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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도 못 뚫은 ‘셰일 방패’... 미국 가스값 혼자만 평온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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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도 못 뚫은 ‘셰일 방패’... 미국 가스값 혼자만 평온한 이유

유럽 가스비 67% 폭등할 때 미국은 11% 선방... 역대급 재고와 생산량이 만든 완충지대
에너지주 S&P500서 26% 독주... 셰니어·벤처글로벌 등 LNG 수출 기업 정점 찍나
미국 텍사스주 이글 포드 셰일 유전의 석유 펌프시설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텍사스주 이글 포드 셰일 유전의 석유 펌프시설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동에서 교전이 시작되고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시설이 공격을 받아 폐쇄되면서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쇼크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을 보이며 경제적 충격을 방어해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쌓아온 미국의 에너지 자립 능력이 거대한 방패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3월 8일(현지 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란의 공격으로 카타르의 세계 최대 LNG 수출 시설이 가동을 멈추면서 전 세계 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그러나 미국의 가스 가격 상승률은 11%에 그치며 비교적 완만한 흐름을 보였다. 4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겪었던 전기료 폭등과 같은 고통을 이번에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넉넉한 국내 재고와 기록적인 생산량, 그리고 이미 가득 찬 수출 용량 덕분이다.

에너지 기업의 독주와 글로벌 증시의 희비


투자자들은 2022년 하락장 속에서 유일하게 빛났던 에너지주의 재현을 기대하고 있다. 2026년 들어 S&P 500 지수가 1.5% 하락하는 동안 에너지 업종은 26% 급등하며 시장을 압도했다. 미국의 안정적인 가스 가격은 가계부담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철강, 플라스틱, 비료 등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 전쟁 시작 후 코스피가 11% 폭락하고 일본과 유럽 증시가 5% 넘게 밀리는 동안 미국 S&P 500 지수가 2% 하락에 그치며 선방한 비결도 여기에 있다.

중동 화약고 터져도 끄떡없는 미국산 가스 보따리

미국 시추업체들이 지난 10년간 발굴해낸 막대한 양의 오일과 가스는 미국을 세계 최대 연료 수출국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제는 중동에서 대규모 충돌이 발생해도 과거처럼 가격이 성층권까지 치솟지 않도록 막아주는 수준에 이르렀다. 뉴욕 시장의 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1월 폭설 당시 정점보다 57%나 낮은 수준이며, 1년 전보다도 약 28% 저렴하다. 시장 참여자들은 올여름까지도 충분한 재고와 낮은 가격대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의 가스비 비명과 카타르의 공급 중단 사태


반면 해외 상황은 전혀 다르다. 러시아산 가스를 멀리하며 LNG 의존도를 높였던 유럽의 기준 가스 가격은 지난 한 주간 67%나 폭등했다. 페르시아만발 LNG 물량의 주요 목적지인 아시아 시장도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세계 공급량의 20%를 담당하는 카타르에너지가 생산을 중단했고, 설령 생산이 재개되더라도 폭발 위험이 있는 화물을 실은 유조선들이 이란의 공격 위험을 뚫고 호르무즈 해협을 언제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트럼프의 호르무즈 호송령과 LNG 수출 기업의 수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들을 호송할 수 있다고 밝히며, 해운사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보험 제공을 명령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미국의 LNG 수출 기업인 셰니어 에너지와 벤처 글로벌은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셰니어 에너지는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벤처 글로벌은 올해 예상 생산량의 30% 이상을 현물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어 가격 상승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