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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쟁] "코카콜라보다 싼 마이크로소프트"… PER 22배, 10년 만의 최저, 1조 달러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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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쟁] "코카콜라보다 싼 마이크로소프트"… PER 22배, 10년 만의 최저, 1조 달러 증발

AI 공포가 만든 '역설적 저평가'…애저·오픈AI '이중 방어선'이 반전의 열쇠
소프트웨어 붕괴론 확산 속 클라우드·지분 가치 2000억 달러가 기업가치 하방 지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사무실의 간판. 사진=EPA/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사무실의 간판. 사진=EPA/연합뉴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서학개미(해외 주식 직접투자 개인투자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선호하는 종목 가운데 하나로 꼽는 마이크로소프트(MSFT)가 심상치 않다. 고점 대비 시가총액이 1조 달러(1499조 원) 넘게 증발했고, 코카콜라나 홈디포 같은 전통적 배당주보다 낮은 주가수익비율(PER)로 거래되는 초유의 상황이 현실이 됐다.

'인공지능(AI)이 소프트웨어를 집어삼킨다'는 공포가 월가 전체를 흔드는 가운데, 정작 이 충격을 가장 오래, 가장 깊이 받는 종목이 AI 생태계의 최대 수혜주 후보인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역설이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핵심 수치로 보는 마이크로소프트(MSFT) 현주소. 도표=글로벌이코노믹/출처=배런스(Barron's), RBC 캐피털 마켓, 제프리스(Jefferies) 분석 종합이미지 확대보기
핵심 수치로 보는 마이크로소프트(MSFT) 현주소. 도표=글로벌이코노믹/출처=배런스(Barron's), RBC 캐피털 마켓, 제프리스(Jefferies) 분석 종합


'AI 소프트웨어 아포칼립스'가 낳은 역대급 저평가


마이크로소프트의 12개월 선행 PER은 현재 약 22배 수준으로 수렴했다. 이 수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절댓값 때문이 아니다. S&P 500 지수 평균과의 격차가 지난 10년 사이 가장 좁혀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배런스(Barron's)가 지난 13(현지시각) 보도한 분석에 따르면,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PER은 코카콜라(25)나 홈디포(24) 같은 전통적 가치주보다도 낮게 형성돼 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사실상 장악한 기업이 경기방어주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은 주가 하락이 펀더멘털이 아닌 '내러티브(Narrative)', 즉 시장의 공포 서술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서술의 핵심은 벤처 투자자 마크 안드레센이 2011년 내놓은 명언에 대한 반전이다. 당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다"는 그의 선언은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대도약을 예고했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지금, 시장은 "이번엔 AI가 소프트웨어를 먹어 치운다"는 정반대의 명제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코딩과 문서 작업을 자동화하면 마이크로소프트 365(구 오피스) 같은 구독형 소프트웨어의 효용이 사라진다는 '소프트웨어 아포칼립스(대붕괴론)'가 그 골자다.

시장의 냉혹한 심판은 이미 수치로 확인된다. 올해 반도체 ETF인 아이셰어즈 반도체(iShares Semiconductor)13% 상승하는 동안, 소프트웨어 섹터 ETF인 아이셰어즈 확장 기술·소프트웨어(iShares Expanded Tech-Software Sector)20% 하락했다. 반도체는 AI 인프라의 수혜주로 재평가받는 사이, 소프트웨어는 AI 대체 위협 집단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두 겹의 방패, 애저 클라우드와 오픈AI 지분


시장의 공포가 아무리 거세도, 마이크로소프트가 AI 시대를 대비해 쌓아온 구조적 '헤지(위험 분산)' 자산은 두 축으로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첫 번째 방패는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 역설적으로 AI가 확산될수록 이를 구동하기 위한 컴퓨팅 인프라 수요는 폭증할 수밖에 없다. 모든 AI 모델과 에이전트는 결국 클라우드 위에서 작동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은 FY2025(20247~20256) 한 해에만 879억 달러(131조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2년간 연평균 25%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데이터센터 확충에만 1000억 달러(149조 원) 이상의 설비 투자를 집행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 번째 방패는 오픈AI(OpenAI)에 대한 선점 투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까지 총 133억 달러(19조 원)를 오픈AI에 쏟아부으며 지분을 확보했다. 20262월 오픈AI8400억 달러(1259조 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한 지분 추정 가치는 2000억 달러(299조 원)를 훌쩍 넘어섰다. 이 지분 가치 하나만으로도 소프트웨어 부문의 잠재 손실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RBC 캐피털 마켓의 리시 잘루리아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클라우드부터 데이터 레이어, 보안, 링크드인에 이르기까지 AI 수혜를 누릴 수 있는 모든 포지션을 선점하고 있다""현재 주가는 시장 평균 수익률에도 못 미치는 배수로 거래되고 있어 심각하게 저평가된 상태"라고 짚었다.

AI 대응력에 따른 희비, 오라클 급등 vs 어도비 급락


시장은 이미 소프트웨어 기업들 사이에서 AI 적응력을 기준으로 옥석을 가리고 있다. 오라클(ORCL)은 지난 11일 실적 발표에서 오픈AI에 컴퓨팅 자원을 직접 공급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9.2% 뛰었다. AI 기반 시설을 활용하는 공급자 역할을 확보했다는 점이 시장에 강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반면 어도비(ADBE)는 같은 날(13)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음에도 AI 경쟁력에 대한 구조적 의구심과 경영진 교체 불확실성이 겹치며 주가가 7.58% 급락하는 대조를 연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양극화 구도에서 어느 쪽에 해당하는가. 제프리스의 브렌트 틸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첫 번째 제품이 불완전하더라도 세 번째 버전에서 시장을 평정해온 역사가 있다""기업용 소프트웨어 수요가 안정되고 묶어서 판매하는 전략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수익성은 재차 극대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프트웨어는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증강된다"


이른바 '소프트웨어 무용론'도 서서히 힘을 잃고 있다. 앤스로픽(Anthropic) AI 개발사들조차 자사의 기업용 AI 에이전트가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같은 기존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더욱 능숙하게 활용하도록 돕는 보조 도구임을 최근 잇따라 강조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기존 소프트웨어 위에서 작동하는 레이어(계층)로 자리 잡을수록 마이크로소프트365 구독 생태계는 오히려 강화된다는 논리다.

국내 IT 업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국내 대기업 IT 부서 관계자들은 "AI 도입 이후 오피스 소프트웨어 활용 빈도가 줄기는커녕 복잡한 업무에 대한 수요가 더 늘었다""자동화 이후 남은 핵심 업무에서 기존 소프트웨어 활용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는 현장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이 이 수요를 직접 파고들고 있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 붕괴론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생각만큼 높지 않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전반적 시각이다.

한국 투자자의 시각, 서학개미에 무엇을 의미하나


마이크로소프트는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 상위권 종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서학개미들의 마이크로소프트 보유 금액은 수조 원대로 추산된다. 주가 하락 국면에서 이 종목을 계속 보유할 것인지, 저점매수에 나설 것인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단순한 기술주 분석을 넘어선 실질적 자산 보호 문제다.

현재의 주가 흐름이 기업 실체가 아닌 내러티브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애저와 오픈AI 지분이라는 두 가지 구조적 자산이 하방을 받치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 관점의 투자자들이 놓쳐서는 안 될 핵심 변수다. 다만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수익 모델을 실제로 얼마나, 얼마나 빠르게 잠식하는지는 향후 2~3분기 실적을 통해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주가는 결국 이야기(Narrative)가 아닌 숫자(Number)로 수렴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10년 전 주가를 10배 이상 끌어올렸을 때도, 시장은 처음에 이 회사를 "한물간 소프트웨어 공룡"으로 불렀다. 지금의 공포 서술도 언젠가는 실적 발표라는 현실과 충돌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000억 달러짜리 클라우드 인프라와 2000억 달러짜리 AI 최대주주 지위를 동시에 쥐고도 코카콜라보다 싸게 거래된다는 역설이, 결국 '저평가 해소'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들여다볼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