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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연봉 절반을 AI 토큰으로 지급... '디지털 직원'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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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연봉 절반을 AI 토큰으로 지급... '디지털 직원' 시대 열린다

AI 에이전트가 소프트웨어 최대 소비자로 부상... 골드만삭스 "미국 일자리 7% 소멸" 경고
머서 '인재의 역설' 진단... AI 프로젝트 80% 실패율이 최대 변수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
월급의 절반을 '디지털 노동력'을 사는 데 쓰는 시대가 온다. 인공지능(AI)이 동료를 대신해 직접 생산을 담당하는 '디지털 직원'으로 전환되면서, 인간 노동자의 역할과 보상 체계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이 AI 투자를 가속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NVIDIA)가 제시한 이 실험적 보상 모델은 한국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AI 도입에 따른 글로벌 기업 경영진 인식 및 기술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AI 도입에 따른 글로벌 기업 경영진 인식 및 기술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


AI 토큰이 보너스가 된다... 연봉 1억원에 '토큰 5000만 원' 추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 개막한 연례 'GPU 기술 컨퍼런스(GTC) 2025'에서 파격적인 인재 보상 구상을 공개했다. 수십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엔지니어에게 그 절반 수준의 금액을 AI 서비스 이용권인 '토큰(Token)'으로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연봉 1억 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토큰 보너스가 5000만 원에 달하는 셈이다.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20(현지시간) 보도에서 황 CEO의 이 같은 구상을 상세히 전하며, 이것이 단순한 복리후생을 넘어 엔비디아 전체 조직 구조를 재설계하는 청사진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AI 토큰은 생성형 AI 모델이 텍스트·이미지·코드 등 데이터를 처리하는 최소 단위다. 토큰을 많이 확보할수록 더 복잡하고 대규모의 업무를 AI에 위임할 수 있다. CEO"토큰을 충분히 보유한 엔지니어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압도적인 생산성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42000명 대 수십만 '디지털 직원'... CEO가 그리는 엔비디아의 미래


CEO가 제시한 미래 엔비디아는 현재 재직 중인 42000명의 '생물학적 직원'과 수십만 명에 달하는 '디지털 직원(AI 에이전트)'이 나란히 일하는 구조다. 이는 소수의 인간이 대규모 AI 비서단을 지휘하는 '함대 사령관형 노동' 모델로, 기존의 팀 단위 협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 모델이 실리콘밸리 전반의 채용 기준을 바꿀 것으로 주목한다. AI 에이전트를 얼마나 정밀하게 통제·지휘하느냐가 엔지니어의 핵심 역량으로 부상하면서, 채용 면접과 성과 평가 지표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소프트웨어 최대 소비자"... CEO의 역설적 낙관론


일각에서는 AI 에이전트의 확산이 소프트웨어 수요를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에 황 CEO는 정반대의 논리를 폈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늘어날수록 이들이 구동하는 파이썬(Python) 프로그램이나 C-컴파일러 같은 기반 개발 도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AI 에이전트 자체가 소프트웨어 시장의 가장 강력한 소비 주체(Consumer)가 되는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된다는 분석이다.

이 논리가 현실화된다면 엔비디아뿐 아니라 국내 클라우드·소프트웨어 업계에도 수혜가 돌아올 수 있다. AI 에이전트 1()당 필요한 연산 자원과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가 인간 직원 1인에 준하는 수준으로 올라갈 경우, 전체 시장 규모는 현재의 수십 배로 확대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 "업무 25% 자동화·일자리 7% 소멸"... 생산성의 이면


기술적 낙관론 이면에 고용 시장의 냉혹한 셈법이 자리 잡고 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기술이 미국 내 전체 노동 시간의 25%를 자동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셉 브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 도입으로 전체 생산성이 약 15% 향상되는 반면, 전체 일자리의 6~7%가 사라지는 고용 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데이터 분석·문서 작성 등 사무직 초급 업무가 AI 에이전트로 빠르게 대체되면서, 신입 사원들이 경험을 쌓는 '성장 사다리'가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 사무직·행정직 일자리 가운데 AI 대체 위험이 높은 직종 비중이 전체의 34.5%로 나타나, 이 충격은 한국 노동시장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인재의 역설'... 98%가 감원 예상하면서도 54%"AI 인재 없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머서(Mercer)의 루이스 가라드 경력 관리 부문 책임자는 현재 노동시장을 '인재의 역설(Talent Paradox)' 상태로 규정했다. 기업 경영진의 98%AI로 인한 인력 감축을 예상하면서도, 동시에 54%AI를 다룰 줄 아는 숙련 인재 부족을 최대 경영 과제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가라드 책임자는 오는 2026년까지 기업 인력의 11~30%가 재교육이나 직무 재배치를 경험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에이전트 도입의 함정... "프로젝트 80%가 실패"


AI 에이전트를 대규모로 도입한다고 해서 곧바로 생산성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AI 컨설팅 전문가 앤드리어스 웰시(Andreas Welsch)2018년 이후 추진된 기업 AI 프로젝트의 80~85%가 실패로 끝났다는 통계를 들어, "준비 없이 수십만 대의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것은 관리 비용만 불리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AI 에이전트 도입 초기에는 오히려 오류 검증과 품질 관리에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는 현장 사례가 나오고 있으며, 단계적 도입과 사내 AI 리터러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황 CEO의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기업들의 과제는 명확해진다. 단순히 AI 도구를 구매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직원'을 지휘할 수 있는 인재를 조직 내부에 양성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AI 에이전트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교하게 통제하고 협업하느냐가 기업 성과를 좌우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미래 일자리의 성패는 기술 도입 속도가 아닌, 인간 노동자가 AI라는 '디지털 동료'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적어도 지금 당장, 엔비디아가 먼저 그 레이스를 시작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