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만 달러 투자 유치…압력용기 불필요, 핵폐기물 현장 처리까지
AI 전력난에 차세대 원전 각축전…전 세계 원전 정책 대전환 가속화
AI 전력난에 차세대 원전 각축전…전 세계 원전 정책 대전환 가속화
이미지 확대보기딥피션은 이른바 '중력반응로(gravity reactor)' 모델에 8000만 달러(약 1150억 원) 규모 투자를 새로 유치했다. 이 기술은 15메가와트급 가압경수로(PWR)를 지하 1마일 깊이 시추공 바닥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지구 자연 압력 활용해 대형 압력용기 불필요
딥피션의 중력반응로는 지구 자연 지질을 활용해 원자로 운영에 필수적인 고압 환경을 만든다는 점이 핵심이다. 지하 1마일 깊이에서는 물기둥이 자연스럽게 160기압을 생성하는데, 이는 가압경수로 작동에 필요한 압력 수준이다.
엔지니어링 전문지 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은 "이 설계는 지구 자연 지질을 활용해 여러 혁신을 이뤘다"며 "지하 1마일 깊이에서 물기둥이 자연스럽게 원자로 작동에 필요한 160기압을 제공하기 때문에 대규모 지상 압력용기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기존 원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압력용기 제작과 설치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딥피션 측은 이 방식으로 전통 원전 대비 건설비를 약 70~80%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현장 폐연료 처리로 핵폐기물 난제 해결
딥피션 기술의 또 다른 강점은 사용후핵연료를 현장에서 곧바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자로 설치에 활용한 시추 기술을 그대로 사용해 폐연료를 지하 깊숙이 저장하는 방식이다.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 소형모듈원자로(SMR) 설계는 실제로 처리가 필요한 핵폐기물 부피를 기존 대비 2배에서 최대 30배까지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딥피션의 현장 모듈식 폐기물 저장 방식은 심각해지는 핵폐기물 문제에 필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딥피션은 자사 중력반응로가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수요 충족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AI 확산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이 전 세계에서 원자력 재조명을 이끌고 있다.
전 세계 원전 회귀 가속화
실제로 공공과 민간 부문 모두에서 한때 기피 대상이었던 원자력에 대한 입장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덴마크가 원전 금지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독일도 유럽연합(EU) 에너지 정책에서 강경했던 반원전 입장을 일부 완화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에서 크게 후퇴했지만, 이달 들어 세계 최대 원전 시설 가동을 재개했다.
미국도 노후화되고 방치된 원전 시설 재건에 나서고 있다. 현 행정부는 "미국을 원자력 분야 세계 선두로 재확립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으며, 최근 새로운 국내 원전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방사선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다만 전통 원전 건설은 여전히 막대한 비용과 규제 장벽에 직면해 있다. 미국에서 최근 수십 년간 유일하게 신규 건설된 조지아주 웨인즈버러의 보글(Vogtle) 원전은 수년간 지연 끝에 350억 달러(약 50조 5600억 원)에 달하는 건설비가 투입됐다.
당초 미국 원전 재건의 상징으로 기대를 모았던 보글 원전은 오히려 전통 원전의 경제성 부족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충족하려면 더 저렴하고 빠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필요성이 소형모듈원자로와 초소형 원자로 같은 차세대 원전 개발 붐을 촉발했다는 평가다.
현재 전 세계에서 약 70여 개 업체가 SMR을 개발 중이며, 2030년대 초 상업운전을 목표로 표준설계 및 인허가 과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혁신형 SMR(i-SMR)은 2028년 표준설계인가 획득을 목표로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편 원자력에너지기구(NEA)는 2050년까지 원자력 수요량 1160기가와트 가운데 최대 375기가와트를 SMR이 충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