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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 날개 단 독일·중국, 120대 수주 뒤에 숨은 보잉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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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 날개 단 독일·중국, 120대 수주 뒤에 숨은 보잉의 탄식

독일 메르츠 총리 방중, 에어버스 120대 수주 확정으로 유럽 중심 실용 외교 성과 달성
보잉의 품질 논란 및 미·중 갈등 틈타 중국 내 에어버스 독주 체제 ‘표준화’ 단계 진입
우크라이나 침공 4주년 시점, 경제적 실리와 전쟁 중재라는 고난도 ‘투트랙’ 행보 강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에어버스 항공기, 에어버스 항공기 120대 수주 확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에어버스 항공기, 에어버스 항공기 120대 수주 확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제미나이3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에서 에어버스 항공기 120대 수주라는 막대한 경제적 전리품을 확보하며 유럽 주도의 실용주의 외교 지평을 넓혔다.

지난 25일(현지시각) AP와 AFP 등 주요 외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정학적 격랑 속에서도 세계 2위와 3위 경제 대국이 밀착하며 항공 패권의 무게추를 유럽으로 급격히 이동시킨 사건으로 풀이된다.

에어버스 120대 ‘수주 잭팟’…보잉의 빈자리 파고든 독일의 실용주의


메르츠 총리는 지난 25일 베이징 디아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시진핑 주석 및 리창 총리와 연쇄 회담을 갖고, 중국 측으로부터 최대 120대의 에어버스 항공기 추가 주문 약속을 받아냈다.
메르츠 총리는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문은 독일 정부의 실용적 외교가 얼마나 유효한지를 수치로 증명한 사례"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두고 보잉이 품질 논란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묶여 있는 사이 에어버스가 중국 시장의 '골든 타임'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에어버스는 이미 중국 톈진(Tianjin)에 제2 조립 라인을 가동하며 2026년 생산 가속화를 위한 현지 거점 확보를 마친 상태다. 반면 보잉은 미·중 무역 분쟁의 장기화로 인해 추가 수주 공백이 길어지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종 경쟁력 측면에서도 에어버스는 A321neo와 XLR 등 단일 통로 기종에서 압도적인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는 반면, 보잉은 737 MAX 시리즈의 신뢰 회복과 인증 지연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격차의 배경에는 유럽 연합을 중심으로 균형 잡힌 ‘제3의 길’을 제시한 독일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 행정부의 수출 통제 정책에 강제로 결속된 보잉과 달리 에어버스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며 실익을 챙겼다.

우크라이나 침공 4주년의 ‘고난도 외교’…중국에 등 떠밀린 중재자 역할


이번 방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주년(2월 24일) 직후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경제 사절단의 의미를 넘어선다.

메르츠 총리는 "베이징의 목소리는 모스크바에서도 들린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중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멈춰 세울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임을 정조준했다.

독일은 경제적으로는 에어버스 수주와 같은 실리를 챙기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중국에 전쟁 종식을 위한 압박을 요구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디리스킹(De-risking)’ 정책 기조 속에서도, 필요할 때는 중국과 손을 잡는 독일 특유의 냉철한 현실주의가 반영된 결과다.

글로벌 항공 시장의 ‘티핑 포인트’와 한국에의 시사점


에어버스의 수주 잔고는 현재 8700대를 넘어서며 보잉(6700대 수준)과의 격차를 기록적으로 벌리고 있다. 특히 중국이 향후 20년간 전 세계 신규 항공기 수요의 20%를 차지할 '큰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에어버스의 이번 120대 수주는 보잉의 반격 기회를 원천 봉쇄하는 효과가 있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에어버스가 중국 현지 생산라인을 두 배로 늘리며 공급망을 내재화한 것이 이번 수주전의 결정적 승패 요인이었다고 분석한다.

항공기 엔진 제조사 및 부품 공급망 관계자는 "에어버스의 독주 체제가 굳어질수록 항공기 표준 부품 시장 역시 유럽 규격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