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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압박 속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 로드리게스, ‘줄타기 외교’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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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압박 속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 로드리게스, ‘줄타기 외교’ 시험대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속에 베네수엘라 권력이 공백 상태에 빠진 가운데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이 미국과 좌파 지지층 사이에서 위태로운 균형을 이어가고 있다고 BBC가 1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달 3일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전격적으로 미국으로 이송한 뒤 두 사람은 뉴욕 브루클린의 메트로폴리탄 구치소에 수감돼 마약 밀매 등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두 사람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마두로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던 로드리게스는 마두로의 귀환을 요구하는 반미 수사를 이어가면서도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을 통해 정책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하루 최대 5000만배럴의 원유를 미국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고 자금 관리 역시 자신이 맡겠다고 언급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로렌소 사바티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를 사실상 미국의 보호령처럼 언급했다”며 “로드리게스 역시 미국 마약단속국(DEA)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어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 좌파 결집과 미국 압박 사이


로드리게스는 취임 직후 기술 관료 중심의 내각을 구성하고 미국 석유 기업의 진출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동시에 수개월 또는 수년간 수감돼 있던 일부 정치인과 인권 활동가를 석방했다. 야권은 미국의 압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조치라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드리게스를 “훌륭한 인물”이라며 “우리가 매우 잘 협력해온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로드리게스도 양측 간 통화가 있었다고 인정하며 분위기가 “예의 바르고 상호 존중적”이었다고 밝혔다.

카르멘 베아트리스 페르난데스 데이터스트라테히아 최고경영자(CEO)는 “로드리게스의 정당성은 미국 군사력에 기대고 있다”며 “트럼프가 원할 때만 유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경제 회복 기대와 내부 권력 균형


베네수엘라의 경제 상황은 심각하다. 베네수엘라 금융관측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의 86%가 빈곤 상태에 놓였다. 올해 조사에서는 생필품 60개로 구성된 기본 식료품 장바구니 가격이 526.83달러(약 76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바티니 연구원은 “마두로 축출 이후 다수의 베네수엘라인이 더 낙관적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의 투자가 주로 석유 산업에 집중돼 있어 일반 국민 생활로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지는 불투명하다.

군부와의 관계도 변수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은 군과 준군사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실세로 평가된다. 그는 미국 정부로부터 2500만 달러(약 361억2500만 원)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 BBC는 로드리게스와 카베요가 공개 행사에 함께 등장하며 미묘한 공존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 미 행정부 내부 이견도 변수


미국 내부의 균열도 로드리게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강경 반공 노선을 취하며 조기 선거를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거 시점 결정권은 여전히 로드리게스에게 있다.

사바티니 연구원은 “경제가 개선될수록 로드리게스가 직접 출마해 승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필 건슨 국제위기그룹 선임연구원은 “차비스모는 생존과 권력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주의적 체제”라고 평가했다.

BBC는 결국 로드리게스가 미국의 압도적 영향력 아래 놓여 있으면서도 일정 부분 협상력을 유지한 채 줄타기 외교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