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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프라 통제권 상실 유럽 미래 위협"...유럽 디지털 주권 위기와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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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프라 통제권 상실 유럽 미래 위협"...유럽 디지털 주권 위기와 반격

- 넥스트클라우드 CEO 칼리체크, "디지털 기술이 경제·사회 통제하는 전략 자산으로 변모"
- 소수의 미국 빅테크 의존이 초래한 구조적 위험, 유럽은 디지털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을까
- 대륙을 넘는 데이터 이전 둘러싼 법적 규칙의 불안정성으로 언제든 서비스 이용 제한 우려
- 소수 빅테크 의존으로 급격한 가격 인상에 노출되고 정보 유출 우려도 산업 경쟁 차원 위협
2024년 8월 6일에 촬영된 이 사진에서 X 로고, EU 국기, 심판의 가벨을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8월 6일에 촬영된 이 사진에서 X 로고, EU 국기, 심판의 가벨을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의 정보기술 논의가 순수한 기술 영역을 넘어 정치와 권력, 생존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미 반도체·인공지능 전문 매체인 이이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월26일 2박3일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개최된 하이피액(HiPEAC) 2026 컨퍼런스 기조연설에 나선 넥스트클라우드 최고경영자 프랑크 칼리체크는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 상실이 유럽 사회와 산업 전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이피액 포럼은 컴퓨터 아키텍처, 프로그래밍 모델, 컴파일러, 임베디드 및 사이버-물리 시스템(CPS) 분야 유럽 최고의 포럼으로 꼽힌다.

과거 국경과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것으로 여겨졌던 정보기술은 이제 권력의 도구로 작동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이 미국의 첨단 기술 기업들에 의존해 온 구조 자체가 중대한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디지털 기술은 더 이상 벽면 콘센트에서 나오는 전기나 물처럼 중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경제와 사회를 통제하는 전략 자산으로 변모했다는 점이 이번 연설의 핵심 메시지였다.

데이터를 둘러싼 새로운 권력 지도


칼리체크는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그것이 가져올 경제적 기회보다 갈등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20세기 석유를 둘러싼 지정학적 충돌처럼, 오늘날에는 디지털 인프라와 데이터가 국제 경쟁과 권력 투쟁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가 축적되는 장소가 곧 사회와 기업, 그리고 미래가 통제되는 장소라고 지적하며, 현재 유럽의 데이터 상당 부분이 미국 기업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인프라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문제로 제기했다.

이 같은 인식은 유럽 기업들의 전략 변화로도 나타나고 있다. 서유럽 지역 정보기술 책임자들 가운데 다수가 지정학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업무 부담을 지역 또는 역내 클라우드 제공업체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소개됐다.

의존이 낳은 세 가지 취약성


칼리체크는 미국 빅테크 의존이 만들어낸 위험을 가용성, 비용, 보안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정리했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 것은 가용성이다. 대륙을 넘는 데이터 이전을 둘러싼 법적 규칙이 불안정해 언제든 서비스 이용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개인정보보호 규범과 미국의 감시 관련 법률은 구조적으로 충돌하고 있으며, 과거 여러 차례 마련된 양측 간 합의 체계도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무너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현재 운용 중인 데이터 프라이버시 체계 역시 같은 운명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비용 측면에서도 문제는 명확하다. 다수의 유럽 조직이 특정 소수 기업에 의존한 결과, 대체 수단 없이 급격한 가격 인상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특정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이 단기간에 두 차례에 걸쳐 대폭적인 가격 인상을 단행한 사례가 언급됐다.

보안 문제 역시 단순한 정보 유출 우려를 넘어 산업 경쟁 차원의 위협으로 진화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통합되면서, 유럽 기업의 민감한 데이터가 외부 기업의 경쟁 정보로 전용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잠금 효과를 만드는 기술과 시장 구조


칼리체크는 대형 기술 기업들이 유럽 시장의 전환을 가로막는 방식으로 상호운용성 제한과 공급자 종속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특정 협업 도구가 생산성 소프트웨어에 묶여 제공되며 경쟁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과정을 들었다.

규제 당국의 개입 이후에도 기술적 장벽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데이터 이전을 어렵게 만드는 설계, 핵심 인터페이스에 대한 정보 부족 등이 고객 데이터를 사실상 인질로 만드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특정 운영체제 기업이 자사 서비스에는 허용한 기능을 경쟁 서비스에는 제한했다가, 외부 문제 제기 이후에야 이를 철회한 사례가 소개됐다. 그는 소규모 개발자라면 이런 불공정한 결정에 맞서기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럽형 디지털 주권의 설계


칼리체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넥스트클라우드의 구조를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니라, 중앙집중형 모델에 대한 구조적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이 모델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제공자를 분리하는 데 있다. 사용자의 데이터는 자체 시스템이나 지역 데이터센터에 남고, 소프트웨어 제공사는 데이터에 접근하지 않는다. 코드가 완전한 공개 소스로 관리되기 때문에 특정 기업이 향후 이를 독점적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됐다.

또한 전자우편과 유사한 연합 구조를 통해 중앙 서버 없이도 서로 다른 기관 간 안전한 데이터 교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유럽 내 연구기관이나 기업들이 제3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적 진화와 인공지능 대응


성능 문제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넥스트클라우드는 차기 버전에서 파일 처리 구조를 전면 개선하고, 대규모 사용자 환경을 지원할 수 있는 직접 접근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자체 비서를 도입하되, 모든 데이터 처리를 사용자 서버 내부에서 수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개인 문서와 전자우편, 대화를 기반으로 질문에 답하되 외부 인공지능 모델로 데이터가 전달되지 않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칼리체크는 이 기능이 글로벌 빅테크에서 제공될 경우에는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완전한 지역 처리 방식이기 때문에 통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선택의 기로에 선 유럽


유럽이 디지털 주권을 되찾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대형 기술 기업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복잡하고 장기적인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인프라에 대한 의존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용인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그는 유럽 규범의 엄격한 집행과 개방형 기술 생태계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동시에 이뤄져야만 현실적인 대안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이 정보기술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관행에 맞서 실질적인 대안을 구축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이 이번 연설이 던진 메시지였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