리며 독주 체제를 굳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4(현지시각) 닛토보가 기존 제품보다 열팽창을 30% 줄인 차세대 유리 크로스를 오는 2028년 상용화한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차세대 AI 반도체 로드맵을 달성하기 위해 닛토보의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일본 소재 공급망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열팽창 계수 2.0ppm 달성…대형 AI 칩 휨 현상 원천 차단


닛토보가 개발 중인 차세대 제품은 열팽창과 휨 현상에 강한 ‘T유리의 개량판이다. T유리는 데이터 서버용 칩이나 메모리를 얹는 반도체 기판의 절연층에 쓰이는 소재로, 특히 고성능 화상 처리 반도체(GPU) 생산에 필수적이다. 현재 닛토보는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번 차세대 제품의 핵심은 열팽창 계수를 기존 2.8ppm에서 2.0ppm으로 30% 낮춘 데 있다. AI 반도체는 처리 능력이 올라갈수록 칩과 메모리를 하나로 통합하며 크기가 대형화하는 추세다. 칩이 커질수록 열에 의한 기판 변형 위험이 급증하는데, 닛토보는 이를 억제하는 초저열 기술로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구리 적층판 제조업체와 샘플 평가를 진행 중이며, 오는 2028년 실제 채택을 목표로 삼았다.

애플·엔비디아 공급 요청쇄도…150억 엔 투입해 생산 라인 풀가동


닛토보의 유리 소재는 현재 미국 거대 기술 기업들 사이에서 없어서 못 파는귀한 몸 대접을 받고 있다. 니케이 아시아(Nikkei Asia)는 지난달 보도에서 미국 애플이 2026년 제품 로드맵 달성을 위해 닛토보의 유리 소재 공급을 늘려달라고 일본 정부 관계자에게 타진했다고 전했다. 애플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등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이 앞다투어 물량 확보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에 대응해 닛토보는 대대적인 시설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대만 공장의 유리 얀(유리 실) 용융로 증설을 결정한 데 이어, 올해는 약 150억 엔(1390억 원)을 투자해 후쿠시마시 공장의 생산 능력을 현재보다 최대 3배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 시설은 오는 2027년 가동을 시작한다. 유리 얀은 유리 섬유를 실 형태로 뽑아낸 소재로 반도체용 기판을 만드는 데 핵심 원료로 쓰이며, 특히 AI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발열과 기판 변형을 억제하는 데 중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닛토보의 실적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회사는 오는 20263월 결산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6% 증가한 190억 엔(1770억 원), 연결 순이익은 2.9배 늘어난 375억 엔(349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당초 중기 경영계획에서 세운 2028년 영업이익 목표인 200억 엔(1860억 원)에 조기 근접하는 수치다.

중국·대만 추격 따돌리는 기술 장벽…일본 소재 연합군 전면 배치


시장의 기대감은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3일 닛토보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70(6.07%) 오른 15200(141600)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장중 17840(166200)까지 치솟으며 상장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173% 상승한 수치로, 같은 기간 닛케이 평균 주가 상승률(34.6%)5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유리 소재 분야에서 추격을 시작했지만, 업계에서는 닛토보의 제조 공법이 가진 장벽을 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유리 섬유 내 기포를 완벽히 제거하면서 얇은 실(유리 얀)을 뽑아내는 기술력과 고객사별 맞춤형 조정 능력은 단기간에 따라잡기 힘든 노하우다. 여기에 아사히카세이가 2026년 석영(Quartz) 크로스 양산을 예고하고, 신에츠화학공업이 시장에 가세하는 등 일본 소재 기업들이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두터운 방어벽을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차세대 AI 칩의 성능은 결국 기판 소재가 얼마나 열을 잘 견디느냐에 달렸다""일본 기업들이 차세대 제품 상용화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서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