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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모리 반도체 쇼크] "부르는 게 값" AI가 집어삼킨 DDR5, '메모리 인플레이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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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모리 반도체 쇼크] "부르는 게 값" AI가 집어삼킨 DDR5, '메모리 인플레이션' 공포

DDR5 가격 몇 달 새 400% 폭등... AI 데이터센터발 '메모리 블랙홀'에 세계 PC 시장 비명
고장 난 RAM 교체 거부하는 유통사·10배 폭리 취하는 AI 봇... 유통 질서 붕괴 직전
삼성전자, 애플 '폴더블 아이폰' 협상서 판정승... LPDDR5X 가격 100% 인상 관철하며 공급자 우위 시대 선포
2026년 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포식자가 일반 소비자용 물량까지 집어삼키는 ‘메모리 아포칼립스’ 국면에 진입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2026년 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포식자가 일반 소비자용 물량까지 집어삼키는 ‘메모리 아포칼립스’ 국면에 진입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2026년 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포식자가 일반 소비자용 물량까지 집어삼키는 메모리 아포칼립스국면에 진입했다. AI 서버 구축을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생산 역량이 집중되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PC 및 모바일용 DRAM 수급은 임계점을 넘어섰다. 단순히 가격이 오르는 수준을 지나 유통사가 보증 수리를 거부하고, AI 봇이 매물을 싹쓸이해 10배 폭리를 취하는 등 시장은 그야말로 대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IT 매체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와 디지타임스(DIGITIMES)가 지난 12(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AI가 불러온 나비효과가 어떻게 개인의 지갑을 털고 글로벌 빅테크 간의 권력 지도를 바꾸고 있는지 3대 핵심 쟁점을 통해 분석한다.

DDR5 및 주요 메모리 시장 변동 현황 (2025.11~2026.03).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DDR5 및 주요 메모리 시장 변동 현황 (2025.11~2026.03).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수리 대신 원금 환불만"… 시세 급등에 무력화된 AS 보증 체계


메모리 가격 폭등은 사후 지원(AS) 체계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호주의 대형 PC 부품 유통사 유마트(Umart)는 최근 불량 판정을 받은 코세어(Corsair) DDR5 제품의 교체 요구를 거부하며 국제적인 공분을 샀다.

소비자 고란(Goran)2024년 당시 155호주달러(163400)에 산 제품이 고장 나 수리를 요청했으나, 유통사는 "현재 시가가 600호주달러(63만 원)에 육박해 새 제품 교체는 소비자에게 과도한 '업그레이드'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구매가 환불만을 제시했다. 이는 시세 차익을 노린 유통사의 꼼수로, 사실상 소비자가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다시 사려면 400호주달러(421800)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급난을 빌미로 보증 책임을 회피하는 이른바 '제품 인질극'이 전 세계 유통망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AI 봇의 역설… 120달러 제품 1200달러에 되파는 '디지털 약탈'


미국 소매 시장은 AI 기술을 역이용한 리셀러(재판매업자)들의 전쟁터가 됐다. 32GB DDR5 키트의 소매 최저가는 현재 359.99달러(53만 원), 지난해 11월 대비 불과 몇 달 만에 33% 이상 올랐다.

더 심각한 현상은 AI 봇을 동원한 매물 싹쓸이다. 이들은 저가 매물이 올라오자마자 0.1초 만에 낙찰받은 뒤 아마존 등에서 가격을 10배 이상 부풀려 되팔고 있다. 평소 120달러(178000) 내외이던 지스킬(G.Skill)이나 패트리어트(Patriot) 제품이 현재 1130~1230달러(168~183만 원)에 거래되는 기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소비자를 돕기 위해 태어난 AI가 오히려 일반 소비자의 메모리 구매 기회를 박탈하는 '기술의 배신'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슈퍼 갑' 애플의 굴욕… 삼성, 메모리 단가 100% 인상 관철


부품 공급망의 최상위 포식자인 애플조차 메모리 대란의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2026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12GB LPDDR5X DRAM 공급가격을 기존 대비 100% 인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60% 인상을 제안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DRAM 부족 현상이 극심해지자 아예 '2배 인상'으로 못을 박았고, 대안이 없는 애플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 패널까지 독점 공급하게 되면서, 삼성은 애플의 차세대 전략 기기의 원가 통제권을 완전히 거머쥐게 됐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반도체 수급난이 애플의 강력한 납품가 인하 압박마저 무력화시켰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메모리 보릿고개, 2026년 말까지 장기화 우려"


이번 메모리 대란은 단순한 일시적 품귀 현상이 아니다. 데이터센터들이 고성능 서버 구축을 위해 HBM뿐만 아니라 일반 DRAM 물량까지 우선 배정받으면서 발생한 '공급의 질서 재편'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올해 약 5510억 달러(8209900억 원)에 이르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가격 폭등이 PC와 스마트폰 등 전방 IT 기기의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효과'를 경고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AI용 제품에 생산 라인을 올인(All-in)하고 있어, 일반 소비자용 메모리의 가격 안정화는 오는 2026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시화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지금 당장 메모리를 사야 한다면 "오늘이 가장 싸다"는 조언이 뼈아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의 중동전쟁이 더 길어질 경우 유가가 급등하고 이것이 산업 공급망 전반에 가격 인상을 초래할 경우 AI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 일각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