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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공급망 대전환] 삼성·SK하이닉스 '낸드 전성시대' 오나… AI 서버 수요 폭발에 가격 6개월 새 최대 500%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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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공급망 대전환] 삼성·SK하이닉스 '낸드 전성시대' 오나… AI 서버 수요 폭발에 가격 6개월 새 최대 500% 급등

퀄컴·미디어텍, 스마트폰 비중 축소 가속… 공급망 '선입금 거래'로 갑을 관계 뒤집혀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이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저장장치 수요를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불과 반년 사이 낸드플래시 계약 가격이 최대 500%까지 솟구쳤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이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저장장치 수요를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불과 반년 사이 낸드플래시 계약 가격이 최대 500%까지 솟구쳤다. 이미지=제미나이3
올해 국내 반도체 빅2의 실적 성적표가 '낸드플래시' 하나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이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저장장치 수요를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불과 반년 사이 낸드플래시 계약 가격이 최대 500%까지 솟구쳤다. 한때 '애물단지'로 불리던 낸드 사업이 반도체 업황 회복의 핵심 엔진으로 부상한 것이다. 동시에 이 가격 폭등은 스마트폰 중심으로 짜여 있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질서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선입금·현금 완납… 공급망 '갑을 관계' 180도 뒤집혔다


대만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즈는 지난 1(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세계적인 낸드 컨트롤러 업체 피슨(Phison Electronics)이 고객사에 결제 관행 변경을 공식 통보했다고 전했다. 핵심은 '선입금 우선'이다. 물건을 받기 전에 대금을 먼저 치르거나 결제 기간을 대폭 단축하라는 내용이다.

피슨 측은 공문에서 그 배경으로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낸드 수요 급증으로 상위 공급사들이 대금 선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원자재 안정 확보와 운영 유연성 강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미국 샌디스크(SanDisk) 역시 향후 1~3년치 물량을 확보하려는 하청 업체들에 현금 완납을 요구한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이 같은 변화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모듈 업체들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본지 취재에서 "가격 상승과 선입금 요구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일반 소비자용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은 물량 확보 자체가 어려운 처지"라며 "피슨 역시 수익성이 낮은 소비자용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용 분야로 우선순위를 옮기는 추세"라고 전했다.

거래 관행 변화는 공급자 우위 시장의 귀환을 예고하는 신호다. 반도체 업계에서 선입금 거래가 확산하는 것은 단순한 결제 방식 변경이 아니다. 이는 2019~2021D램 공급 부족 사태 때와 유사한 구조적 전환 신호다. 당시에도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자 주요 공급사들이 우선 고객사(preferred customer) 체제를 강화하며 중소 업체들을 사실상 배제했다. 이번 낸드 파동이 D램 슈퍼사이클과 맞물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가격·물량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희귀한 기회를 얻게 된다.

퀄컴·미디어텍, '()스마트폰' 가속… AI PC·로봇이 새 전장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을 양분해 온 퀄컴과 미디어텍은 이미 모바일 의존도 축소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두 회사는 최근 실적 발표와 투자자 간담회에서 공통적으로 2026년 스마트폰 수요 약세를 예고했다. 실제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올해 부품 구매량을 전년 대비 15~20% 줄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에 미디어텍은 클라우드 전용 주문형반도체(ASIC)와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인력을 대거 투입했다. 퀄컴은 자동차 사업부를 확대하는 한편 AI PC 시장 점유율 확보에 주력하면서, 최근에는 산업 제어·로보틱스 분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다각화를 단순한 위험 분산이 아닌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포석으로 평가한다. AI 시대에는 스마트폰이 유일한 접점이 아니라, 다양한 기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환경이 주류가 된다. 이에 따라 특정 기기에 매달리는 전략은 장기적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확산하고 있다.

삼성·SK하이닉스, '낸드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


낸드플래시 가격 급등의 최대 수혜자로 국내 반도체 양강이 지목된다. 증권가와 업계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낸드 매출 비중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약 30~35%, SK하이닉스의 약 25~30%를 각각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AI 서버용 고용량 기업용 SSD(eSSD)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낸드 사업은 과거 '계륵'에서 '핵심 수익원'으로 탈바꿈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낸드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약 25배 불어난 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SK하이닉스 역시 낸드 부문에서만 약 22조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 대비 10배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실적 개선세에 힘입어 두 회사의 올해 합산 매출이 역대 최대치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마트폰 매출 70%' 기업은 위기… 비()모바일 전환 속도가 생존 변수


반도체 업계 안팎에서는 기업별 희비가 스마트폰 매출 의존도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본다. 전체 매출에서 스마트폰 비중이 70~80%를 차지하는 기업은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면 일찌감치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곳은 AI 분야 성장이 모바일 부진을 상쇄하고도 소폭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신중론도 존재한다. 클라우드 분야를 제외한 일반 산업용 AI 시장은 여전히 수요 가시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칩 제조사들이 최고급 모델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방어하려 하지만 전반적인 수요 감소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며 "결국 2026년 한 해 동안 비()모바일 분야에서 얼마나 빠르게 시장을 잡느냐가 생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낸드 가격의 500% 폭등은 단순한 공급 부족 현상이 아니다. AI 인프라 투자가 반도체 시장의 수요 구조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핵심은 속도다. 과거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데 10년이 걸렸다면, AI 데이터센터로의 전환은 2~3년 안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이 짧은 창()'낸드 전성시대'를 여는 기회의 문이 될 수 있다. 반면 모바일에 발이 묶인 중소 팹리스 업체들에게는 생존을 건 전환점이 될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속도와 방향을 좌우할 올해 하반기 실적 시즌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