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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대법원, 관세 위법 결론 같았지만 대통령 권한 해석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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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대법원, 관세 위법 결론 같았지만 대통령 권한 해석은 엇갈려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청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청사.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면 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한 미 연방대법원 판결을 두고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대통령 권한 범위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날 6대 3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글로벌 관세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다수 의견을 작성했다.

다수 의견에는 진보 성향 대법관 3명과 함께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합류했다. 다만 판결 이유를 두고는 일부 의견이 갈렸다.

◇ 로버츠 “모호한 법으로 막대한 권한 위임했다고 보기 어렵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정부가 IEEPA를 대통령에게 사실상 무제한적 관세 부과 권한을 준 법률로 해석한 데 대해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IEEPA가 대통령에게 수입을 “조사·차단·규제”할 권한을 열거하고 있지만, ‘관세’나 ‘수입세’라는 표현은 명시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의회가 관세라는 “구별되고 중대한 권한”을 위임하려 했다면 명확히 규정했을 것이라는 취지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 사안이 “경제적·정치적으로 중대한 문제”에 해당한다며, 이른바 ‘중대 사안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을 언급했다. 이는 광범위한 정책적 파급 효과를 지닌 사안에서는 의회가 명확한 문구로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는 법리다.

그는 정부가 IEEPA 관세로 4조 달러(약 5780조 원)의 재정적자 감축 효과와 15조 달러(약 2경1675조 원) 규모의 국제 합의를 기대한다고 주장한 점을 거론하며 이런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권한을 모호한 법 문구에 근거해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고서치 “미국 독립전쟁은 과세권 문제에서 출발”


고서치 대법관은 별도의 보충 의견에서 미국 독립전쟁의 배경을 언급하며 과세 권한은 국민이 선출한 대표에게 있다는 역사적 전통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IEEPA를 통해 1%에서 100만%에 이르는 관세를 임의로 부과하거나, 특정 국가와 품목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언제든 변경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건국 이래의 전통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케이건 “법 문언만으로도 위법 판단 충분”


진보 성향의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은 별도 의견에서 IEEPA의 문언과 맥락을 통상적인 법 해석 원칙에 따라 보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이 없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굳이 중대 사안 원칙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법 조문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캐버노 “수입 전면 차단은 되고 1달러 관세는 안 된다는 건 비합리”


반면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과 함께 반대 의견을 냈다.

캐버노 대법관은 IEEPA가 대통령에게 수입을 전면 차단하거나 금수 조치를 취할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그보다 약한 수단인 관세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해석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세는 전통적으로 수입을 규제하는 수단이었으며, 국가비상사태 상황에서 대통령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판결이 이미 걷힌 수십억달러 규모 관세의 환급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며, 환급 절차는 “혼란스러운 상황(mess)”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대법관들, 결론은 같았지만 논리는 분화


WSJ는 이번 판결이 트럼프 대통령 2기 정책 가운데 대법원이 처음으로 명확한 위헌 판단을 내린 사례라는 점에 주목했다. 다수 대법관이 대통령 권한에 일정한 한계를 그었지만, 그 근거로 삼은 법리는 서로 달랐다는 분석이다.

특히 보수 성향 대법관 일부가 다수 의견에 합류하면서도 중대 사안 원칙 적용 범위를 두고는 내부적으로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