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주도권 공급자로 급격히 이동… 1분기 계약가 60% 폭등
‘장기 고정가’ 계약 파기, 분기별 재협상 도입… 아이폰18 원가 비상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낸드 수익성 ‘역대급’ 개선… eSSD 낙수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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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낸드 수익성 ‘역대급’ 개선… eSSD 낙수효과 기대
이미지 확대보기16일(현지시간) 대만 디지타임스(DIGITIMES)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일본 키옥시아(Kioxia)와 올 1~3월분 낸드플래시(NAND Flash) 공급가를 직전 대비 100% 인상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그동안 강력한 협상력을 앞세워 시장가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해온 애플이 공급사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고용량화로 인한 극심한 수급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낸드 가격 60% 폭등… 애플, ‘협상력’ 대신 ‘물량 확보’ 선택
최근 메모리 시장은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플래시 수요가 폭발하며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재편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올 1분기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의 계약 가격 상승 폭 전망치를 당초 33~38%에서 55~60%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러한 시장 변화는 주요 공급사들의 실적 수치로 증명된다. 샌디스크(SanDisk)는 지난달 2일 마감한 회계연도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672%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키옥시아의 가격 인상 요구를 수용한 것은 단순히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AI 기기 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 부품의 안정적인 확보가 더 시급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고정 계약의 덫 벗어난 키옥시아, ‘분기별 시가’ 승부수
그동안 키옥시아는 메모리 가격 상승기에도 경쟁사보다 저조한 수익성을 보였다. 지난해 9월 말 마감한 회계연도 2분기 영업이익은 870억 엔(약 8190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인 1000억 엔(약 9410억 원)을 밑돌았다. 이는 애플과 맺었던 장기 고정가격 공급 계약 탓에 시장 가격 상승분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하지만 이번 계약 갱신으로 키옥시아는 수익 구조를 완전히 바꿨다. 양측은 공급 단가를 두 배로 높이는 동시에,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분기마다 가격을 새로 정하는 '분기별 가격 조정' 조항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키옥시아는 올 1~3월 분기 매출이 전 분기보다 64% 급증한 8900억 엔(약 8조 38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치를 내놨다. 모건스탠리는 "애플이 누려온 저가 공급 혜택이 끝나면서 키옥시아가 본격적인 가격 정상화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폰18 가격 인상 압박… 애플의 ‘마진 방어’ 전략은
핵심 부품인 낸드플래시와 D램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차세대 아이폰의 제조 원가 부담은 최고조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신제품의 가격 정책을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애플이 기본 모델의 가격은 동결하되, 이익률이 높은 고용량 저장공간 모델의 가격을 올리는 차등화 전략을 쓸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이 아이폰 17 시리즈에서 공급사를 5곳으로 다변화하며 대응했지만, 업계 전체의 공급 부족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애플이 서비스 부문에서 분기당 300억 1300만 달러(약 43조 24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견고한 수익 구조를 갖춘 만큼, 하드웨어 부문의 원가 상승 충격을 일정 부분 흡수할 여력은 충분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미국 펜타곤(국방부)의 규제 명단에서 제외된 중국 CXMT나 YMTC 등 새로운 공급망을 활용해 협상력을 다시 확보하려는 시도도 포착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메모리 가격 사이클이 현재 공급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흐르고 있지만, 애플의 소싱 다변화 전략이 향후 협상 판도를 바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K하이닉스 ‘낙수효과’ 기대… 낸드 수익성 개선 가팔라진다
애플이 키옥시아의 ‘가격 2배 인상’안을 수용한 것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이 공급자에게 완전히 넘어갔음을 상징한다. 이는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강력한 실적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애플이라는 ‘거물급’ 고객사가 시장가 대비 높은 인상폭과 분기별 가격 조정에 합의함에 따라,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의 가격 협상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 부문 영업이익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가 1분기 가격 상승 폭을 60%까지 상향 조정한 상황에서, 고부가 가치 제품인 기업용 SSD(eSSD) 수요까지 맞물려 ‘깜짝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이번 애플의 결정이 업계 전반의 평균 판매단가(ASP)를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되어, 국내 반도체 양사의 연간 수익성이 역대급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 구성에서 낸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업황에 따라 변동되나, 일반적으로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의 약 20~35%,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부문 내에서 약 30~40% 내외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D램 매출 비중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전체 매출 내 낸드의 비중은 과거 평균 대비 소폭 낮아지거나 D램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