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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발전’보다 ‘전송’이 급선무… 재생에너지 낭비 막을 ‘전력 고속도로’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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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발전’보다 ‘전송’이 급선무… 재생에너지 낭비 막을 ‘전력 고속도로’에 사활

태양광·풍력 용량 세계 1위지만 전력망 수용 한계… 25만 가구분 에너지 버려져
메가와트(MW) 경쟁서 시스템 효율로 전략 수정… 초고전압(UHV) 송전망 확충 박차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에서 풍력 터빈과 태양광 패널이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에서 풍력 터빈과 태양광 패널이 보인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기록적인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갖추고도 정작 생산된 전기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버려야 하는 ‘전력망의 역설’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 당국은 단순한 발전 용량 증설보다는 내륙의 에너지를 해안가로 나르는 초고전압(UHV) 송전망 확충과 전력 시장 개혁으로 에너지 정책의 무게중심을 급격히 옮기고 있다.

15일(현지시각) 팀 데이스(Tim Daiss) 에너지 분석가는 닛케이 아시아 기고를 통해 "중국에는 더 많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수용할 전력망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 세계 1위의 굴욕… ‘지리적 불일치’가 부른 에너지 낭비


중국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신규 재생에너지 용량의 60%에 달하는 649GW를 추가하며 독보적인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생산된 전기가 수요처로 전달되지 못하고 차단되는 ‘출력 제어(Curtailment)’가 심각한 사회적·정치적 문제로 부상했다.

풍력과 태양광 자원은 인구가 적은 북부와 서부에 집중된 반면, 전력 수요는 동부 해안 산업 허브에 몰려 있다.

우드 매켄지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중국 21개 성에서 태양광 축소율이 5%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투자자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탈탄소화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 “MW는 잊어라”… 시스템 효율 중심의 ‘피해 통제’ 개시


베이징 당국은 이제 ‘얼마나 많이 설치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하느냐’를 공직자 평가의 핵심 지표로 삼기 시작했다.

국가에너지청(NEA)은 내륙과 해안을 잇는 ‘전력 고속도로’인 초고전압(UHV) 송전선 승인을 대폭 앞당기고 있다.
행정적 배분 방식에서 벗어나 주(省) 간 전력 거래를 유도하는 시장 기반 가격 책정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지역 석탄 발전소의 이익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차단하는 관행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신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발전 피크를 완화할 수 있는 배터리 저장 시설(용량의 10~20%)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공통 과제… ‘전력망 현대화’가 곧 안보


이러한 전력망 제약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아시아 전역의 공통된 비상사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2040년까지 전력망 길이를 현재의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경고한다.

전력망 투자가 지연되는 원인은 자금 부족보다는 복잡한 허가 절차, 공급망 제약, 그리고 송전선 건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정치적 저항에 있다.

단순히 전선을 늘리는 것을 넘어, 양방향 전력 흐름을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인버터와 디지털 전력망으로의 현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 정치가 에너지를 결정한다


팀 데이스 분석가는 “청정 에너지 용량을 추가하는 것보다 전력망 현대화를 우선시하는 자본의 재용도가 필요하다”며, “결국 에너지 전환의 성패는 기술이나 자본이 아닌 지역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깨끗한 전기를 더 이상 낭비하지 않기 위한 중국의 ‘전력망 대개조’ 사업은 전 세계 에너지 전환 모델의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