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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르네사스 517억 엔 적자 전환…AI 반도체 전환 실패로 6년 만에 순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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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르네사스 517억 엔 적자 전환…AI 반도체 전환 실패로 6년 만에 순손실

자동차 반도체 부진에 美 파트너 파산 악재…영업이익률 39%→15% 급락
타이밍칩 사업 30억 달러 매각 단행…AI 서버용 반도체 투자 재원 확보 나서
일본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로고. 사진=로이터
일본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가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 부진에 AI 반도체 전환이 늦어지면서 실적 공백이 발생한 탓이다.

일본의 영어 경제신문 닛케이아시아는 6(현지시각) 르네사스가 2025년 사업연도 517억 엔(4810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美 파트너 파산에 2366억엔 손실 발생


르네사스는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20242190억 엔(2조 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3200억 엔(1229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0% 줄어든 2011억 엔(18700억 원)을 기록했다. 미국 전력반도체 협력사 울프스피드가 지난해 6월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2366억 엔(22030억 원) 손실을 떠안은 게 결정타였다.

회사는 전자회로 동작에 필수적인 타이밍 부품 사업부를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 사이타임에 30억 달러(439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 사업부는 매출 304억 엔(2830억 원)에 영업이익률 52%를 자랑하는 알짜 부문이다. 시바타 히데토시 르네사스 사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라면서도 "핵심 반도체 사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 재원이 절실하다"고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시바타 사장은 "AI 관련 사업에 관점을 바꿔 필요하면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AI 서버용 전력반도체 업체 인수와 연구개발 투자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업이익률 202239%→현재 15% 급락


르네사스의 고전은 글로벌 반도체 출하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영업이익률은 2022년 정점인 39%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메모리 제조업체 키옥시아 홀딩스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며 일본 최대 반도체 기업 지위를 잃었다.

문제는 AI 특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버용 전력반도체와 메모리를 포함한 AI 관련 제품 매출 비중이 10% 수준에 그친다. 회사는 지난해 7월 차세대 소재인 질화갈륨을 활용한 AI 서버용 전력반도체를 출시하며 전기차용 칩에서 AI로 사업 축을 옮기려 했지만, 전체 실적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자율주행 프로세서 개발에서도 진전이 더디다. 지난해 1월 혼다와 공동개발에 나선 뒤 새로운 고객사 확보 소식이 없다. 한 반도체 컨설턴트는 "일본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차세대 반도체를 놓고 퀄컴 같은 해외 업체와 논의를 시작했고, 르네사스는 뒤처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르네사스는 위기감 속에 지난달 영업책임자를 1년 만에 교체했고, 마이크로컨트롤러 사업부 책임자도 물갈이했다.

AI 데이터센터 쏠림에 자동차 반도체 공급 우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는 지난해 말 바닥을 찍었지만, 회복세가 약하다. 향후 관건은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공급 우려가 자동차 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홍콩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그렉 바시치는 "메모리와 전력반도체 생산 능력이 AI 데이터센터로 쏠리면서 자동차용 반도체 조달 기간이 다시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바타 사장도 "영향은 올해 하반기 자동차 부문에서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AI 특수로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자동차용 반도체에 집중했던 르네사스는 전환 시점을 놓치며 실적 부진에 빠졌다. 회사가 사업 재편과 AI 투자 확대로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