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디파워(J.D. Power) '2026 내구품질조사(VDS)' 결과 발표…업계 평균 204건 기록
렉서스(151점)·뷰익(160점)·미니(168점) 최상위권…전기차·PHEV 결함률은 내연기관 압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에 품질 경고등…OTA 업데이트 만족도 27% 불과
렉서스(151점)·뷰익(160점)·미니(168점) 최상위권…전기차·PHEV 결함률은 내연기관 압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에 품질 경고등…OTA 업데이트 만족도 27% 불과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 Power)가 발표한 '2026 미국 차량 내구품질조사(VDS)'에 따르면, 업계 평균 결함 건수는 100대당 204건을 기록하며 2022년 조사 방식 개편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USA 투데이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이번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신차 가격 급등으로 '오래 타는 차'가 생존의 문제가 된 시점에서 자동차의 근본적인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정조준했다.
디지털이 갉아먹은 내구성…기아 9위·현대차 12위 '고전’
이번 조사에서 렉서스(151점)는 4년 연속 전체 1위를 수성하며 '내구 품질의 제왕' 면모를 과시했다. 이어 GM의 뷰익(160점)과 BMW 그룹의 미니(168점)가 각각 2위와 3위에 오르며 이변을 연출했다.
반면 한국브랜드의 성적표는 사뭇 냉혹하다. 한때 이 평가에서 전체 1위(2022년)를 차지했던 기아는 193점으로 9위에 턱걸이했고, 현대차는 12위, 제네시스는 업계 평균(204점) 이하의 성적을 받으며 체면을 구겼다.
품질 하락의 주범으로는 '인포테인먼트'와 '소프트웨어'가 지목됐다. 전체 결함 중 인포테인먼트 관련 불만이 56.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특히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에 대해 "성능이 개선됐다"고 답한 소유주는 27%에 그쳤다.
58%의 소유주는 "업데이트 후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답해 제조사들이 외치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략이 정작 소비자 신뢰 확보에는 실패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동화의 역설…'복잡할수록 고장 난다' 수치로 입증
이번 조사의 가장 정교한 통계적 발견은 '파워트레인(동력계)의 복잡성과 결함률의 상관관계'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구조가 단순하고 오랜 기간 검증된 내연기관(ICE) 차량의 결함 건수는 100대당 198건으로 나타나 전 동력원 중 가장 안정적인 품질을 보였다.
특히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의 시스템이 결합해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가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경우 100대당 281건의 결함이 보고되며 품질 최하위권을 형성했다.
이는 엔진과 배터리라는 두 가지 시스템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기술적 부하가 소비자 불만으로 직결되고 있음을 입증한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의 VDS 결과는 중고차 잔존 가치와 브랜드 재구매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현대차와 기아가 최근 SDV 전환과 전동화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본기 문제가 북미 시장 점유율 수성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0만km 시대'의 승자는 화려함보다 정직함
2026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핵심 화두는 '정직한 내구성'으로 귀결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결함률이 내연기관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은 전동화 전환기에 놓인 제조사들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렉서스는 토요타의 안정적인 부품 체계를 공유하면서도 조립 정밀도를 높여 내구성 정점을 찍었다. 3위를 기록한 미니 역시 과거의 품질 문제를 딛고 BMW와 공유하는 단순화된 설계를 도입해 예측 가능한 유지보수 구조를 확립한 것이 주효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소비자들의 선택이 '화려한 디스플레이'에서 '고장 없는 주행 거리'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s)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조사에서도 토요타와 스바루 같은 보수적인 브랜드들이 여전히 높은 충성도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20만 마일(약 32만km)을 견디는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북미 시장에서 다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기능 경쟁보다는 '무결점 품질 시스템'의 재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가장 똑똑한 차'보다 '가장 속 안 썩이는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