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의 국방 예산 삭감 칼날에 F-15EX '직격탄'…2025년 조달 계획서 이름 아예 빠져
美 정부가 보낸 구매 수락서(LOA) 두 번이나 서명 없이 '유효기간 만료'…계약금 낼 돈 없었다
"미국은 프랑스와 다르다"…저리 차관(ECA) 제공 거부한 워싱턴, '외상 거래' 원한 자카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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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보잉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Raised the white flag)."
미국 보잉사가 인도네시아에 대한 최신형 전투기 F-15EX 판매 사업에서 철수하게 된 결정적 배경에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심각한 재정 난맥상과 행정적 무능, 그리고 미국식 무기 판매 방식(FMS)의 경직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미국 정부가 보낸 계약서를 두 차례나 무시해 유효기간을 넘기는 '외교적 결례'까지 범했던 사실이 밝혀지며, 국제 방산 시장에서 인도네시아의 신뢰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인도네시아 유력 경제지 CNBC 인도네시아는 5일(현지 시각) 현지 방산 컨설턴트 알만 헬바스 알리(Alman Helvas Ali)의 기고문을 통해, 지난 3년간 표류하던 F-15EX 도입 사업이 좌초될 수밖에 없었던 내부 사정을 적나라하게 해부했다.
원인 1. 재무부의 '예산 가위질'…사라진 16억 달러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2023년 11월, 인도네시아 재무부는 국방부의 해외 차관 한도를 344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대폭 삭감했다. 당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승인 하에 이루어진 이 조치로 인해, 아직 재무부의 최종 자금 승인(PSP)을 받지 못했던 F-15EX 사업은 예산 배정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며 직격탄을 맞았다.
충격적인 것은 그다음이다. 프라보워 수비안토(현 대통령) 국방부 장관이 주도한 2025년 8월 '블루북(국방 조달 계획)' 5차 수정안에서는 아예 F-15EX 항목 자체가 사라졌다. 예산 장부에서 이름이 지워진 유령 사업을 두고 보잉이 3년이나 희망 고문을 당한 셈이다.
원인 2. 두 번의 LOA 만료…계약금 낼 돈도 없었다
행정 절차상의 난맥상은 더욱 심각했다. 미국산 무기는 정부 간 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을 따른다. 인도네시아가 구매 요청(LOR)을 보내면, 미국 정부가 가격과 인도를 보증하는 구매 수락서(LOA)를 발송하고, 구매국이 여기에 서명하면 계약이 성립된다.
문제는 인도네시아가 2024년과 2025년, 두 차례나 미국 국방안보협력국(DSCA)으로부터 LOA를 받고도 서명하지 않은 채 유효기간을 넘겨버렸다는 점이다.
알리 컨설턴트는 "LOA 서명 후 30일 이내에 계약금(Down payment)을 미 국방부 산하 금융기관(DFAS)에 입금해야 한다"며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LOA에 서명하지 못한 것은 결국 계약금을 지불할 예산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분담금을 수년째 연체 중인 상황이 미국과의 거래에서도 재현된 것이다.
원인 3. 깐깐한 미국…"佛·韓처럼 로비도, 외상도 안 된다"
미국의 FMS 제도는 프랑스나 한국과는 달랐다. 라팔 전투기를 파는 프랑스 다소(Dassault)나 KF-21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인도네시아 정부를 상대로 직접적인 로비와 유연한 협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FMS 체계 하에서 보잉은 미 국방부의 하청업체일 뿐, 인도네시아 정부와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을 권한이 없었다.
또한, '금융 지원'의 미스매치도 컸다. 인도네시아는 미국 수출입은행(US Exim Bank) 등을 통한 저리 차관(ECA) 제공을 기대했으나, 미국 정부는 이를 제안하지 않았다. 프랑스가 라팔 판매를 위해 전액 차관을 제공한 것과 대조적이다. "돈은 없지만 무기는 사고 싶다"는 인도네시아의 요구를 깐깐한 미국 시스템이 거부한 셈이다.
F-15EX의 빈자리, 어디로 가나
결국 보잉의 철수는 예고된 참사였다. 알리 컨설턴트는 "2025-2029년 국방 계획(블루북)은 구체적 사업 명시 없이 총액만 정해놓은 '개방형(Open-ended)'이라 제조사들에겐 불확실성 투성이"라며 "시장 불확실성과 두 번의 계약 불발 선례가 보잉으로 하여금 인도네시아 시장을 포기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KF-21 분담금 미납 문제로 한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미국과의 대형 거래에서도 '재정 절벽'을 드러내며 신뢰를 잃고 있다. F-15EX의 탈락은 역설적으로 이미 계약된 라팔과 공동 개발 중인 KF-21 외에는 인도네시아 공군에 다른 대안이 없음을 시사한다. 다만, '빈 지갑'이 확인된 이상 향후 KF-21 양산 분담금 납부 또한 험로가 예상된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