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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알루미늄 4500만t 생산 상한제...1300만t 재생에너지 지역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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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알루미늄 4500만t 생산 상한제...1300만t 재생에너지 지역 이전

석탄 벨트서 윈난·신장으로 '녹색 대장정'...세계 60% 생산하며 2024년 탄소 배출 정점
EU 탄소 국경세·미국 25% 관세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한국 알루미늄 업계 직격탄
세계 알루미늄의 60%를 생산하는 중국이 북부 석탄 지대의 제련소를 수력·태양광이 풍부한 남서부로 대거 이전하면서 업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알루미늄의 60%를 생산하는 중국이 북부 석탄 지대의 제련소를 수력·태양광이 풍부한 남서부로 대거 이전하면서 업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세계 알루미늄의 60%를 생산하는 중국이 북부 석탄 지대의 제련소를 수력·태양광이 풍부한 남서부로 대거 이전하면서 업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8(현지시각)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연간 생산 상한제와 2030년 탄소 배출 정점, 2060년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지난 수년간 1300만t 규모의 생산능력이 재생에너지 지역으로 옮겨갔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 정부가 지난 2017년 설정한 연간 4550만t 생산 상한제가 결정적 계기였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중국 전해 알루미늄 생산량은 4380만t으로 세계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윈난성, 쓰촨성, 신장, 내몽골 등 청정에너지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1300만t으로 전체의 30%에 이른다.

세계 60% 생산하는 중국, 1300만t 규모 '녹색 대장정'

중국 알루미늄 산업의 재편은 2017년부터 본격화됐다. 중국 정부는 그해 국내 생산 상한선을 연간 4550만t으로 정했다. 이듬해엔 대기오염 심각 지역의 신규 제련소 건설을 금지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0년 발표한 "2030년 탄소 배출 정점, 2060년 탄소중립" 목표는 업계 지형을 완전히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이 규정들은 산둥성·허베이성 등 전통 공업지대에 집중된 제련소가 석탄 기반 전력에서 벗어나도록 압박했다. 기업들은 남서부나 서부에 새 제련소를 세울 경우 북부 지역의 기존 설비를 폐쇄해야 한다. 그 결과 윈난성 원산시 같은 곳에는 첨단 제련소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이사도라 왕 트랜지션 아시아 중국 담당은 "중국에선 도시나 성 단위로 시범을 실시하고 성공하면 전국으로 확대하는데,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라며 "알루미늄 부문이 생산능력 교체 정책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행했고, 효과가 입증되면 유사한 다른 산업도 이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원산시 산업단지는 수 제곱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져 있다. 선박·스마트폰·전기차·고속철도에 쓰이는 합금을 생산하는 에너지 집약 제련소들이 빽빽하다. 인근엔 수력발전소에서 끌어온 고압 송전선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고, 주변 언덕은 태양광 패널로 뒤덮이거나 풍력 터빈이 솟아 있다.

르자웬 원산시장은 업계 행사에서 "중국 알루미늄 산업은 심도 있고 체계적인 전환을 겪고 있다""산업 경쟁이 규모와 비용 싸움에서 친환경과 저탄소 우위를 겨루는 종합전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시 당국은 2030년께 완공 예정인 신규 철도를 통해 중국 국내는 물론 베트남·라오스까지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중국 홍차오, 윈난성에 북미 전체 규모 제련소 건설


중국 최대 민간 알루미늄 그룹인 중국홍차오는 올해 원산시에 두 번째 제련소를 완공한다. 공사가 끝나면 윈난성 생산능력은 연간 400만t으로 전체의 60%를 넘어선다. 이는 북미 전체 알루미늄 생산능력과 맞먹는 규모다.

산둥성에 본사를 둔 홍차오는 구체적 투자액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 자료에 따르면 두 제련소 건설 예산은 456억 위안(96400억 원)이다. 회사 발표 자료는 이전 사업과 산둥·윈난 지역의 태양광·풍력 투자를 결합하면 탄소 배출을 3분의 2가량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 이전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도 영향을 미쳤다. EU20261월부터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 수입품에 탄소세를 부과한다. 중국 기업들은 배출량을 줄여야 수출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제련소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입수한 내몽골·윈난성 홍보 자료엔 세금 감면, 연구개발 보조금, 저렴한 전기··가스·토지 제공 등 파격적 지원책이 담겼다. 유럽 싱크탱크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 중국팀 선신이 책임자는 "낮은 전력 가격이 기업들의 입지 선정에서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판순커 중국유색금속산업협회 공산당위원회 부서기는 지난해 12월 업계 회의에서 이전 전략과 생산 상한제 덕분에 중국 알루미늄 업계 배출량이 2024년 정점을 찍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이제 제련소뿐 아니라 보크사이트·탄소 양극 제조 시설까지 갖춘 전국 20곳 이상의 산업 클러스터로 세계 유일의 완결형 알루미늄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엔 이게 없고, 유럽은 더 못하며, 중동은 만들고 싶어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U 탄소국경세·신장 인권 논란...글로벌 공급망 재편 압력


다만 이전 정책은 북부 공업지대의 경제 공동화 우려를 낳는다. 홍차오는 산둥성 지역에선 소량·고부가 제품 개발과 생산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중국 기업들이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를 확보하려고 인도네시아에 투자하면서 동남아 석탄 화력발전이 늘어나는 점을 우려한다. 중국은 보크사이트 공급이 부족해 2024년 한 해 106억 달러(155300억 원)어치를 수입했다. 기니가 765000만 달러(112100억 원)로 최다 공급국이고, 호주가 231000만 달러(33800억 원)로 뒤를 이었다.

또 다른 문제는 신장 지역이다. 중국 정부는 녹색전환 차원에서 윈난성과 함께 신장 지역으로도 생산시설을 이전했다. 신장은 위구르족 탄압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미국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2024년 보고서에서 신장 지역 알루미늄 생산 비중이 늘어나면서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산 알루미늄을 쓸 경우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에 간접적으로 연루될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달 12일부터 수입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2478000만 달러(11400억 원)어치를 수출해 미국의 3위 알루미늄 수입국이다. 네덜란드 ING은행 애널리스트들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중국 알루미늄 생산량이 자체 설정한 4500만t 상한에 근접하면서 국제 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중국 기업들이 해외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해 17% 이상, 상하이선물거래소 가격도 14% 이상 올랐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녹색전환과 미국·EU의 통상 압력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알루미늄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편 중국 알루미늄 산업의 녹색전환은 한국 제조업에 직간접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연간 4500만t 생산 쿼터제를 운영하면서 공급을 제한하고 있어 국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알루미늄 잉곳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면서 중국에서 상당 물량을 조달해 원자재 비용 상승에 직접 노출됐다.

EU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며, 알루미늄은 철강보다 탄소 배출 집약도가 높아 단위당 부담금이 더 클 전망이다.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대EU 알루미늄 수출에 연간 54000만 달러(7900억 원) 규모 영향을 예상한다. 미국은 중국산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해 중국산 저가 제품의 국내 유입이나 한국 제품의 대미 수출 불이익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 쿼터제로 일정 물량까지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제련보다 가공 중심인 국내 알루미늄 업계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고 중동·호주·동남아시아로 수입선을 넓히고 있다. 재생 알루미늄 사용 비중을 높이지 않으면 현대차·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공급망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