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출 강국 전환·AI 투자 붐이 이중 방어막… 국채 10년물 4.28% '시장 신뢰'가 방증
식량 인플레이션 재점화·AI 발(發) 실직 공포는 미완의 숙제… 한국 수출기업 '에너지 비용 충격' 현실화 예의주시
식량 인플레이션 재점화·AI 발(發) 실직 공포는 미완의 숙제… 한국 수출기업 '에너지 비용 충격' 현실화 예의주시
이미지 확대보기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이미지 확대보기구조가 바뀌었다…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의 전환이 핵심
국제 유가는 이번 달에만 43% 치솟아 지난 13일(현지시각) 종가 기준 배럴당 103달러(약 15만4100원)를 돌파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의 충격이 미국을 강타했을 때와 수치만 놓고 보면 비슷한 위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 사이에는 결정적인 구조적 균열이 있다.
실제로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Atlanta Fed)의 GDPNow 모델은 올해 1분기 성장률을 2.7%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불거진 저성장 우려를 단번에 일축하는 수치다.
AI 투자 붐이 '두 번째 방어막'… 데이터센터가 고용 시장 버텨낸다
에너지 이슈만으로는 미국 경제의 탄력성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핵심 변수는 인공지능(AI) 투자 대확장이다.
전 세계 자금이 AI 혁명을 주도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로 집중되면서 수천억 달러 규모의 실물 투자가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 반도체 생산시설 확충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투자 물결은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련 서비스 수요를 확대해 고용 시장을 떠받치는 구조를 형성했다. 지난달 발표된 실업률 4.4%는 이 같은 투자 인프라 확장세가 노동시장에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전력기기 수출기업들도 미국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의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유가 급등에 따른 물류비 부담 증가가 이 기대감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연준 독립성 논란도 비껴간 채권시장… 달러 패권이 '최후의 보루'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 논란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그럼에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3일 기준 4.28%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만약 투자자들이 미국의 재정 건전성이나 통화정책의 독립성에 심각한 의구심을 품었다면 국채 금리는 이미 폭발적으로 치솟았을 것이다. 지난해 통과된 대규모 감세 법안이 재정 적자 확대를 부추겼음에도 불구하고, 국채 수요가 건재한 것은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여전히 글로벌 안전자산 수요를 미국으로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사법부 역할도 주목됐다. 지난 14일(현지시각) 연방 법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행정부의 압박을 사실상 차단하는 판결을 내리며 시장 불확실성의 주요 진원지 하나를 제거했다. 수입업자들 또한 관세 인상에 대응해 공급망을 신속히 재편하고 비용을 내부에서 흡수하는 적응력을 발휘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낙관론에 균열 낼 두 개의 뇌관… 식량 인플레이션과 AI 실직 공포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이 전부는 아니다. 전문가들이 정조준하는 잠재 위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중동발 식량 인플레이션의 재점화다. 이란 위기가 주요 원자재 공급망을 조이면서 농산물 가격 상승 압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물가지수가 다시 상승 궤도에 오를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더욱 뒤로 밀리게 된다. 소비자 심리지수가 경제 지표와 달리 경기 침체기에 근접한 비관적 수준에 머무는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둘째는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구조적 고용 충격이다. 단기간에 수백만 명의 사무직 일자리를 대체할 경우 소비 시장에 연쇄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AI가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면서 동시에 내수 소비를 잠식하는 이중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 경제의 입장에서 이 두 위험 요인은 더욱 예민하게 다가온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소비 위축이 겹칠 경우 반도체·석유화학·철강 등 주력 수출 품목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0조 달러 경제의 관성… "외부 충격으로 무너뜨리기 어려운 구조"
현재 미국 경제 규모는 30조 달러(약 4경4907조 원)에 달한다. 하리스 소장은 "이 정도 규모와 산업 다양성, 그리고 높은 자립 능력을 갖춘 경제는 단일한 외부 충격으로 무너뜨리기가 구조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회복탄력성이 강하다는 사실이 전 세계, 특히 한국과 같은 수출 의존 경제에 반드시 좋은 신호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의 에너지 수출 이익 증가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고공행진을 전제로 하며, 이 고통은 고스란히 에너지 순수입국들의 몫이다. 이란 위기가 단기간에 봉합되지 않는다면, 미국 경제의 '나 홀로 호황'과 아시아 수출국들의 스태그플레이션 압박이 공존하는 불균형한 세계 경제 지형이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