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구서 이란 선박 2척 출항, 고체 로켓 연료 핵심 원료 적재 정황 포착
워싱턴포스트 위성사진·선박 추적 데이터 공개… 한국 방산·에너지 전략에도 파장 불가피
워싱턴포스트 위성사진·선박 추적 데이터 공개… 한국 방산·에너지 전략에도 파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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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선박이 말해주는 것, “떠날 때 더 무거워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7일(현지시각) 이란 국영 해운사(IRISL) 소속 화물선 '샤브디스(Shabdis)'호와 '바르진(Barzin)'호가 중국 광둥성 주하이(珠海) 가오란(高欄) 항을 떠나 이란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배들이 무엇을 실었는지를 가장 먼저 폭로한 것은 선박 자체였다. 해양 정보 분석 업체 폴스타 디펜스(Pole Star Defense)는 위성 이미지와 선박 추적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지난달 19일 가오란 항 입항 당시보다 출항 시 선체가 수면 아래 잠기는 깊이가 뚜렷하게 깊어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배가 무거워졌다는 뜻이다.
가오란 항은 우연히 선택된 기항지가 아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출신이자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 고문 미아드 말레키는 "가오란 항은 화물 이력과 선박 동선을 종합할 때 이란 미사일 프로그램에 필요한 화학물질이 집산하는 핵심 거점으로 지목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 항구는 고체 로켓 연료의 핵심 전구체(前驅體)인 '과염소산나트륨(Sodium Perchlorate)' 선적지로 오랫동안 분류돼 왔다.
과염소산나트륨은 표면적으로 민간 화학 원료로 거래된다. 그러나 정제 과정을 거쳐 과염소산암모늄(Ammonium Perchlorate)으로 전환하면, 탄도 미사일 및 대형 로켓의 고체 연료 성분으로 전용된다. 미국이 수출 통제 품목으로 지정한 이유다.
올해 들어서만 이란 국영 해운사 소속 선박 12척이 가오란 항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다수가 과거 유사 화학물질을 운송한 전력이 있는 선박으로 확인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중국은 '멈출 수 있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중국이 이 선박들을 붙잡아둘 '의지'가 없었다는 점이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아이작 카돈(Isaac Kardon)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관 검사, 행정 절차, 서류 검토 등 수십 가지 관료적 수단으로 이 선박들을 항구에 며칠이든 묶어둘 수 있었다"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전쟁 상황에서도 이란을 지원하겠다는 의도적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이란은 급하다, '존폐'가 걸린 원료 확보전
현재 이란이 이 원료 확보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실전 피해가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내 탄도 미사일 저장 기지와 지하 발사 시설 다수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카돈 연구원은 "테헤란 입장에서 미사일 원료 조달은 이제 '긴급'을 넘어 정권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선박 항로 데이터에 따르면, 바르진호는 현재 말레이시아 연안에 일시 정박 중이며 오는 14일 이란 남부 전략 항구인 반다르아바스(Bandar Abbas)에 입항할 예정이다. 샤브디스호는 16일 인도양 연안의 차바하르(Chabahar) 항에 닿을 것으로 분석됐다. 두 항구 모두 이란 해군 기지가 위치한 군사·물류 핵심 거점이다.
중국의 선택,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 균열 우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Washington Institute for Near East Policy) 그랜트 럼리(Grant Rumley) 선임연구원은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이 걸프 해역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란에 노골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과의 경제·외교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고위험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중동 지역 최대 교역 파트너다. 이란을 군사적으로 돕는 행보가 걸프 산유국들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질 경우, 에너지 공급망과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 전반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베이징 내부에서도 나온다.
한국에 미치는 함의, 방산 수출과 에너지 안보의 교차점
이번 사태는 한국의 국가 전략 관점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시그널을 발신한다.
우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한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반다르아바스 항이 군사 물자 집결지로 기능할 경우, 걸프 지역 긴장 고조는 국제 유가와 한국의 에너지 수급에 즉각적인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다.
방산 수출 전략 측면에서는, 한국산 K9 자주포·FA-50 경공격기 등을 중동 국가에 공급해 온 한국 방산 업계가 이란의 미사일 전력 강화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이란발 위협이 높아질수록 UAE·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의 방위 예산 확대 수요가 늘고, 한국의 방산 수출 공간이 넓어질 수 있지만 동시에 역내 불안정이 수출 계약 이행 리스크를 높인다는 상반된 분석도 공존한다.
한편, 복수의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중국이 이란에 대한 화학물질 공급을 묵인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미국의 독자 제재 체계가 중국을 경유하는 우회 공급망을 막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라며 한국도 전략물자 수출통제 시스템의 취약점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과 이란 교전이 장기화할수록, 중국의 전략적 모호성은 점점 더 선명한 선택지로 수렴되고 있다. 중동의 화약고에 연료를 대는 손이 어디에 있는지, 이제 위성이 그 답을 내리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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