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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대법원, 홍콩 CK 허치슨 항만권 ‘무효’ 판결… 미·중 갈등의 새 격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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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대법원, 홍콩 CK 허치슨 항만권 ‘무효’ 판결… 미·중 갈등의 새 격전지

태평양·카리브해 잇는 핵심 터미널 운영권 박탈… 머스크(APM) 한시적 운영
트럼프 “운하 되찾겠다” 압박 속 사법 판결… 중국 “막대한 대가 치를 것” 강력 반발
파나마에서 예인선에 의해 안내되는 마에르스크 컨테이너선이 있다. 덴마크 해운 대기업 APM 터미널스는 전환기 기간 동안 CK 허치슨 그룹의 시설을 임시로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파나마에서 예인선에 의해 안내되는 마에르스크 컨테이너선이 있다. 덴마크 해운 대기업 APM 터미널스는 전환기 기간 동안 CK 허치슨 그룹의 시설을 임시로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파나마 운하의 양 끝단을 연결하는 핵심 항만 운영권이 홍콩 재벌 리카싱의 CK 허치슨(CK Hutchison) 그룹으로부터 박탈되면서, 라틴아메리카를 둘러싼 미·중 지정학적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판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운하 내 중국 영향력 축출을 공언한 직후 내려져 사실상 미국의 '간접적 승리'로 평가받고 있다.

4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파나마 대법원은 CK 허치슨의 자회사인 파나마 항만 회사(PPC)가 보유한 발보아(태평양) 및 크리스토발(카리브해) 터미널 운영권이 "위헌"이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에 따라 수십 년간 이어온 홍콩 자본의 운하 독점 체제가 무너지고, 글로벌 해운 시장의 지형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 파나마 대법원 “양보권은 위헌”… 230억 달러 매각안도 ‘수포’


파나마 대법원은 광범위한 심의 끝에 1997년 부여되고 2021년 갱신된 PPC의 항만 양보권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파나마 감사원이 해당 계약 연장 과정에서 약 13억 달러 규모의 국고 손실과 절차적 부적절성이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은 이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로 인해 CK 허치슨이 추진하던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산 매각 계획도 미궁에 빠졌다.

당초 회사는 미국 블랙록(BlackRock)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항만 운영권을 매각해 탈출구를 찾으려 했으나, 베이징의 반대와 파나마 법원의 무효 판결이 겹치며 거래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 트럼프의 ‘운하 탈환’ 선언과 미국의 압박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대중국 압박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1999년 파나마에 넘겨준 운하 통제권을 "되찾아오겠다"고 수차례 경고해 왔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첫 해외 순방지로 파나마를 선택해 "중국 영향력을 제거하지 않으면 보복이 따를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국 정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려는 파나마의 의지를 환영한다"며 즉각 지지 의사를 밝혔다.

◇ APM 터미널 한시적 운영… CK 허치슨 “국제 중재로 맞서겠다”


파나마 정부는 물류 대란을 막기 위해 덴마크 머스크(Maersk)의 자회사인 APM 터미널스(APM Terminals)를 임시 운영사로 지명했다. APM 터미널스는 새로운 공개 입찰이 완료될 때까지 발보아와 크리스토발 터미널을 관리하며 운영의 연속성을 보장할 계획이다.

반면, 28년간 18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온 CK 허치슨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회사는 국제상업회의소(ICC)를 통해 파나마 정부를 상대로 국제 중재 소송을 제기하며 "사법적 영합에 의한 부당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 중국의 반발: “신뢰 파괴한 대가 치를 것”


베이징과 홍콩 정부는 이번 판결을 "미국의 패권주의에 굴복한 행위"로 규정하며 거세게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는 자국 기업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했으며, 친베이징 매체들은 "파나마가 신뢰를 저버린 것에 대해 정치·경제적으로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항만 운영권 분쟁을 넘어, 대만 해협 유사시 미군의 병력 이동 등 전략적 요충지인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중 간의 '총성 없는 전쟁'이 본격화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