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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욕하면 시급 100달러"… 챗봇 '기억력 실태' 고발할 전문 비판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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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욕하면 시급 100달러"… 챗봇 '기억력 실태' 고발할 전문 비판가 뜬다

영국 비즈니스인사이더 "AI 스타트업 멤비드, 시급 100달러 파격 조건에 독설가 채용"
'기억 상실' 걸린 챗봇 추궁해 데이터 확보… 단순 구인 넘어 AI 신뢰성 확보 사활
시간당 100달러(약 14만7000원)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챗봇의 고질적인 기억력 오류와 환각 현상을 추궁하고 비판할 '전문 비판가'가 근무하는 모습.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시간당 100달러(약 14만7000원)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챗봇의 고질적인 기억력 오류와 환각 현상을 추궁하고 비판할 '전문 비판가'가 근무하는 모습.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멤비드(Memvid)가 챗봇의 고질적인 기억력 오류와 환각 현상을 뿌리 뽑기 위해 8시간 동안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성능을 테스트할 전문 비판가를 시간당 100달러(약 14만7000원)에 채용한다.

이 내용은 영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가 지난 11일(현지 시각) 보도한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학위보다 '분노'가 자산…챗봇의 건망증 끝까지 추궁해야


이번 채용의 핵심은 인간의 감정적 좌절감을 기술 개선의 동력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선발된 인원은 8시간 근무 내내 주요 AI 챗봇들과 대화하며 이들이 과거 대화 내용을 얼마나 정확히 기억하는지, 언제 정보를 망각하거나 왜곡하는지 집요하게 추궁하고 그 과정을 문서화해야 한다.

지원 자격은 파격적이다. 컴퓨터공학 학위나 IT 경력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대신 멤비드 측은 △기술적 결함에 대해 깊은 좌절감을 느껴본 경험 △같은 질문을 반복할 수 있는 끈질긴 인내심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반응을 더덜없이 드러낼 수 있는 표현력을 필수 요건으로 내걸었다.

근무 과정은 향후 AI의 신뢰성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홍보 영상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의료용 AI 실무 투입의 '뇌관'…메모리 솔루션 고도화가 목적


멤비드가 이처럼 독특한 채용에 나선 배경에는 AI의 신뢰성 부재라는 본질적인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
멤비드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모하메드 오마르는 2024년 의료 인력 채용 지원용 AI를 개발하던 중 시장의 기존 메모리 솔루션이 문맥을 놓치고 정보를 빠뜨리는 심각한 결함을 발견했다.

오마르 CEO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 한 인터뷰에서 "AI에게 메모리는 생명줄과 같지만 당시 기술은 불안정했다"면서 "특히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 분야에서 AI의 기억 오류는 용납될 수 없는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멤비드는 챗봇이 대화 맥락을 반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자체 솔루션을 개발했으며, 이번 채용을 통해 실제 사용자가 느끼는 오류의 임계치를 정밀 측정해 제품 완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단순 홍보 넘어 'AI 조련' 직무 확장 가능성


업계에서는 이번 채용을 AI 성능 검증의 새로운 표준으로 보고 있다. 알고리즘의 수치적 성능보다 실제 인간이 느끼는 불편한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상용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오마르 CEO는 "초기에는 한 명을 채용하지만, 향후 AI 기억력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기 위해 전문가 채용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멤비드 지원 양식에는 '챗봇 사용 중 겪은 가장 불쾌했던 경험'을 서술하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AI 개발사가 모델의 '지능'을 자랑하던 시대를 지나 얼마나 인간의 맥락을 정확히 '기억'하고 신뢰를 줄 수 있는지를 입증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