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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韓 에너지 생명선 차단...아시아 정유마진 4년래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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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韓 에너지 생명선 차단...아시아 정유마진 4년래 최고

중동 원유 70% 의존·95% 호르무즈 경유...석화·해운·항공 '도미노 타격'
비축유 208일분 확보했지만...운임 80%·보험료 7배 '비용 폭탄' 현실화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의 지도가 2025년 6월 22일에 제작된 그림에서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의 지도가 2025년 6월 22일에 제작된 그림에서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 혁명수비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한국 원유 수입의 70%(연 9538만톤)가 차단 위기에 처했다. 싱가포르 복합 정유마진은 배럴당 30달러로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중국·일본 정유업체들은 원유 처리 속도를 20~30% 삭감하고 있다.

한국은 중동 원유 의존도 70.7%에 그 중 95%가 호르무즈를 경유하며, 정부는 비축유 208일분(정부 7640만 배럴·민간 7380만 배럴)을 확보했지만 해상운임 80% 급등·보험료 7배 할증으로 석유화학·해운·항공업계가 도미노 타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봉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에너지 시장 영향이 크다"며 수입선 다변화와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강조했다.

5일(현지시각)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로 인해 중동에서 아시아로의 원유 흐름이 혼란되면서 아시아의 정유 마진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유업계】 아시아 정유마진 4년래 최고...韓 석화업계 2주내 수급 차질


로이터가 인용한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아시아 전역의 정유 이익을 대변하는 싱가포르 복합 정유 마진은 3일 배럴당 거의 30달러까지 급등했다. 이는 2022년 이후 아시아 기준 마진이 가장 높았으며, 정유업자들이 원유 배송 지연에 대응하기 위해 가공 속도를 줄이고 연료 수출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석유 공급에 크게 의존하는 국영 대기업 중 아시아 정유업체들은 이란 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수백만 배럴의 중동 원유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원유 주행 속도를 최대 30%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십 척의 유조선이 여전히 페르시아만에 갇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의 일부 대형 정유업체들은 원유 처리 속도를 20~30%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이들 정유소 내부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이 이번 주 초 블룸버그에 전했다.

한국 석유화학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석화 업계 고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게 되면 빠르면 일주일 뒤, 늦어도 2주 뒤부터는 수급에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지난 주말 이후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는데, 글로벌 수요가 부진해 석화 제품에 원가 부담을 전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수입 나프타 중 54%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올 정도로 이 해협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원유 도입 차질로 가동률을 줄이면 석유화학 제품 생산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원유 수입】 중동 의존도 70.7%...사우디 4713만톤·UAE 1535만톤

한국은 원유의 70.7%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이 중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2025년 총 원유수입량 1억3700만톤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은 사우디 4713만톤·UAE 1535만톤·이라크 1550만톤·쿠웨이트 1193만톤·카타르 547만톤으로 69.6%(약 9538만톤)에 달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해 6월 에너지 정보 업체 '보텍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낸 자료를 보면, 2025년 1분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는 원유는 중국이 540만 배럴/일, 인도 210만 배럴/일, 한국 170만 배럴/일, 일본 160만 배럴/일로 나타났다. 반면 유럽은 50만 배럴/일, 미국 40만 배럴/일 수준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30%를 차지하는 핵심 통로다. 전체 폭 55㎞ 중 유조선이 통항할 수 있는 구간은 10㎞ 이내인데, 모두 이란 영해에 속한다.

【유가】 브렌트유 배럴당 100달러 전망...코스피 지난 4일 12% 폭락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로 올해 들어 이미 20%나 올랐다.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지난달 27일 배럴당 72.48달러로 마감하면서, 작년 7월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동북아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LNG 일본·한국 마커(JKM)는 3일 100만BTU당 1만5068달러로 전날보다 약 40% 뛰었다. 이로 인해 지난 4일 코스피는 지난 4일 12% 이상 무너졌고, 한국 정부에서는 "필요할 경우 100조 원 이상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항공】 대한항공, 인천~두바이 노선 중단...제트연료 마진 급등


해사신문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28일 공습 발생 직후 인천~두바이 노선인 KE951편과 KE952편을 긴급 회항 및 결항 조치했으며, 5일 까지 해당 노선 운항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인천~두바이 노선을 주 7회 왕복 운항해온 터라 중단 조치의 영향이 적지 않다.

오일프라이스에 따르면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란 드론 공격 이후 하루 55만 배럴 가동하는 라스 타누라 정유소를 폐쇄했다. 중동에서의 연료 공급도 위험에 처해 있어 디젤과 제트 연료 마진을 가장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Kpler 분석가들은 디젤이 단기적으로 가장 심각한 물리적 압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LNG】 카타르 수입 14.9% 차질...발전·도시가스 공급 비상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천연가스(LNG) 수입량은 4668만톤 가운데 카타르 697만톤으로 비중은 14.9%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해사신문에 따르면 LNG 공급망도 직격탄을 맞았다. 카타르발 물동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발전·도시가스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 대응】 비축유 208일분...9개 기지서 방출 계획


한국 정부는 3일 관계 부처 합동 긴급 대응 회의를 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정부 비축유 7,640만 배럴·민간 비축유 7380만 배럴에 3개월 내 추가 확보 물량 3500만 배럴까지 더하면 합산 208일치에 해당한다"며 당장의 수급 대응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경제부총리는 "우리나라의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만큼 호르무즈 해협 불안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에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부는 차관 주재로 제2차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유조선 운항 일정 조정과 우회 항로 확보 방안을 면밀히 논의했다. 사태 장기화로 민간 원유 재고가 일정 비율 이상 감소하는 수급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여수·거제 등 9개 비축기지에서 비축유를 방출해 국내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전문가 진단】 "수입선 다변화·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 시급"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김태황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유가 변동성이 커졌다라는 부분이고, 물류에 어려움이 생기게 되면 우리의 수출입 물류 일정에도 지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중동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수입선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중동 원유 70.7% 의존도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약점이다. 미국·호주 등으로 수입선을 확대하는 '컨틴전시 플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산업 전문가는 "재생 에너지 전환 가속화가 필수"라며 "태양광·풍력 등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여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이는 유가 변동 리스크를 장기적으로 완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해사신문에 따르면, 해운업계는 사태 전개 방향이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뉜다고 본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을 통한 조기 관리 국면 진입, 이란의 제한적 보복에 따른 부분 봉쇄 장기화, 그리고 역내 전면전으로의 확전이 그것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 유가와 해상운임의 급등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충격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업계 전문가는 "당장은 정부가 보유한 비축유와 LNG 재고가 완충 역할을 하겠지만, 이번 사태는 중동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오래된 과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며 "수소 경제로의 전환과 전략적 비축유 확보·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