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법원 피소... 2100km CO2망 이용 차단으로 ‘블루 암모니아’ 경쟁사 고사 위기
탄소 중립 인프라의 ‘사유화’냐 ‘공공재’냐... 글로벌 에너지 시장 초미의 관심
탄소 중립 인프라의 ‘사유화’냐 ‘공공재’냐... 글로벌 에너지 시장 초미의 관심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최대 석유 기업 엑슨모빌(ExxonMobil)이 탄소 중립의 핵심 기반인 이산화탄소(CO2) 파이프라인 네트워크를 독점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텍사스 법원에 제소됐다.
에너지 전문 매체 하이드로젠 센트럴이 지난 6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수소 에너지 기업 클린 하이드로젠 워크스(Clean Hydrogen Works)는 엑슨모빌이 지난 2023년 탄소 배출권 전문 기업 덴버리(Denbury)를 인수한 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의 블루 암모니아 프로젝트를 고의로 무산시키려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0조 원 규모 'ACE 프로젝트' 중단 위기
이번 법적 분쟁의 핵심은 루이지애나주에 건설 예정인 75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의 블루 암모니아 생산 시설 '어센션 클린 에너지(ACE)' 프로젝트다.
클린 하이드로젠 워크스는 엑슨모빌이 덴버리를 인수한 직후, ACE 프로젝트와 맺었던 기존 탄소 운송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덴버리는 인수 전까지 ACE 시설에서 나오는 연간 최대 1200만t의 CO2를 운송하고 격리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원고 측은 이를 두고 "과거 스탠더드 오일이 경쟁자를 몰아내기 위해 사용했던 록펠러식 권력 행사"라고 비판했다.
자사 사업 보호 위한 ‘전략적 방해’ 의혹... 시장 신뢰도 타격
업계에서는 엑슨모빌의 이러한 움직임이 텍사스 베이타운에서 추진하던 자사 블루 수소 및 암모니아 공장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쟁사의 파이프라인 접근을 막아 프로젝트를 무산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엑슨모빌은 정작 자사의 베이타운 프로젝트를 지난 연말 잠정 중단했다. 높은 건설 비용과 세계 시장의 수요 부족이 원인이었다.
클린 하이드로젠 워크스는 엑슨모빌이 자사 사업 추진 여부와 상관없이 미시시피강 인근의 핵심 물류 거점을 장악하고 경쟁사의 전략적 기획을 무너뜨렸다고 주장한다.
현재 엑슨모빌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은 약 2100km(1300마일)에 이르며, 이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액체 CO2 운송망이다. 이에 대해 엑슨모빌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 공식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예의주시... 북미 탄소 시장 진출 변수 부상
미국 내 블루 에너지 사업에 투자해 온 국내 주요 기업들에도 이번 소송은 중요한 변수다. 현재 SK E&S는 미국 오클라호마주 등에서 대규모 탄소 포집 및 저장(CC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삼성엔지니어링과 롯데케미칼 역시 북미 지역에서 청정 암모니아 도입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탄소 파이프라인 이용 권한이 특정 메이저 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될 경우,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의 사업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전환기 핵심 인프라의 '공공성' 논란... 산업 생태계 재편 예고
이번 사건은 탄소 포집 및 저장 산업의 표준 운영 방식을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탄소 파이프라인이 과거 철도나 전력망처럼 국가 경제의 핵심 기반이 되는 '공용 인프라'로서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법원이 엑슨모빌의 독점적 행위를 인정한다면, 글로벌 에너지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구축한 인프라를 경쟁사에도 의무적으로 개방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에너지 업계의 투자 전략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소유를 통한 독점적 지위 확보가 어려워지면 기업들은 단독 투자보다는 여러 기업이 비용과 위험을 분담하는 공동 개발을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탄소 중립 사업의 특성상, 규제 당국이 탄소관 이용 요금과 접근 권한을 직접 관리하는 법제화 움직임도 가속화될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재판 결과가 앞으로 수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탄소 관리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 질서'를 세우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