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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1조 달러’ 투입해 경제적 이혼 가속… 한국, 반도체·조선 ‘미국발 기회’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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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1조 달러’ 투입해 경제적 이혼 가속… 한국, 반도체·조선 ‘미국발 기회’ 잡아야

중국, 식량·에너지·반도체 자립에 1조 달러 투입… 美 수입 점유율 7.5%로 ‘24년 전 회귀’
트럼프 ‘경제 독립’ vs 시진핑 ‘수직 적층 반도체’ 정면충돌… 안보가 삼킨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 ‘K-제조업’ 부활 찬스… 美 러브콜 보내는 조선·전력·원전이 한국 경제 비상구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와 식량, 에너지 등 핵심 전략 자산을 중심으로 ‘혼란스러운 이혼’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와 식량, 에너지 등 핵심 전략 자산을 중심으로 ‘혼란스러운 이혼’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와 식량, 에너지 등 핵심 전략 자산을 중심으로 혼란스러운 이혼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현지시간) 양국이 경제적 상호 의존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 아래 사실상의 경제 분리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 지도부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1조 달러(1466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 역시 경제적 독립성 회복을 기치로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1조 달러투입해 식량·에너지·반도체 자급자족 박차


중국은 더 이상 미국을 협력 파트너가 아닌 동등한 위치의 경쟁자로 간주한다. 매크로 어드바이저리 파트너스의 사라 베란 파트너는 "중국은 이제 디커플링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수용했으며, 현재는 그 속도를 조절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중국 공공기록을 분석한 결과, 베이징 당국은 지난해 초부터 농업, 에너지, 반도체 분야 자립을 위해 약 1조 달러를 투입했다. 특히 식량 안보의 핵심인 콩(대두) 재배를 장려하기 위해 헤이룽장성 농가에 헥타르당 약 739달러(108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주력 작물인 옥수수 보조금의 17배에 달하는 액수다. 중국은 돼지 사료의 80%를 수입 콩에 의존하고 있어, 무역 차단 시 발생할 단백질 공급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산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중국은 지난해 청정에너지에만 9400억 달러(1378조 원)를 투자했다. 지난달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하루 180만 배럴에 달하는 석유 수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자, 해안선을 따라 수십 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내륙에 대규모 태양광 단지를 조성하는 등 에너지 독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우대 무역 지대로 공급망 재편… 중국산 점유율 24년 전으로 회귀


트럼프 행정부 역시 중국에 대한 전략적 의존도를 낮추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달 발표한 '2025 국가안보전략'을 통해 미국이 경제적 독립성을 회복해야 하며, 중국과의 무역은 민감하지 않은 분야에만 한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희토류 등 전략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일 일본, 멕시코, 유럽연합(EU)과 광물 개발 협력에 합의하고 이른바 '우대 무역 지대'를 설정하기로 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실제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2025년 말 중국의 미국 수입 시장 점유율은 약 7.5%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던 2001년 이후 24년 동안 쌓아온 성장세를 모두 반납하는 수준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 무역량이 2010년 수준으로 급락했다""두 초강대국이 서로에게서 최대한 멀어지려 한다"고 진단했다.

기술 봉쇄 정면 돌파… 중국 '수직 적층' 반도체 기술에 사활


가장 치열한 격전지는 반도체 분야다. 중국은 '빅 펀드(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를 통해 지난해에만 475억 달러(696400억 원)를 확보했다. 특히 미국이 네덜란드산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최첨단 리소그래피 장비의 중국 반입을 철저히 차단하자, 중국은 '수직 적층' 방식이라는 우회로를 택했다.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 피오텍(Piotech)은 미세 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층층이 쌓아 올려 전력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는 초미세 트랜지스터 제조가 어려운 상황에서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엔비디아의 H200 칩 중국 수출을 승인한 것에 대해서도 베이징 당국은 미국 기술의 우위를 인정하기보다, 자체 기술 개발을 가속해야 한다는 경계심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회 수출과 리쇼어링의 한계… 근본적 의존해결이 관건


하지만 완전한 결별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부품을 동남아시아나 멕시코로 보내 최종 조립하는 환적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외교협회(CFR) 브래드 세처 선임연구원은 "제품의 최종 원산지만 바뀌었을 뿐 중국 부품에 대한 근본적인 의존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로의 제조업 복귀(리쇼어링)도 분야에 따라 온도 차가 크다. 플라스틱이나 단순 부품 제조업체인 몬트빌 플라스틱 등은 자동화와 관세 효과로 매출이 20% 성장했으나, 숙련된 노동력과 대규모 설비가 필요한 금속 주조나 복잡한 전자제품 분야는 여전히 중국 공급망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허리펑 중국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기고문에서 "첨단기술 산업 육성은 강대국 경쟁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이 4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을 앞두고 전술적 휴전을 유지하고 있으나, 자립을 향한 거대한 구조적 변화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의 퇴로 확보… 반도체·조선 공급망 비상구찾아야


·중 간 '전략적 이혼'은 한국 경제에 위기인 동시에 거대한 기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지난해 20년 만에 대중 수출을 앞질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생산 시설의 기술 업그레이드를 두고 미 상무부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규정과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장비 반입 제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중국산 핵심 광물 배제 요건을 강화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정안에 따라 공급망을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이전해야 하는 비용 부담에 직면했다.

하지만 퇴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은 자국 내 첨단 제조업 부활을 위해 한국 기업의 기술력에 손을 내밀고 있다. 미 해군은 고질적인 함정 건조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조선업계의 MRO(유지·보수·정비) 기술과 시설 투자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전력난 해소를 위해 한국산 변압기 및 원자력 발전 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에서 "·중의 자급자족 경쟁은 글로벌 분업 효율을 낮추지만, 한국이 미국의 '제조업 파트너'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다면 조선·전력·반도체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중 분리는 한국이 특정국 쏠림을 낮추는 '디리스킹'을 넘어, 핵심 전략 자산의 독자적 확보와 미국발 첨단 제조 수요를 흡수하는 전략이 생존을 결정지을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