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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자급자족 ‘정밀 타격’… 日·美 장악한 ‘포토레지스트’ 전장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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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자급자족 ‘정밀 타격’… 日·美 장악한 ‘포토레지스트’ 전장 선포

첨단 공정 핵심 소재 ‘포토레지스트’ 돌파구 마련… 5년 내 대량 생산 목표
G·I라인 넘어 KrF·ArF 등 고부가 시장 정조준… ‘단일 지점’서 ‘체계적 발전’으로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은 첨단 공정 기술 역량 강화와 핵심 장비, 재료 및 부품 개발 가속화를 포함한 노력을 요구한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은 첨단 공정 기술 역량 강화와 핵심 장비, 재료 및 부품 개발 가속화를 포함한 노력을 요구한다. 사진=AFP/연합뉴스
중국이 반도체 자급자족 전략을 광범위한 물량 공세에서 특정 핵심 소재를 겨냥한 ‘정밀 타격’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미세 회로를 그리는 데 필수적인 감광액, 즉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분야에서 미국과 일본의 독점 체제를 깨뜨리기 위한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16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주요 공급업체들은 제15차 5개년 계획에 발맞춰 첨단 반도체 공정용 소재의 국산화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면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 반도체의 ‘빛’을 잡는 기술… 왜 포토레지스트인가?


포토레지스트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빛을 이용해 회로 패턴을 새기는 노광(Photolithography) 공정의 핵심 소재다. 빛에 반응하는 화학물질로, 파장이 짧을수록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어 첨단 반도체 제조의 성패를 좌우한다.

광대역 UV부터 시작해 G-라인, I-라인(성숙 공정), KrF, ArF, EUV(첨단 공정) 순으로 발전한다.

전력 반도체 등에 쓰이는 구형 G·I라인의 경우 20% 이상의 자급률을 달성했으나, KrF와 ArF 등 고급 소재의 국산화율은 각각 3%와 1% 미만으로 사실상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 쉬저우 B&C, “5년 내 첨단 소재 대량 생산… 체계적 자율성 확보”


중국의 대표적 포토레지스트 기업인 쉬저우 B&C 화학(Xuzhou B&C Chemical)의 푸즈웨이 회장은 최근 열린 ‘두 회기(양회)’에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를 갖고 공격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푸 회장은 자사가 포토레지스트의 원료인 단량체(Monomer), 수지(Resin), 광산(Photo-acid)부터 최종 제품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의 자율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미 KrF와 ArF 중고급 제품들이 주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의 검증을 통과했으며, 5년 내에 첨단 공정용 소재의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푸 회장은 중국의 노력이 단순한 ‘단일 지점의 돌파’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이 함께 움직이는 ‘체계적 발전’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 미·일이 장악한 95% 장벽… ‘나타’·‘상하이 신양’ 등 추격전 가속


현재 중국 포토레지스트 시장은 일본의 JSR, 도쿄오카공업(TOK), 신에츠 화학과 미국의 듀폰 등 소수 기업이 95%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 견고한 장벽을 뚫기 위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나타 옵토일렉트로닉(Nata Opto-electronic)은 ArF 포토레지스트에 집중하면서, 연간 50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초기 주문에 대한 안정적 공급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하이 신양(Shanghai S陽), 레드애비뉴(Red Avenue), 쑤저우 징그루이(Jingrui) 등도 입문용 소재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급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 제15차 5개년 계획의 핵심… ‘성숙 노드 강화와 첨단 공정 가속’


중국 정부는 최근 제안된 제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질적 성장을 명문화했다.

성숙 공정(Mature Node)은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첨단 공정은 기술 역량을 높여 자급률을 높이는 투트랙 전략이다.

장비, 소재, 부품 개발을 가속화하여 외부 제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고밀도 메모리와 고성능 프로세서 발전을 위해 포토레지스트와 같은 기초 소재의 자립은 필수적인 선결 과제로 꼽힌다.

◇ 한국 반도체 산업에 주는 시사점


중국의 소재 자급화 추진은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위협과 기회를 동시에 던진다.

중국이 KrF, ArF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경우, 해당 분야에 강점을 가진 한국 소재 기업들과의 글로벌 시장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는 만큼, 한국은 EUV용 포토레지스트 등 차세대 초미세 공정 소재 분야에서 기술적 초격차를 더욱 벌려야 할 것이다.

중국 내 파운드리를 운영하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현지 소재 조달이라는 선택지가 생길 수 있으나, 기술 유출 방지와 공급망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