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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방산 기업 길들이기' 현실화…펜타곤, 자사주 매입 금지·임원 연봉 제동 '공식 규정'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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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방산 기업 길들이기' 현실화…펜타곤, 자사주 매입 금지·임원 연봉 제동 '공식 규정' 만든다

말뿐인 경고 아니었다…국방 조달 규정 개정해 '주주 환원' 대신 '공장 투자' 강제 명문화
"배당 잔치 끝내라"…30일간 고강도 감사 마친 미 국방부, '불량 계약자' 선별해 제재 착수
헤그세스 장관 "우리도 나쁜 고객이었다" 자성 속, 방산업계 '전시 경제' 체제로 강제 재편
미국 워싱턴 D.C.의 펜타곤(국방부) 전경. 미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방산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제한하고 설비 투자를 강제하는 새로운 조달 규정 제정에 착수했다. 이는 록히드마틴, 보잉 등 주요 방산 기업들의 경영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 D.C.의 펜타곤(국방부) 전경. 미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방산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제한하고 설비 투자를 강제하는 새로운 조달 규정 제정에 착수했다. 이는 록히드마틴, 보잉 등 주요 방산 기업들의 경영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대 방산 기업들의 '돈 잔치'에 칼을 빼 들었다. 방산 업체들이 수익을 설비 투자 대신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 지급에 쓰는 관행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한 달 만에, 미 국방부(펜타곤)가 이를 강제할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에 착수했다. 이는 미국 방위산업의 체질을 주주 자본주의에서 국가 안보 중심의 '전시 경제' 체제로 강제 재편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11일(현지 시각) '펜타곤, 계약자 급여에 대한 트럼프의 위협 공식화 추진'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미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실행하기 위해 계약 규정을 뜯어고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엄포 아닌 현실…"주주 배 불리면 계약 끊는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 획득운영유지차관실은 방산 업체들의 경영 행태를 규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 수립을 완료했다. 마이클 더피(Michael Duffey) 국방 획득 책임자는 "여러 부서의 지원을 받아 이행 접근 방식을 공식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은 '국방 연방 획득 규정(DFAR)'의 개정이다. 펜타곤은 방산 업체와의 계약 조항에 ▲과도한 자사주 매입 제한 ▲임원 보수 규제 ▲설비 및 장비 재투자 의무화 등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협력해 이러한 규제가 기존 금융 법규와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7일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방산 기업들이 공장과 장비 투자를 희생하면서 주주들에게 막대한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안겨주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30일간의 고강도 감사…'살생부' 나왔나


국방부는 이미 칼자루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션 파넬(Sean Parnell) 국방부 대변인은 10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30일간의 계약자 성과 검토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파넬 대변인은 "우리는 방산 업체들이 생산 능력 확충에 투자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잔치를 벌이고 있는지 평가했다"며 "오늘부터 규정 미준수 여부를 판정하는 확장 검토 기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불량 업체'를 솎아내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펜타곤은 구체적인 기업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록히드마틴, RTX(구 레이시온), 보잉 등 미 방산 '빅3'가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협상을 통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유도하되, 필요시 강력한 제재(Enforcement actions)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펜타곤도 반성해야"…헤그세스의 '당근과 채찍'


한편,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은 업계를 압박하면서도 펜타곤 내부의 비효율성을 인정하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제너럴 다이내믹스(GD)의 잠수함 조선소와 앤두릴(Anduril)의 드론 공장을 방문한 헤그세스 장관은 10일 "지체 현상의 상당 부분은 우리(국방부)에게 있다"며 자성론을 폈다. 그는 "우리는 상대하기 불가능한 '나쁜 고객(Bad customer)'이었다"며 "매년 요구 사항을 바꾸고, 사소한 기술적 변경으로 생산 일정을 꼬이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는 방산 기업을 옥죄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방부의 고질적인 관료주의와 '요구 사항 변경(Mazes of requirements)' 관행도 함께 뜯어고쳐 무기 생산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미국 방위산업협회(AIA) 마거릿 보트너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개별 계약에 어떻게 적용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가 방산 업계의 경영 방식까지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