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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선 돌파' 다카이치, 반도체 주권·군비 확장 가속화…'기술 강국' 일본 부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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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선 돌파' 다카이치, 반도체 주권·군비 확장 가속화…'기술 강국' 일본 부활하나

라피더스 27조·TSMC 3나노 파격 지원…'파운드리 판도' 흔든다
방위비 GDP 2% 돌파·무기 수출 완전 개방…'드론·사이버' 전력 확충
미일 '반도체 동맹' 밀착…중국 '희토류 보복' 등 공급망 리스크 고조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지난 8일 실시한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번 선거 결과로 반도체 주권 확보와 군사력 증강을 핵심으로 하는 '강한 일본' 정책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지난 8일 실시한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번 선거 결과로 반도체 주권 확보와 군사력 증강을 핵심으로 하는 '강한 일본' 정책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지난 8일 실시한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번 선거 결과로 반도체 주권 확보와 군사력 증강을 핵심으로 하는 '강한 일본' 정책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다카이치 정권은 경제안보를 국가 전략의 중심에 두고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방위 산업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보조금 '독소 조항' 강화…R&D까지 일본 내수화 압박


다카이치 정권은 이번 선거에서 전체 465석 중 316석을 확보하며 단독으로 상임위원회를 장악하고 헌법 개정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 의석을 넘어섰다. 9일 니케이 아시아는 이를 "전후 단일 정당이 거둔 최대 규모의 승리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집권 초반부터 강조해온 경제안보 틀 안에서 반도체 정책은 단순한 산업 지원을 넘어 국가 안보 자산으로 격상했다. 옴디아(Omdia)의 아키라 미나미카와 수석 고문은 "다카이치 행정부의 정치적 기반이 공고해짐에 따라 일본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해외 기업에 대한 지원 조건이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미나미카와 고문은 일본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해외 기업들이 생산 시설 구축을 넘어 연구개발(R&D) 활동까지 일본 내에서 수행하도록 요구받는 정책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반도체 기술의 원천을 일본 내에 묶어두려는 '반도체 주권' 전략의 일환이다.

라피더스 27' 투입에 TSMC 3나노 유치까지…'반도체 부활' 총력전


일본은 자국 반도체 연합체인 라피더스(Rapidus)에 대한 천문학적인 지원과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첨단 공정 유치를 병행하며 '반도체 제조 강국'으로의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근 라피더스에 11800억 엔(11조 원)의 추가 지원을 확정하며 누적 지원금을 29000억 엔(27조 원) 규모로 늘렸다. 이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정부가 '황금주(거부권)'를 확보해 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국가 대항전' 형태의 육성책이다.

라피더스는 현재 홋카이도 지토세 공장에서 2나노 시제품 라인을 가동 중이며, 오는 2027년 본격적인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소프트뱅크, 소니, 후지쯔 등 30여 개 민간 기업으로부터 1600억 엔(149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며 민관 합동 전열을 정비했다. 라피더스는 2031년까지 총 7조 엔(65조 원)을 투입해 1.4나노 공정까지 도달한다는 공격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상태다.

9일 디지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TSMC의 구마모토 2공장에 당초 계획했던 6~12나노 공정 대신 최첨단 3나노 공정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170억 달러(24조 원)가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일본 정부는 기존 7320억 엔(68300억 원)의 보조금 외에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이러한 '투트랙 전략'이 삼성전자와 TSMC가 양분해온 첨단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방위비 GDP 2% 돌파 가시화…수출 규제 철폐로 군사 대국화


다카이치 정부는 오는 41일 시작하는 2026 회계연도 예산안 편성에서 '위기관리 투자''성장 투자'를 최우선 순위에 뒀다. 특히 안보 분야에서는 기존 방위 장비 수출을 제한하던 '5개 범주' 요건을 아예 폐지할 방침이다. 이는 일본산 무기 체계의 해외 수출 길을 완전히 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자민당 내 강경파들은 2026년 말까지 예정된 3대 국가 안보 문서 개정을 통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2%를 넘는 수준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규모 드론 함대를 활용한 무인전 체계 구축과 사이버 공격 대응 역량 강화에 예산을 집중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세입 부족을 메우기 위한 적자국채 발행 특별법 통과도 서두르고 있다. 야당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발행 기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으나,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여권의 구상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만 문제 둘러싼 중일 갈등…희토류 보복 등 공급망 리스크 증폭


외교적으로는 '미일 동맹 밀착''대중 강경 노선'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319일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두 정상은 반도체 등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과의 관계는 급격히 냉각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일본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중국 정부는 일본행 여행 경보를 발령하고 희토류 등 희귀 광물의 일본 수출을 제한하는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8일 후지TV에 출연해 보수층 결집을 위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헌법 개정을 당의 핵심 원칙으로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1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중일 관계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