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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불길에 기름 부은 푸틴, 유럽 가스 밸브 잠그고 전 세계 에너지 시장 ‘인질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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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불길에 기름 부은 푸틴, 유럽 가스 밸브 잠그고 전 세계 에너지 시장 ‘인질극’

이란 전쟁 혼란 틈타 최후통첩, 유럽연합 금지 조치 안 풀면 지금 당장 공급 중단
에너지 무기화 재가동하는 러시아, 호르무즈 해협 위기 속 아시아 시장으로 눈길
2022년 10월 11일 러시아 노보로시스크의 흑해 항구에 있는 셰스카리스 환적 단지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10월 11일 러시아 노보로시스크의 흑해 항구에 있는 셰스카리스 환적 단지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사진=AP/뉴시스
러시아가 중동에서 벌어지는 이란 전쟁의 혼란을 틈타 유럽을 향한 에너지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가스에 대해 내린 수입 금지 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남은 가스 공급마저 즉각 중단하겠다고 위협하며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다시 한번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우크라이나의 영문 매체인 키이우인디펜던트가 3월 5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월 4일 크렘린궁에서 한 출입 기자에게 유럽이 어차피 금지할 계획이라면 우리가 지금 당장 공급을 끊고 새로운 시장으로 옮기는 것이 더 이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유럽연합이 추진 중인 2027년 러시아산 가스 전면 금지 계획에 정면으로 맞서, 러시아가 먼저 가스 밸브를 잠그고 공급처를 이전하겠다는 에너지 무기화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란 전쟁이 가져온 러시아의 교활한 기회


러시아의 이러한 강수는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 미국 사이의 군사적 충돌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진 시점과 맞물려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이 위협받으면서 국제 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푸틴은 이를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흔들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로 판단한 것이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로 공급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러시아산 가스마저 끊길 경우 유럽 경제가 입을 타격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 끊고 다른 시장 간다, 푸틴의 배수진

푸틴은 EU가 2027년이라는 마지노선을 정해두고 점진적으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을 비웃듯, 러시아가 먼저 선제적으로 공급을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유럽이 러시아를 거부한다면 러시아 역시 유럽 시장에 미련이 없으며, 이미 구축된 인프라와 신규 경로를 통해 가스를 필요로 하는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럽의 탈러시아 에너지 정책을 정면으로 무너뜨리려는 심리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아시아 등 대체 시장 공략으로 활로 모색


유럽 시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러시아는 아시아를 포함한 대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푸틴은 유럽이 문을 닫더라도 세계에는 여전히 에너지를 갈구하는 거대한 시장들이 존재하며, 러시아산 가스의 경쟁력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파이프라인 확충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다변화를 통해 에너지 수출 지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의 인내심과 에너지 자립을 향한 시험대


러시아의 이번 위협은 에너지 자립을 꿈꾸는 유럽연합에 거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가격 불안정과 러시아의 공급 중단 위협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유럽이 기존의 금지 정책을 관철할 수 있을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푸틴은 에너지를 통해 유럽의 단결을 저해하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압박은 유럽의 에너지 전환과 탈러시아 행보를 더욱 재촉하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