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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태양 패권 전쟁] 전기요금·탄소세 시대 끝낼 '꿈의 에너지'… 중국이 결승선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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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태양 패권 전쟁] 전기요금·탄소세 시대 끝낼 '꿈의 에너지'… 중국이 결승선 앞섰다

불가능의 벽 '그린월드 한계' 세계 최초 돌파… 90억 달러 민간 자본이 밀어붙이는 '무한 청정에너지' 시대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로 전력 수요가 폭발하는 가운데, 중국이 핵융합 물리학의 '절대 장벽'으로 불리던 이론적 한계를 세계 최초로 허물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로 전력 수요가 폭발하는 가운데, 중국이 핵융합 물리학의 '절대 장벽'으로 불리던 이론적 한계를 세계 최초로 허물었다. 이미지=제미나이3
"핵융합은 항상 30년 뒤의 기술이었다." 에너지 업계에서 수십 년간 회자된 이 냉소적인 농담이 이제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로 전력 수요가 폭발하는 가운데, 중국이 핵융합 물리학의 '절대 장벽'으로 불리던 이론적 한계를 세계 최초로 허물었다.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지구촌의 '인공태양 전쟁'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글로벌 핵융합 민간 투자액 추이. 도표=글로벌이코노믹/출처= 펜실베이니아대 클라인만 에너지 정책 센터.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핵융합 민간 투자액 추이. 도표=글로벌이코노믹/출처= 펜실베이니아대 클라인만 에너지 정책 센터.


중국 EAST, 핵융합 '그린월드 한계' 최초 돌파


인디언 디펜스 리뷰(Indian Defence Review)는 지난 7(현지시간), 중국의 핵융합 실험장치 'EAST(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실험장치)'가 플라즈마 밀도의 이론적 상한선인 '그린월드 한계(Greenwald Limit)'를 초과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핵융합 연구 역사상 이 경계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카막은 1950년대 처음 개발된 도넛 형태의 핵융합 장치다. 섭씨 1억 도를 웃도는 초고온 수소 플라즈마를 강력한 자기장으로 가두어 태양 내부와 동일한 핵융합 조건을 인공적으로 구현한다. 문제는 플라즈마 밀도를 일정 수준 이상 높이면 내부가 급격히 불안정해진다는 점이었다. 물리학자 마틴 그린월드가 정의한 이 밀도 상한선이 수십 년간 상용화를 가로막는 벽이었다.

중국 연구팀은 플라즈마 전류 파형 제어 방식을 정밀 조정하는 방법으로 이 장벽을 넘어섰다. 이 성과는 핵융합 발전소의 출력 밀도를 높이고 대형화하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핵융합 선진국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프랑스의 웨스트(WEST)와 한국의 KSTAR는 수억 도에 달하는 플라즈마 유지 시간에서 잇달아 세계 기록을 갱신해 왔다. 특히 한국 KSTAR2024년 섭씨 1억 도의 플라즈마를 48초 유지해 세계 기록을 세웠고, 2026년까지 300초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밀도의 벽'만큼은 어느 나라도 허물지 못했다. 중국이 선점한 이 영역은 이제 핵융합 기술 패권의 새로운 척도로 부상할 전망이다.

핵융합 민간 투자 6배 폭증… AI가 당긴 방아쇠


물리학의 진전만큼 자본의 움직임도 급격하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클라인만 에너지 정책 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핵융합 민간 투자 규모는 2016~202015억 달러(22000억 원) 수준에서 2021~2025년 사이 90억 달러(132200억 원)6배가량 급팽창했다. 5년 만에 투자액 기준으로 핵융합이 '연구 프로젝트'에서 '산업'의 영역으로 올라선 것이다.

이 흐름을 주도한 것은 빅테크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등은 AI 데이터 센터의 기하급수적 전력 소비를 감당할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핵융합에 베팅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탄소 규제 의무와 전력망 병목이 동시에 압박하는 상황에서, 핵융합은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옵션으로 인식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AI가 단순히 자금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최근 핵융합 연구 현장에서는 AI 모델이 플라즈마 내부 자기장을 실시간으로 조정하고, 초고온 환경에서 원자로 내벽의 안전 구역을 식별하는 작업에 직접 투입되고 있다. 에너지 위기가 AI를 불러들이고, AI가 핵융합을 앞당기는 '순환 가속'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핵융합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모험적 도박으로 여겨졌다""지금은 주요 사모펀드와 국부펀드까지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핵융합 기업을 검토하는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ITER 완공 임박… '재료 혁명'이 마지막 관문


국제열핵실험로(ITER) 건설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건설 중인 ITER는 한국을 포함한 35개국이 참여한 인류 최대 규모의 과학 협력 프로젝트다. 투입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에너지 증폭'을 처음으로 실증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이 장치의 핵심 자석 구조물인 '중앙 솔레노이드'의 마지막 모듈이 현장에 반입되며 완공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ITER 국제기구는 2026년을 전후해 주요 시험 가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물리적 도전보다 더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 소재 문제다. 플라즈마 접촉면은 1억 도를 넘나드는 초고온에 노출될 뿐 아니라, 핵융합 반응 과정에서 방출되는 고에너지 중성자가 금속 결정 구조를 지속적으로 파괴한다. 기존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소재로는 이 환경을 수년 이상 버텨낼 수 없다.

이에 대응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는 지난해 6'원자력 기술 재료 연구소(LMNT)'를 설립하고 핵융합 발전소용 특수 소재 시험에 착수했다. 재커리 하트위그 LMNT 소장은 "핵융합 상용화를 뒷받침할 재료를 신속히 개발하고 검증하는 기술이 시급하다""향후 수년 안에 실제 발전소에 투입될 최적 소재를 선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소재 개발은 한국 기업에도 직결된 과제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등 국내 철강·소재 기업들은 이미 핵융합 관련 특수강 및 텅스텐 복합소재 분야에서 ITER 공급 계약에 참여해 왔다. 국내 방산·에너지 업계에서는 소재 경쟁에서 선점권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 핵융합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설계·건설과 소재 개발 문제 해결 시급


중국의 이번 성과는 한국에 복잡한 함의를 던진다. 한국은 KSTAR를 운영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 기초과학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상용로 설계·건설과 소재 개발 분야에서는 아직 중국, 미국에 뒤처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에너지 경제 분야 전문가들은 "핵융합이 상용화되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한국 경제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온다""지금 당장의 수출 경쟁력보다, 핵융합 생태계 참여 여부가 향후 30년 산업 지형을 가를 것"이라고 강조한다.

태양이 46억 년 동안 빛을 내온 원리를 인간이 지구에서 재현하기까지,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은 예상보다 훨씬 짧아졌다. 에너지 패권의 무게추가 어느 나라의 손에 먼저 쥐어지느냐는 이제 물리학이 아니라 전략의 문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